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대신 장작 때고 미용실도 1년에 한번..코로나19·우크라이나 위기로 추운 겨울 나는 유럽

정원식 기자 2022. 2. 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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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들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나로포민스크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접경의 긴장 고조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럽인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군부대 진입 결정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유럽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높은 에너지 가격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부족과 우크라이나 접경의 지정학적 긴장 등 여러 요인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유럽인들이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독일 동부 작센주에서 에너지 요금 관련 상담을 해주는 슈테파니 시게르트는 백신 반대 시위가 에너지 가격 항의 시위로 번지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객들과 대화해보면 그들의 분노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내 42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올해 평균 63.7% 인상될 예정이다. 360만 가구는 지난해보다 62.3% 인상된 가스요금 청구서를 받게 될 예정이다. 작센주에 사는 헨리 백하우스(65)는 지역공기업에 전기와 가스 등 한 달 에너지 요금으로 747유로(약 100만원)을 냈다. 이는 그가 과거에 내던 1년치 에너지 요금보다 비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그는 거실에는 나무를 때는 난로를, 지하실에는 나무와 석탄을 넣을 수 있는 보일러를 설치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번역가로 일하는 아티나 시로지아니(46)는 지난해 에너지 요금이 10년 전의 세 배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1년 사이에 미용실에 간 건 한 번뿐이고 식품도 꼭 필요한 것들로 줄였다.

영국은 오는 4월부터 에너지 가격이 54% 인상된다. 이로 인해 영국 2200만 가구의 연간 에너지 요금이 전보다 평균 700파운드(약 113만원)가량 올라 연 평균 1971파운드(약 319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탓에 생산을 줄이거나 문을 닫고 있다. 특히 제련업의 타격이 심각하다. 세계 2위의 아연 제련사 니르스타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북부 지역 오비의 제련소에서 일일 500톤을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전기요금이 1MWh(메가와트시) 당 35유로(약 4만7000원)에서 50유로(약 6만7000원)로 오르면서 제련소를 운용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제련소는 지난달에는 3주 동안 운영을 중단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가을 가스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문닫는 비료 기업들이 나왔고 독일에서는 몇몇 유리, 강철, 비료 제조업체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생산량을 줄였다.

독일은 정부는 에너지 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부과하던 추가요금을 절반으로 줄였고, 내년 연말까지는 완전히 폐지할 방침이다. 이달 독일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조사 대상 28000개 기업 중 3분의 2가 에너지 가격을 최대 영업 리스크로 꼽았다.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직원 10명을 고용해 드라이클리닝 사업을 하는 필라 발레스테로스 파라는 오전 근무조의 작업 시작 시간을 앞당기고 오후 근무조는 뒤로 늦췄다. 지난해보다 전기요금이 20퍼센트 상승한 탓에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시간대에 작업을 위해서다. 그는 전기세 절감을 위해 건물에 태양열 패널도 설치할 예정이다.

폴란드에서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예산 부족에 시달리던 일부 병원들이 에너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폴란드 서부 도시 고르조프에서 병원을 경영하는 로베르트 수로베이치는 전기요금이 100% 올랐다면서 “폴란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동부 지역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의 진입을 결정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충격’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는 유럽인들이 집에 난방을 하고, 전기를 생산하고,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천연가스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크렘린궁의 진입 명령으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해 연말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차단해 유럽 가스 가격이 30% 가까이 오른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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