'맛집 밀키트' 전성시대..맛과 '히스토리' 담아내야
[경향신문]
봄나들이 겸 주말에 나선 ‘핫플’ 맛집, ‘웨이팅’ 20팀이 내 앞에 있을지언정 기함할 필요가 없다. 맛집 시그니처 메뉴를 그대로 재현한 HMR(Home Meal Replacement) 상품이 뜨고 있다. 3대에 걸친 전통 맛집부터 떠오르는 신흥 맛집의 메뉴가 우리 집 현관 앞까지 오는 시대다. 주요 밀키트 제조사 상품기획팀은 전국 방방곡곡 지역 맛집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맛집 사장들이 직접 밀키트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다. 굳이 비행기로, 차로 미식을 탐험할 필요가 없는 맛의 신세계가 열렸다. 간혹 미식을 찾아가는 재미,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다는 이를 제외하면 말이다.
■ 맛집 밀키트 ‘히스토리’ 담겨야 팔린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30년 이상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점포를 ‘백년가게’라 칭했다. 이 중에는 노포 식당도 포함된다.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2020년부터 중기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의 맛을 HMR 제품으로 담아내고 있다. 제품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은 프레시지가 부담하고 판매 로열티는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한다. 지난해 23개 매장에서 30종의 메뉴가 개발되어 총 81만개의 제품이 판매됐다.
백년가게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프레시지 콘텐츠전략 2팀 이나영 매니저는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다양해지고 브랜드보다는 취향을 살린 스몰 브랜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성공한 밀키트의 예로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돼 완판 행렬을 이뤘던 ‘박막례 비빔국수’ 밀키트를 들었다. 수십년 식당 운영 경력을 가진 인기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가 모든 공정에 참여해 소비자들에게 ‘할머니 손맛이 담긴 국수’라는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또한 누구나 쉽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메뉴라는 점이 주효했다. ‘박막례 비빔국수’는 흥행의 조건인 ‘맛’ ‘스토리’ 그리고 ‘편의성’까지 갖춘 제품이었다. 백년가게 밀키트도 오래된 맛집이라고 무조건 제품화하지 않는다.
“맛집 밀키트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은 다양해지고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특별한 맛은 물론이고 포장 디자인이나 문구, 매장 분위기, 식당 히스토리까지 담아낸 제품이어야만 보고 반응합니다.”
전국 방방곡곡 맛집을 찾다 보면 때로 ‘내 레시피를 훔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제작 과정에서 이견도 생긴다. 식당에서 먹는 맛을 그대로 구현하길 원하는 사장과 공장 제작 공정의 간극 때문이다. 이를 조율하는 것도 이 매니저 몫이다.
“어떤 맛집은 마늘을 크게 다져서 들어가는 소스가 특징인데 그걸 공장 소스화하다보면 마늘 조각에 노즐이 막힌다든가 하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이런 공정을 설명드리고 최대한 마늘향이 나는 소스로 합의점을 찾죠.”
백년가게 프로젝트에서 꼽는 가장 성공적인 밀키트는 경기 화성의 ‘이화횟집 낙지볶음’과 ‘낙지전골’이다. 낙지볶음은 미국, 호주 등 7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대구 ‘옛날 식당’의 육개장, 수원 ‘민물 추어탕’의 우거지 추어탕, 의정부 ‘지동관’의 깐쇼새우 등도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제품이다.
2019년 이후 최근까지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HMR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공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된다면 다시 ‘집밥’의 시대가 올까?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밀키트 업계 ‘블루 에이프런’ ‘헬로프레시’의 매출 하락을 들며 HMR 시장 성장세가 최근 급격히 꺾였다고 보도했다. 이나영 매니저는 밀키트가 준 ‘간편한 경험’을 소비자들은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소비자들은 외식보다 저렴하고 맛도 떨어지지 않는 HMR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됐어요. 코로나19가 끝났다고 해서 사람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은 외면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밀키트 업계는 맛집 구현을 넘어 ‘브랜드 컬래버’ ‘콘텐츠 플레이’와 같이 맛과 재미 모두 잡은 다양한 제품을 쏟아낼 겁니다.”
■‘식당 맛집 밀키트·간편식’ 베스트3
국내 3대 식품 배송 플랫폼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가장 많이 팔린 맛집 밀키트·간편식을 조사했다. 내가 미처 쟁이지 못한 맛이 있을까.
마켓컬리는 익숙하면서 정겨운 맛의 간편식이 인기다. 1위 ‘사미헌 갈비탕’, 2위 ‘전주 베테랑 칼국수’, 3위 ‘이연복의 목란 짬뽕 2인분’으로 부산 맛집 ‘사미헌’의 노하우로 만드는 갈비탕은 출시 이후 늘 상위권 메뉴다. ‘베테랑 칼국수’와 ‘목란 짬뽕’은 익숙한 ‘그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식품관 투홈’은 서울 맛집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든든한 고기류가 인기다. 1위 ‘중앙해장 곱창전골’, 2위 ‘금돼지식당 모둠구이 세트’, 3위 ‘경복궁 영양갈비탕’으로 주말에는 줄서서도 못 먹는 ‘핫플’ 맛집 메뉴들이다.
‘헬로네이처’는 관광지 맛집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1위 ‘제주 페를로 5종 피자’, 2위 ‘춘천 온더가든 닭갈비’, 3위 ‘뉴델리 커리와 난’이 차지했다. 모두 주방 필수품이 된 에어프라이어로 손쉽게 매장의 맛이 구현되도록 만든 메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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