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사투 울진 주민들 '임시 신분증' 투표..전국 곳곳 투표 열기

강현석·백승목·박미라·이상호·윤희일 기자 2022. 3. 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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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부구초등학교에 마련된 북면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차례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백승목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진행된 9일 전국에서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국민들의 발길이 투표소로 이어졌다. 화마로 집을 잃은 경북 울진 주민들은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아 투표했다. 광주에서는 올해 118세인 할머니도 투표소를 찾았다.

엿새째 초대형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경북 울진군 주민들은 이날 화마 속에서도 투표를 했다. 투표소 옆 산들은 시커멓게 변했고 매캐한 냄새가 여전히 진동했지만 주민들은 투표를 위해 100m 이상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산불로 마을 주택 49채 중 29채가 불에 타는 큰 피해를 입은 죽변면 화성2리 주민들은 투표를 위해 지난 8일 임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이진모 죽변면 화성2리 이장은 “마을회관에 모여 있는 주민 20여명이 이날 오전 투표소에 다녀왔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빨리 산불피해를 복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집이 불에 타 대피소인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머물고 있는 설택헌 할아버지(86)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해 준 버스를 타고 투표소로 갔다”면서 “흔한 선거도 아닌데,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산불 감시와 진화에 여념이 없는 울진군 산불 감시원들과 자원봉사들도 투표를 마쳤다.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충북 옥천 오대리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철선에서 내리고 있다. 옥천군 제공.

대선 선거 기간 내내 개발 특혜 의혹으로 관심이 집중된 경기 성남시 대장동 지역에서는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부터 주민들이 몰렸다. 한 유권자는 “이번 대선은 대장동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인신공격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며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삶에 더욱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섬 속의 섬’으로도 불리는 제주의 부속도서 주민들도 평온한 날씨에 큰 어려움 없이 투표를 마쳤다. 제주 도서지역 투표소는 추자도 2곳, 우도 1곳, 비양도 1곳, 가파도 1곳 등에 설치됐다. 거주 인구가 적은 마라도는 투표소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주민들은 배를 타고 나와 서귀포시 대정읍 제8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와 대청도 주민들도 대통령을 뽑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섬으로 이뤄진 인천 옹진군 등에는 25곳의 투표소가 마련됐다. 대청호 연안 마을인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은 이날 오전 9시 철선을 타고 옥천읍 제2투표소인 죽향초등학교를 찾아 투표했다. 1980년 대청댐 건설로 높은 산과 호수 사이에 고립된 오대리는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린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비무장지대(DMZ)에서 약 7㎞ 떨어진 경기 파주 문산탁구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주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에 위치한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들도 투표소가 마련된 파주시 장단출장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 김동구 이장은 “누가 당선되든 남과 북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 전쟁 걱정을 덜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올해 118세로 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 할머니가 투표를 마쳤다. 박 할머니는 아들 부부의 도움으로 이날 휠체어를 타고 광주 북구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치러진 모든 직접 투표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온 박 할머니는 “투표를 하니 기분이 좋다. 몸이 아프면 못 오겠지만 다음 선거에도 꼭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가 마무리된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진행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투표도 사전투표 때와는 달리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됐다. 선관위는 일반인들이 투표를 마친 이후 같은 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도 일반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오후 6시35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2동 제1투표소를 찾은 김모씨(63)는 “내 나라의 지도자를 내 손으로 선출하고 싶어 코로나19에 확진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표를 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의 안내로 투표를 마쳤다. 투표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 유권자들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뒀다.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강현석·백승목·박미라·이상호·윤희일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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