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와 정치꾼

정인홍 2022. 3. 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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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긴 급했나보다.

뭘 주기로 했는 지는 모르지만 운명의 1주일을 앞두고 양강구도는 더 명확해졌다.

개혁가로 존경받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는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얘기하지만,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얘기한다"고 했다.

오는 9일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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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급하긴 급했나보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표피적인 여론조사의 흐름을 알 수없는 깜깜이 선거전 시작일인 3일 새벽 윤철수(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퍼즐이 전격 성사됐다. 하늘이 두쪽나도 안될 것같던 두 사람의 단일화였다. 이쯤되면 루비콘 강을 거스르는 게 정치의 묘미인가 싶다.

솔직히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간 단일화 선언이 자극제였다. 니편 내편 가르지 않고 1등이 독식하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다. 2등은 필요없다.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고서라도 단일화를 해야 그나마 좀 챙길 수있는 전리품이라도 있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선 단일화는 1+1=시너지를 담보하지 못한다.

그래도 하는 건 단일화 전 각자 지지율이 단일화 후 단순 합산될 거라는 착시 때문이다. 서로 죽어라 물고 헐뜯다가도 '일단 이기고 보자‘며 점잔빼고 하는 게 단일화 방정식이다. 어쨌든 양강구도인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각자 우군을 얻었다. 뭘 주기로 했는 지는 모르지만 운명의 1주일을 앞두고 양강구도는 더 명확해졌다.

이렇게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통령 자리가 갖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대통령 특권은 10가지에 달한다. 우선 영수증 없이 특수활동비를 쓰는 것에서부터 월 1000만원이 넘은 대통령연금은 전액 비과세라고 한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국민세금으로 격려금과 선물을 무제한으로 줄 수있다. 공무원 중 유일하게 배우자 옷을 세금으로 구입할 수 있고,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업무추진비를 비공개로 사용 가능하다. 한 마디로 내주머니에만 넣지 않으면 뭐든지 다 할 수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수만개에 달하는 정무직 인사권은 권한 중 백미다. 이 참에 대통령이 되고싶다면 이 특권부터 내려놓자고 선언하면 어떨까. 거창한 정책도, 비전도, 리더십도 좋지만 필자는 이 무한리필되는 대통령 특권부터 내려놓자고 공동 서약할 것을 대선주자들에게 제안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모든 정책 결정과 인사권을 거머쥐고 있고, 글로벌 무대에서의 외교적 존재감까지 아우른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자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이 왜 나왔겠는가. 한 때 국민의 이름으로 국정농단과 권력남용에 대해 탄핵이라는 철퇴를 맞기도 했지만 그래도 거침없는 무한권력의 최고봉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다. 두 후보 모두 다양한 의혹에다 배우자 리스크까지 있다.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하던 후보도 안되겠다 싶던지 이젠 대놓고 네거티브를 한다. 2등이 필요없는 선거려니 이해는 된다. 차선보다는 차악 후보를 뽑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이 와중에 대통령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다면 선거에 관심없는 부동층 표심이 좀 흔들리지 않을까. 더 욕심내자면 아예 '네거티브 방지법'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해 모든 선거에 적용하면 좋겠다. 순진한 생각일지 몰라도 그러면 최소한 다음 선거에선 법이 무서워라도 정책대결에 집중하지 않을까.

개혁가로 존경받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는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얘기하지만, 정치꾼은 다음 선거만 얘기한다“고 했다. 그가 표만 생각했다면 민감성 의제인 노동개혁을 밀어붙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는 9일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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