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에 유용한 물질 만드는 유전자 넣으면 항암제도 대량생산

2022. 3. 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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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硏리포트
이무승 생명공학硏 환경질환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대부분 대장균 순하고 유해균 막는 역할하지만
식중독 원인 장출혈성 대장균은 장 조직 손상시켜
오글루넥당화 저해제 활용하면 '햄버거병' 예방 효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이 세균이 분비하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매년 여름이면 대장균에 노출된 음식으로 인해 단체로 식중독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때문에 ‘대장균=식중독’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장균은 대장에 살고 있는 모든 균을 통칭하는 용어로, 여러 종의 세균(박테리아)이 여기에 속해 있다. 이 중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성 균도 있지만, 우리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균도 있다. 버섯이라는 분류군에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독버섯이 모두 포함된 것과 비슷하다.

 ○유용한 바이오물질 생산

이무승 연구원

대부분의 대장균은 순하다. 장에 급격한 환경적 변화나 질병 요인이 없다면 유해한 균이 침입했을 때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에도 큰 도움을 준다. 대장균은 비교적 배양하기가 쉽고, 20분마다 증식하기 때문에 화장품 원료나 기능성 바이오 소재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유용한 화장품 원료를 만들어내는 야생 미생물을 바다에서 발견했다고 하자. 아무리 좋은 물질이라도 미생물이 분비하는 물질만으로는 제품을 생산할 수가 없다. 상용화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럴 때 대장균에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도입하면 단시간에 원하는 물질을 대량 생산해낼 수 있다. 항암제 역할을 하는 천연물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량 생산해낼 수 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햄버거병으로 대장균 인식 부정적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대장균을 유해한 균으로만 인식하게 된 데에는 악명 높은 대장균의 역할이 컸다. 식중독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진 ‘장출혈성대장균(대장균 O157)’이다. 세계적으로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되는 사람은 매년 100만 명 이상이다. 2011년 독일에서는 1만3000명 이상이 이 균에 감염돼 65명이 세상을 떠났다.

장출혈성대장균은 이름처럼 혈변을 유발한다. 장출혈성대장균은 몸속에 ‘시가독소’로 불리는 치명적인 독소를 가지고 있다. 이 균의 세포 표면에는 마치 바늘처럼 생긴 기다란 침이 달려 있는데, 이를 이용해 시가독소를 우리 몸속에 주입한다. 이 영향으로 혈변을 보게 되는 것이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대개 5~10일이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회복된다. 문제는 간혹 시가독소가 장 손상만 유발하는 게 아니라 심한 경우 장 조직을 손상시키고 무너뜨린다는 데 있다. 이런 경우 독소는 장 조직이 약해진 틈을 타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들로 이동한다. 식중독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햄버거병’으로 잘 알려진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시가독소가 장을 넘어 신장까지 손상시켜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시가독소가 세포를 괴사시키고 전신 염증반응을 일으켜 신장의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신장은 노폐물을 배설하고 체내의 항상성 유지에 매우 중요한 장기이기 때문에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발생할 경우 빈혈, 혈소판감소증, 급성신부전 등이 생길 수 있다.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주로 10세 미만의 영유아에게서 나타나며 치명률은 5~10%에 이른다.

 ○생명연, 유해대장균 치료법 제시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은 대개 항생제를 이용해 세균을 사멸시키는 방식으로 치료하지만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다르다. 세균이 죽으면서 과량의 독소가 분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다른 세균성 질환에 비해 치료가 까다롭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매우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시가독소에 노출된 감염 세포(숙주 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오글루넥당화는 단백질에 포도당과 비슷한 물질이 결합하는 현상을 이른다. 오글루넥당화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이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생명연 연구진은 오글루넥당화 저해제를 활용하면 용혈성 요독증후군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동물 모델에서 확인했다. 추가로 인간의 신장을 모사한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에서도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EMBO 분자의학’에 실렸다.

현재로선 용혈성 요독증후군의 특효약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장출혈성대장균이 감염되는 경로는 주로 덜 익은 소고기, 제대로 씻지 않은 야채 등이다. 또 장출혈성대장균은 냉장고에서도 죽지 않고 자라는 균이기 때문에 날음식을 먹을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람 간 직접 전파도 가능한 만큼 대장균에 감염된 환자는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잠복기는 3~8일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식조리 전후, 식사 전후 손을 깨끗이 씻으라고 권고한다. 섭씨 72도에서도 장출혈성대장균의 독소가 분해되지 않는 만큼 100도 이상에서 음식을 가열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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