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원재연 2022. 2. 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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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독립을 승인하고 군 투입을 명령하자 우크라이나의 첫 번째 요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이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1994년 1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미국·러시아·영국이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체결한 핵폐기 각서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때부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효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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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독립을 승인하고 군 투입을 명령하자 우크라이나의 첫 번째 요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이었다. 우크라이나는 그 근거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Budapest Memorandum)를 제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6조에 따라 (양해각서에 서명한) 유엔 안보리 이사국에 즉시 회의를 소집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1994년 1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미국·러시아·영국이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체결한 핵폐기 각서다. 옛 소련 시절 개발·생산돼 세 나라에 남아 있던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하는 대신 이들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약 1800기의 핵탄두를 가진 세계 3위 핵보유국이었다. 하지만 신생독립국으로서 주권과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한 것이다.

각서는 정식 조약(treaty)이나 협정(agreement)과 달리 국제법적 준수 의무가 약하다. 우크라이나 양해각서 내용도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 국경선을 존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자제한다” 등으로 표현 수위가 낮다. 더욱이 ‘상황이 변하면 각서 내용을 재협의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 미국과 러시아 등이 빠져나갈 구멍까지 만들어줬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때부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효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방 진영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군사적 조치 등 ‘한방’은 없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장이 2018년 “핵무장 포기는 우리의 역사적 실수였다”고 한탄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에 군사적 개입 등 “확실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들 국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순진하게 강대국 약속을 믿고 스스로를 지킬 힘을 기르지 못하면 어떤 곤경에 빠지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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