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없는데 휴대폰 매장 여기만 100곳..너무 많잖아요"

김수현 기자 2022. 3.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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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위기의 휴대폰 판매점 ②무너지는 집단상가갤럭시S22 출시에도 한산.."온라인서 '좌표' 찍는 수밖에"

[편집자주] 국내 모바일 시장의 한축을 차지하던 휴대폰 유통업이 변곡점을 맞았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개통으로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의 위상이 하락해서다. 또 알뜰폰 확산, 제조사간 경쟁 약화, 이통사의 탈통신, 일부 대리점 일탈도 이를 부추긴다. 고객들도 과거와 달리 온라인 개통에 익숙해졌다. 격변기를 맞은 이동통신 유통서비스의 개편 방향을 짚어본다.

휴대폰 판매점 100여곳이 밀집한 강변 테크노마트 6층.

"어떤 거 보러 오셨어요? 잠깐 앉았다 가세요."

지난달 21일 서울 구의동 강변테크노마트 6층 휴대전화 매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6층에 들어서자마자 적막하던 상가 안에선 그제야 비로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칸칸의 휴대폰 판매점 앞을 지나칠 때마다 자신의 휴대폰을 보느라 떨구고 있던 상인들의 고개가 들렸다. 잔잔하던 물가에 파문이 일 듯 돌아가며 비슷한 말이 들렸다 멈췄다 했다. "관심 있으신 거 물어만 보고 가세요."

최근 공개된 갤럭시S22 사전판매가 한창이어야 할 기간이지만, 휴대폰 판매점 100여곳이 밀집한 테크노마트 6층은 한산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상인들보다 방문객 수가 오히려 적었다. "평일에 굳이 여길 온 거면 정말 살 사람이란 뜻이거든." 기자임을 밝히자, 9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A씨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갤럭시S22가 지난주에 나와서 그나마 좀 숨통 트였지, 그런데 몇몇 보러 오는 사람들은 있어도 지원금이 그리 크지 않아서 돌아가는 손님들도 많긴 해요." A씨는 답변을 하면서도 지나가는 손님이 없나 매장 앞을 멍하니 응시했다.

A씨의 매장은 에스컬레이터와 가깝다. 보통 매장 한칸은 월세가 40~50만원이지만, A씨의 매장은 위치가 좋아 이보다 더 비싸다. A씨는 "한창 LTE 나오고 잘 될 때는 월세가 300만원씩 해도 내고도 남았다"며 "지금은 유동인구도 없고 하루에 1개도 못팔 때도 있으니...여기 매장 중에 월세 거의 안내는 곳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유통점을 얼어붙게 했다.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되면서 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향하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5년째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B씨는 "휴가철에 밖에 나가서 놀고 해야 휴대폰을 떨어뜨리거나 해서 망가지는데 그럴 일도 없고, 새 학기에도 학교를 안가고, 명절에도 부모님 댁에 잘 안가니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폐업하는 오프라인 휴대폰 대리점.

자급제폰의 인기는 이들을 더 어렵게 했다. 자급제폰은 통신사가 정해지지 않은 공기계를 말한다. 약정기간이나 통신사 요금제의 복잡한 조건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점은 자급제폰을 취급하지 않는다. 통신사에서 내려오는 리베이트(판매장려금)가 이들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B씨는 "안그래도 요즘 휴대폰 물량이 부족한데 자급제로 팔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을 통해 판매점 '좌표'를 찍어 홍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B씨는 "네이버 밴드나 카페 등을 통해 얼마에 살 수 있다고 올리는데, 최소한으로 남기더라도 하나라도 더 팔려는 것"이라며 "요즘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다 온라인에서 가격대를 이미 확인하고 온다"고 말했다. 이날 갤럭시S22 울트라를 보러 왔다는 한 30대 방문객은 "오늘 바로 기기를 받아갈 수 있고 다른 곳보다 싸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이곳저곳 불러세우는 곳이 많아서 원래 가려던 곳 외에도 가격을 좀 더 비교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상인들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나는 손님을 불러세워 하나라도 더 파는, 그들만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휴대폰 매장이 너무 많잖아요. 여기만 해도 100곳이 넘는데 손님은 뜸하니. 먹고 살기 힘든 을과 을의 싸움이예요." 7~8년 전 호황에 부푼 꿈으로 매장을 연 상인들은 오늘도 휴대전화 1개라도 더 팔기위해 애타게 손님을 부른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는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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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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