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구의 빨간벙커] 예측 불가능한 코스에서 골퍼를 성장시키는 '바람'

장보구 2022. 3. 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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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저스틴 토마스가 2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우여곡절 끝에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호주 출신 카메론 스미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이 대회는 유독 한국 선수와 인연(과거 최경주, 김시우 우승)이 있어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첫째 날과 둘째 날에는 비와 바람으로 경기하는 선수들이 애를 먹었다. 



현지시간 10일 막이 올라서 예정대로라면 13일에 챔피언이 나와야 했지만 악천후로 경기 진행은 어려웠다. 사흘 동안 2라운드도 마치지 못했고 일정이 하루 늘어나서 결국 5일 만에야 끝났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의 방송은 주로 디펜딩 챔피언인 저스틴 토마스에게 맞춰졌는데 동반자는 로리 맥길로이와 콜린 모리카와였다. 첫째 날은 폭우로 경기가 순연되었고 둘째 날은 시속 50km의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어 추웠는지 갤러리들도 후드를 뒤집어쓰고 겨울 파카를 걸치고 있었다. 



화면에 비친 로리 맥길로이는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샷도 날카롭지 못했다. 세계랭킹 2위인 콜린 모리카와도 영민하고 침착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조급해 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마스는 샷을 하고 난 후, 궤적을 그리고 날아가는 공이 떨어질 때까지 피니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잘 날아갔다는 표현 같았다. 



 



둘째 날까지 저스틴 토마스는 언더파 대열에 올라 선전하고 있었다. 방송을 진행하는 정지철 해설위원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저스틴 토마스의 대회 2연패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 같았다. 선수 출신인 정 해설위원은 특히 저스틴 토마스의 '샷 메이킹'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PGA의 탑 랭커들은 확실한 자기 구질도 가져야 하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샷 메이킹'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저스틴 토마스가 홀마다 다른 전략으로 의도된 티샷을 만들어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나, 맞바람과 뒷바람에 따라 클럽 선택을 달리하는 솜씨를 보며 극찬했다. "135야드에서는 6번 아이언을, 180야드에서는 피칭웨지를 선택하는 영리함을 보여줍니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대회 셋째 날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그날 저스틴 토마스는 야자수가 휘청거리는 바람 속에서도 그린을 몇 번 놓치지 않았다. 짧은 거리의 퍼팅이 홀에 떨어졌다면 선두권으로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2라운드가 끝났을 때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콜린 모리카와, 브룩스 켑카, 조던 스피스, 애덤 스콧, 제이슨 데이, 토니 피나우 등 탑 랭커들이 대거 컷 탈락했다.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악천후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선수도 자연 현상을 탓하지는 않았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



서정주 시인은 스물세 살에 쓴 <자화상>에서 자신을 키운 건 바람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고난과 시련의 비유어로 '바람'처럼 적절한 단어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역경을 헤치고 정상에 선 사람들은 삶의 고비마다 불어온 '바람을 이겨냈다'고 말한다. 



 



바람은 식물이 자라는데도 필요한 구성요건이다. 특히 봄이 오면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가지에 물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싹을 틔우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나무는 흔들리면서 꽃을 피우고 가지를 뻗어간다고 한다.



비와 바람으로 순연되어 예정된 시간에 대회가 끝나지 않았고 우승후보로 거론된 선수들이 대거 탈락하는 걸 보면, 스포츠 대회나 사람이 살아가며 세우는 인생의 계획이란 것도 예측이나 예상대로 꼭 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바람은 골퍼에겐 현장에서 표면적으로 부딪히는 현실이고, 삶에서는 고난이나 시련의 상징이 된다. 



골퍼가 마주하는 바람이나 우리가 삶 속에서 직면하는 바람은 어느 결에선 비슷한 측면이 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샷을 달리하면서 순풍과 역풍에 적응하는 골퍼가 훌륭한 선수가 되듯 인생의 바람에도 순응하며 견디는 사람이 승자이지 않을까. 바람에 흔들리면서 나무가 성장하고 큰 나무로 우뚝 서기 위해선 백 번 천 번 흔들려야 하듯이 골퍼도 삶도 그러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장보구: 필명 장보구 님은 강아지, 고양이, 커피, 그리고 골프를 좋아해서 글을 쓴다. 그의 골프 칼럼에는 아마추어 골퍼의 열정과 애환, 정서, 에피소드, 풍경 등이 담겨있으며 따뜻하고 유머가 느껴진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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