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탈북 수학자와 고교생의 만남..인생엔 정답이 없다
南 사립고 경비로 숨어살다
학생 요청으로 수학 가르쳐
흔한 풀이법대로 빗변(10)과 높이(6)를 곱한 면적(60)을 절반으로 나누면 정답은 '30'이지만 배우 최민식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문제의 답은 '답을 구할 수 없음'이다"고 말한다. 빗변 B의 중앙을 원의 중심이라고 보고 정원을 그리면 반지름이 5가 되는데, 이때 삼각형 높이가 6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부터 '틀린' 것이다.
손때 가득히 '수학의 정석'을 탐독한 학력고사 세대든, '개념원리'를 분권해 달달 외우던 수능 세대든 내면에 조용히 감춰뒀던 '수학 본능'을 깨우는 한국판 수학영화가 9일 개봉했다. 최민식·김동휘 주연의 신작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다.
상위 1%가 몰리는 자율형사립고 동훈고에 재학하는 한지우(김동휘)는 가정 형편상 학원이나 과외는 손대본 적이 없다. '1타 강사' 수업과 고액 과외로 이미 3년 과정을 '마스터'한 동기생들 사이에서 지우는 '240명 중 238등'을 할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소주 반입 사건으로 한 달간 기숙사 퇴사 조치를 당한 지우는 경비원 숙직실에 도움을 요청한다.
북한말을 쓰는 경비원 이학성(최민식)의 별명은 '인민군'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무뚝뚝하기로 유명하다. 학성은 지우가 남긴 동훈고 수학 과제를 밤 사이 전부 풀어버린다. 동훈고 수학 문제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학원 강사들도 7문제나 틀릴 만큼 악명이 높다. 학성의 결과는 '만점'. 지우는 학성에게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학성은 지우에게 수학의 세계를 보여준다. 대학 진학에 골몰하는 입시 수학이 아닌, 한 문제 푸는 데 대여섯 시간이 걸리고도 답이 틀렸지만 풀이 과정은 옳았던, 바로 그 심오한 세계를 말이다. '3.14'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원주율에 음가를 붙인 '파이(π)송'을 학성이 지우에게 피아노로 들려주는 장면이 특히 압권이다. 그러다 학성이 북한에서 리만 가설을 증명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탈북한 천재 수학자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수학을 '동원'해야 하는 북한, 고작 대학에 가기 위해 수학을 '이용'해야 하는 남한 모두 이 영화 제목처럼 '이상한 나라'다.
이 영화는 1998년작 영화 '쉬리' 이후 24년 만에 최민식의 북한 말투 배역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삼류' 검사 마동팔(영화 '넘버3'), 오원 장승업('취화선'), 조폭 똘마니 이강재('파이란'), 15년간 만두만 먹은 오대수('올드보이'), 왕년의 복싱스타 강태식('주먹이 운다'), 연쇄살인마 장경철('악마를 보았다'), '반달' 최익현('범죄와의 전쟁'), 충무공 이순신('명량'), 골드문에 끄나풀을 심는 강과장('신세계') 등 안 해본 역할이 없던 배우 최민식은 이번 영화로 '천재 수학자' 역할을 작품 목록(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영화 촬영지는 전주 상산고로,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씨가 설립한 바로 그 학교다. 신분을 숨긴 천재 수학자라는 주제 덕분에 맷 데이먼·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굿 윌 헌팅'의 한국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학성이 딸기우유에 심취해 있는데 극장에 갈 땐 딸기우유를 꼭 챙기라는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 댓글도 상당수다. 수학을 몰라도 관람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최민식은 "나 역시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다, 오리지널 수포자"라고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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