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자동차, 변해야 할 자동차[정봉석의 북미 환경편지](3)

2022. 3. 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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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지난 1월 17일 월요일, 캐나다 토론토에 많은 눈이 내렸다. 일요일 밤부터 눈이 내렸지만, 겨울철에는 도로 제설작업을 바로바로 수행하는 토론토의 특성상 큰 고민 없이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마자 밤새 쌓여 있는 눈의 양이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차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리고 있었다. 눈에 고립된 차들을 구조하러온 소방차도 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 역시 출근을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캐나다 토론토의 남북을 관통하는 ‘Yonge Street’가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폭설로 인해 차로와 인도를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 정봉석 제공


존 토리(John Tory) 토론토 시장은 월요일의 눈보라 상황과 내린 눈의 양이 이례적이고 공공안전에 위험이 된다며 “중대 눈폭풍 상황”을 선언했다. 캐나다 환경청(Environment Canada)에 따르면 이날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의 강설량은 3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눈폭풍으로 토론토 도시 전역에서 산발적인 정전이 발생했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많은 곳의 도로가 폐쇄돼 시는 시민에게 이동 제한을 계속적으로 요구했다. 또한 토론토시는 이번 폭설로 쌓인 눈 4만5000t을 제거하면서 역대 최고 제설량을 경신했다. 이는 트럭 약 1만4000여대 분량으로 길이로는 약 700㎞에 달한다. 토론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제설작업이었다. 눈폭풍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꼽는다. 관계당국은 이러한 기상이변이 좀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록적인 월요일의 눈폭풍을 제외하면 토론토의 올해 겨울은 비교적 따뜻하다. 지난겨울도 따뜻했다. 약 20년 전 처음 토론토에 왔을 때 캐나다의 겨울은 마치 북극에라도 온 것처럼 상당히 추웠다. 한국의 ‘따뜻한’ 겨울이 그리웠다. 요즘 토론토의 겨울은 마치 부산의 겨울 날씨같이 (가끔 발생하는 기록적인 눈폭풍은 있지만) 비교적 온화하다. 주변의 캐나다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나만 느끼고 있는 변화가 아님을 확인한다. 이런 변화의 조짐으로 인해 지난해 9월 캐나다 총선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가 캐나다인들의 핵심 이슈가 됐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은 미국도 심각하다. 2021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기온은 1994년 이후 역대 최고의 더위 및 추위 기록을 세웠다. 폭염이 이러한 기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 정부가 기상 관측을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1948년 이후 그 어느 해보다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2월 중순 텍사스에는 기록적인 겨울 폭풍이 몰아쳐 잭슨빌의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일조량이 많고 온화한 기후 지역인 텍사스의 온도가 동시간대 알래스카 지역의 온도보다 더 낮아지는, 믿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겨울철 난방수요는 생각하지도 않던 텍사스에서 난방 목적의 전기 사용이 폭증했다.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지면서 246명이 사망했다. 오리건주 세일럼시는 6월 28일 기온이 47도까지 치솟았다. 6월 평균 최고 기온이 23도로 시원한 세일럼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최소 11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재앙적 기후변화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지구는 지난 세기 동안 이미 1.1도 상승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모든 국가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여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협약을 했다. 이에 맞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보다 50%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은 과정임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서

미국 기후컨설팅사인 로듐 그룹(Rhodium Group)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팬데믹 위기에서 회복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1년에 6.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에너지 사용이 떨어졌던 2020년 이후 규제가 완화되고 경제활동이 회복되면서 배출량은 다시 반등했다. 특히 미국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원인 운송과 에너지 부문의 배출량 증가가 확연했다.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운송 부문(29%)은 2020년 15% 감소한 후 2021년 10% 증가했다. 두 번째 많은 에너지 부문(25%)은 2020년에 10%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6.6% 증가했다. 모든 화석 연료 중 가장 많이 오염을 일으키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배출량은 2020년에 19% 감소한 후 2021년에 17% 증가했다. 2014년 이후 미국에서 석탄 발전이 증가한 첫 사례였다. 2021년 추운 겨울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천연가스 가격이 거의 2배 올라 전력회사가 석탄 화력발전소를 더 자주 가동했기 때문이다. 그간 석탄 사용이 감소하고 재생에너지가 점점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게 전반적인 추세였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가 2021년 미국 전력 발전량의 20%를 차지한 건 새로운 이정표 도달이란 의미를 지닌다.

현재로선 바이든 정부의 기후 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보다 50%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2030년 사이 매년 배출량을 약 5% 줄여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19 시기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운송 부문에 규제의 칼을 들었다.

강화된 배기가스 연비 기준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인 자동차 배기가스 강화 기준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취한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으로 자동차 배기가스 연비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현재 자동차의 평균 연비는 갤런당 38마일(리터당 16.2㎞)이다. 이를 2026년까지 갤런당 55마일(리터당 23.4㎞)로 약 45%의 연비 향상을 자동차 제조사에 요구했다.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는 2050년까지 31억t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을 수 있고, 연소되는 휘발유 약 3600억갤런을 절약해 2050년까지 전국 휘발유 소비를 연간 15%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운전자는 보다 효율적인 차량 연비로 연간 약 1080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미국 배기가스 규제는 민주당·공화당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곤 했다. 2012년 오바마 정부는 2025년까지 갤런당 51마일(리터당 21.7㎞)의 연비 기준을 제시했지만, 2020년 트럼프 정부는 2026년까지 갤런당 44마일(리터당 18.7㎞)로 규제를 완화했다.

바이든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늦추고자 2030년까지 판매하는 신차의 50%를 전기자동차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1월 미 의회는 전국적으로 약 50만개의 전기충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75억달러와 전기자동차 생산을 위한 공급망 강화에 들어가는 75억달러를 포함한 1조달러의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정부가 2035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자동차와 트럭만 구매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지난해 12월 서명했다.

미국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 이정표를 찍는 역할을 해왔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Henry Ford)의 모델 T가 태어난 1908년 이후 자동차 대중화를 이끌었고, 지금까지 자동차 생산과 소비의 최대 시장이다. 미국에서 자동차는 생필품으로 자동차 없는 생활은 생각하기 어렵다. 많은 미국인은 교외에 살며 도심 일터로 출퇴근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50㎞ 이상을 운전하며 한두시간을 자동차에서 보낸다. 미국의 특성상 주거지역이 상업지역과 구분돼 있어 자동차 없이는 편의점도 가기 어렵다.

미국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또 다른 이정표를 찍으려 한다. 최근 상승한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주로 운송 부문에 기인한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강력한 자동차 배기가스 연비규제를 만들었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큰 시장이기에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자동차 산업이 변하고 있다. 아니 생존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

정봉석 하이드라텍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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