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은 새로운 배움의 시작" 여성 만학도 492명, 꿈☆을 이루다

박준규 2022. 2.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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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미용실 파마머리, 화려한 스카프, 경량 패딩 조끼.

늦게나마 이룬 배움의 꿈, 그 마지막 종착역인 졸업식을 치르기 위해서다.

폭주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아랑곳 않고 학업의 희열로 내달려온 '청춘'들은 졸업식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성여중 졸업생의 72.2%(228명)가 고교 진학 의사를 밝혔고, 고교 졸업생 전원은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배움의 꿈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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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인정 평생학교 일성여중고 졸업식
대다수가 50대 이상.. 70대 이상도 183명
"공부 계속" 고교 졸업생은 전원 대학 합격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학생들이 모인 반이었습니다. 꼭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일성여고 3학년 1반 담임교사 이윤주(54)씨

동네 미용실 파마머리, 화려한 스카프, 경량 패딩 조끼.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한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저마다 멋을 내고 교실로 모였다. 늦게나마 이룬 배움의 꿈, 그 마지막 종착역인 졸업식을 치르기 위해서다.

일성여고 3학년 1반 학생 41명은 졸업생 대표의 연설이 흘러나오자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축하를 전하러 온 교장선생님을 향해 소녀처럼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폭주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아랑곳 않고 학업의 희열로 내달려온 '청춘'들은 졸업식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40대부터 80대까지… 늦게나마 학업의 꿈 이룬 여성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졸업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만학도들의 졸업식이 23일 오전 10시(오전반)와 오후 2시(오후반)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교장 이선재)에서 열렸다. 일성여중·고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개인적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이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각각 2년씩 공부하는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올해 졸업생은 492명(중학교 256명·고등학교 236명)이다. 대다수(486명)가 50대 이상으로, 이 가운데 157명은 70대, 26명은 80대다. 서울뿐 아니라 강원 춘천시, 경기 하남시 등 장거리 등하굣길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도 상당수다.

그토로 바라던 졸업장을 거머쥔 이들은 눈물과 박수로 서로를 축하했다. 매일 KTX를 타고 충남 천안시에서 왕복 6시간 거리를 통학한 손모(59)씨는 "사는 게 바빠서 공부는 꿈도 못 꾸다가, 불현듯 '늦기 전에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다니게 됐다"며 "들이 사준 노트북을 들고 캠퍼스를 거닐 상상을 하면 벌써 설렌다"고 기뻐했다. 손씨는 수원대 등 5개 대학교에 합격했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일성여중·고에서 열린 '만학도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선생님께 하트를 그리고 있다. 이한호 기자

어머니 또는 아내의 학업을 든든하게 뒷바라지했던 가족도 졸업식을 찾았다. 권모(50)씨는 "어머니께서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연세가 74세여서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손주들을 붙잡아 가며 열정적으로 공부를 하셨다"며 "학교를 무사히 마치셔서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3년 내내 경기 남양주시에서 아내의 등하굣길을 책임진 남편은 졸업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졸업식은 마무리됐지만, 배움은 끝나지 않았다. 일성여중 졸업생의 72.2%(228명)가 고교 진학 의사를 밝혔고, 고교 졸업생 전원은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배움의 꿈을 이어나간다. 일성여고 관계자는 "졸업생 모두가 대학에 합격했다"며 "절반은 대학에, 일부는 평생교육원에 입학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0대에 경기 파주시에서 학교를 다니며 서영대학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룬 김용인(83)씨는 이런 졸업 소감을 남겼다.

"(등하굣길에) 대학 앞 버스정류장에 서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을 한참씩 바라보면서 '나도 대학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이 나이에 대학 합격이라니 가슴이 떨리고 기뻤습니다. 가족과 상의 끝에 대학엔 가지 않기로 했지만, 평생교육원에 다니면서 배우고 싶은 과목을 쉬지 않고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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