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사업 미뤄지는 둔촌주공.. 시공사·조합원 송사에선 조합원 勝

연지연 기자 2022. 2.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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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은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분양가도 조합원 기대치에 못 미칠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시공사업단은 이례적으로 조합장을 포함한 조합원 3명과 송사까지 벌였다. 송사 결과는 조합원 승소. 다만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시공사업단도 공사비 증액 문제에선 물러설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언제나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3월 또는 상반기 분양이라는 예상 일정은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 일반분양을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 조합원 상대로 한 시공사 소송은, 조합원 승리로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시공사업단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장과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허위사실 유포 및 비방금지 가처분 소송이 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소송비용도 시공조합단이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시공사업단의 완패다.

이번 소송은 시공사업단이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올라온 둔촌주공 조합원들의 입장을 문제로 삼으며 시작됐다.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장과 일부 조합원이 온라인에서 펼치는 주장이 시공사업단을 비방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소송을 걸었다.

소송사업단 대표격인 현대건설 측은 당시 “건설사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의 정도가 심해 소송을 낸 것”이라며 “당장 명예훼손 관련 형사 고소·고발 계획은 없다”고 했다. 소송의 취지가 형사 처벌을 위한 것은 아니고 조합원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법원은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채무자(조합원)들이 ‘제대로 된 공사내역서와 공정표를 제공받지 못하여 부실공사가 우려된다’고 표현하게 된 경위나 채권자(시공사업단)들이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반분양이 지연된다’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소비자인 채무자들의 지위 등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들의 그 표현이 허위사실로서 채권자(시공사업단)들의 명예와 신용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소송은 이미 시공계약을 맺은 시공사가 현 조합장과 조합원을 겨냥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둔촌주공 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대형건설사 네 곳이 조합원을 상대로, 그것도 조합이 아닌 조합원 개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는데, 소송 결과가 조합원 승리로 이어져서 다행”이라고 했다.

◇ 여전히 평행성 달리는 사업비 증액 문제

하지만 소송 결과와는 상관없이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갈등은 여전하다. 시공사업단은 둔촌주공 정비사업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2019년 12월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을 조합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6년 공사비 계약은 1만1000가구 기준이었지만 가구 수가 그 사이 1만2000가구로 늘었고, 2010년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사업이 10년 넘게 지체된 만큼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공사비 증액 요인이 많았다는 점도 시공사업단이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요인이다.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자잿값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21일 전국 철근콘크리트 연합회에 따르면 철물과 각재·합판은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50%, 기타 잡자재는 40%로 값이 올랐다. 인건비도 올랐다. 알폼 시공은 30%, 형틀 재래식 인건비와 철근 시공비는 각각 15%, 10% 올랐다.

이달부터 시멘트 가격도 평균 18% 올랐다. 유연탄과 요소수 등 원자재 가격 급등분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쌍용C&E는 2월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 올렸다. 한라시멘트도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18% 상당의 가격 인상을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구 수가 늘어난 데다 2016년보다 공사 인건비가 워낙 많이 오른 만큼 시공사업단에서도 더 버틸 여력이 없다”면서 “공사비 증액 합의도 2019년에 한 것이라 벌써 3년 전이고 그새 각종 비용 상승요인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합의 요구가 시공사업단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조합은 당시 계약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무효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분양가 산정도 난맥… 조합원 기대치 못 미칠 가능성 커져

둔촌주공 조합은 이르면 3월엔 일반분양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상반기 안에 분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가 산정을 둘러싸고 여전히 조합과 당국이 동상이몽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달 초 한국부동산원은 둔촌주공아파트 택지비 감정평가 적정성 검토 결과, 대부분의 항목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며 재검토해줄 것을 강동구청에 통보했다. 강동구청은 택지비로 1㎡당 2020만원, 전용면적 59㎡ 기준의 택지비로는 6억원 정도를 제시했다. 3.3㎡당 2300만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원은 산출과정에서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 근거로 둔촌주공과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의 거리가 꽤 먼데, 토지조성 비용추정액을 여기에 비교한 것은 부적합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강동구청은 지적사항을 보완한 감정평가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는 일반분양가가 조합원 기대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택지조성비가 낮아지면 일반분양가도 낮아지는 구조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3.3㎡당 4000만원의 분양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택지조성비가 낮아지면 분양가가 3.3㎡당 35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둔촌주공의 일반분양 일정은 미뤄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공사비용이 확정되지 않으면 일반분양가를 확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택지조성비를 결정하는 데에도 최소 2~3개월은 더 걸린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일반분양은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한편 둔촌주공은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 지상 최고 35층의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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