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반출 묘지석 환수 급물살
이소연 기자 2022. 3.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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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조선시대 무신 이기하(1646∼1718)의 묘지석(墓誌石·고인의 행적을 기록해 묘소에 묻는 돌판)을 지난달 자진 반환한 것을 계기로 국외로 반출된 묘지석을 환수하기 위한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해외 박물관들과 묘지석 환수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클리블랜드미술관의 반환 이후 윤리적 결정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박물관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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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美 클리블랜드미술관
무신 이기하 묘지석 반환 이후 해외 박물관들 협상 긍정 반응
해외 소장 국내 묘지 최소 170점, 美 브루클린박물관 55점 최대
무신 이기하 묘지석 반환 이후 해외 박물관들 협상 긍정 반응
해외 소장 국내 묘지 최소 170점, 美 브루클린박물관 55점 최대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조선시대 무신 이기하(1646∼1718)의 묘지석(墓誌石·고인의 행적을 기록해 묘소에 묻는 돌판)을 지난달 자진 반환한 것을 계기로 국외로 반출된 묘지석을 환수하기 위한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해외 박물관들과 묘지석 환수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클리블랜드미술관의 반환 이후 윤리적 결정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박물관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유럽, 미국 등 해외 박물관들에 소장된 국내 묘지석은 최소 170여 점에 이른다.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이 55점으로 가장 많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34점, 프랑스 세르뉘시미술관 21점, 영국 대영제국박물관 14점 등이다.
이 중 브루클린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문인 박은(1475∼1504)의 묘지석에는 그가 생전에 쓴 한시가 적혀 있다. 1504년 갑자사화 당시 박은이 사형을 당한 후 행적과 사료가 남아 있지 않는 상황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재단은 2013년부터 묘지석 반출과 기증 경로를 추적해 도굴 등 불법성이 입증될 경우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은 2017년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조선 전기 고위관직에 오른 이선제(1390∼1453)의 묘지석을 환수했다. 이 묘지석이 무덤에서 도굴된 뒤 1998년 한국 고미술상에 의해 일본에 밀반출된 경로가 확인된 것. 재단 실무자가 일본인 소장자 도로키 다카시 씨를 찾아가 불법 반출 증거를 제시하며 환수를 설득했다.
묘지석은 인물의 생애를 통해 그 시대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어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은 환수 1년 만인 2018년 ‘이선제 묘지석’을 보물로 지정하면서 “해당 묘지석은 그동안 생몰연도조차 알려지지 않은 조선 전기 문인의 생애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사료”라고 밝혔다.
문화재계에서는 서구 박물관들이 제국주의 시절 약탈한 문화재를 자진 반환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묘지석 반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로텐바움박물관은 19세기 나이지리아의 베닌 왕국에서 서구 열강이 약탈한 왕실 예술품 5000여 점의 출처를 밝히고, 올해부터 소장 유물 1000여 점을 나이지리아에 반환하기로 했다. 차미애 재단 실태조사부장은 “독일의 베닌 프로젝트가 해외 박물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박물관의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추세가 이어져 해외에 밀반출된 국내 유물 환수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해외 박물관들과 묘지석 환수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클리블랜드미술관의 반환 이후 윤리적 결정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박물관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유럽, 미국 등 해외 박물관들에 소장된 국내 묘지석은 최소 170여 점에 이른다.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이 55점으로 가장 많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34점, 프랑스 세르뉘시미술관 21점, 영국 대영제국박물관 14점 등이다.
이 중 브루클린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문인 박은(1475∼1504)의 묘지석에는 그가 생전에 쓴 한시가 적혀 있다. 1504년 갑자사화 당시 박은이 사형을 당한 후 행적과 사료가 남아 있지 않는 상황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재단은 2013년부터 묘지석 반출과 기증 경로를 추적해 도굴 등 불법성이 입증될 경우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은 2017년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조선 전기 고위관직에 오른 이선제(1390∼1453)의 묘지석을 환수했다. 이 묘지석이 무덤에서 도굴된 뒤 1998년 한국 고미술상에 의해 일본에 밀반출된 경로가 확인된 것. 재단 실무자가 일본인 소장자 도로키 다카시 씨를 찾아가 불법 반출 증거를 제시하며 환수를 설득했다.
묘지석은 인물의 생애를 통해 그 시대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어 사료로서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은 환수 1년 만인 2018년 ‘이선제 묘지석’을 보물로 지정하면서 “해당 묘지석은 그동안 생몰연도조차 알려지지 않은 조선 전기 문인의 생애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사료”라고 밝혔다.
문화재계에서는 서구 박물관들이 제국주의 시절 약탈한 문화재를 자진 반환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도 묘지석 반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로텐바움박물관은 19세기 나이지리아의 베닌 왕국에서 서구 열강이 약탈한 왕실 예술품 5000여 점의 출처를 밝히고, 올해부터 소장 유물 1000여 점을 나이지리아에 반환하기로 했다. 차미애 재단 실태조사부장은 “독일의 베닌 프로젝트가 해외 박물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박물관의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추세가 이어져 해외에 밀반출된 국내 유물 환수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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