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올림픽 '빙둔둔' 인기, "조작됐을지도 모른다고?"
중국 베이징 시내 왕푸징 거리에 100 미터 넘는 줄이 생겼습니다.
줄 선 사람들이 향한 곳은 왕푸징 내 올림픽 기념품 공식 매장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대부분 공식 마스코트 ‘빙둔둔(冰墩墩)’ 을 사기 위해서입니다.
‘얼음’을 뜻하는 글자 ‘빙(冰)’과 ‘통통한 모습’을 표현하는 ‘둔둔(墩墩)’을 합친 이름의 ‘얼음 판다’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192위안, 우리돈 약 3만 6천 원 정도하는 20cm 크기의 빙둔둔 봉제인형이 제일 인기가 좋다고 하는데요.
상품이 모자라 매장에는 1인 1개로 판매 제한이 생겼고, 치솟는 인기에 웃돈 판매와 짝퉁(가짜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서방 매체들 이구동성 “중국, 인터넷 여론몰이”
그런데 빙둔둔의 인기가 ‘만들어진 것’이라면요?
게다가 빙둔둔을 띄워서 다른 걸 ‘덮으려고 한다’면?
문제 제기를 한 건 미국과 영국 매체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탐사 전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와 함께 베이징 동계올림픽 관련 트위터 계정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베이징 올림픽을 무조건 칭찬하는’ 중국 관영매체 보도만 계속 리트윗하는, 쉽게 말하면 퍼 나르는 계정이 여러 개가 있었는데요.
그 가운데 3천 개 이상이 가짜 계정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팔로워도 없고 자체 트윗을 올리지도 않는 계정들입니다.
한 예로 ‘Spicy Panda(스파이시 판다)’라는 계정을 들었는데요. 이 계정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의 보도를 올리면 가짜 계정으로 추정되는 팔로워들은 부지런히 퍼 날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Spicy Panda(스파이시 판다)는 중국 충칭의 국영 미디어와 연결된 멀티미디어 플랫폼 ‘아이충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스파이시 판다의 게시물을 공유한 계정들은 아이충칭의 트위터에서도 종종 같은 행동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Spicy Panda(스파이시 판다)를 팔로잉하는 861개의 계정 중 90%는 지난해 12월 1일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누군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긍정 여론을 퍼트리기 위해 ‘여론몰이 가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가짜 계정들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선전하는 해시태그(#) 확산에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조직적인 캠페인 대상이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빙둔둔’입니다.
호주 전략 정책 연구소의 국제 사이버 정책 센터 연구원인 알버트 장은 NYT 보도에서 “수천 개의 새로운 계정이나 이전에는 활동하지 않았던 계정들이 올림픽 마스코트가 입소문을 타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신장 위구르 이슬람교도에 대한 탄압과 같은 주제를 밀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NYT의 취재가 시작되자 트위터 측은 가짜 계정의 상당수를 이용 정지 조치했습니다.
비슷한 분석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영국 더 타임스도 내놓았습니다.
WSJ는 “중국 검색 포털사이트 바이두 데이터에 따르면 2월 초 개회식부터 갑자기 빙둔둔 검색이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더 타임스는 트위터의 빙둔둔 해시태그 3만 개를 분석한 결과 계정의 20%가 1월에 만들어졌다며 신장 위구르족 등의 주제보다 빙둔둔을 더 많이 언급해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을 덮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여론몰이’ 한쪽에서는 ‘삭제·무시’
‘긍정적인 올림픽 모습’만 각인시키려는 중국 측의 ‘노력’은 자국민들을 대상으로도 이뤄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월 10일 미국에 8대 0으로 참패한 중국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입니다.
중국 중앙(CC)TV 스포츠 채널인 CCTV 5에서는 아예 이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고, 크게 진 사실도 거의 전파를 타지 않았습니다.
물 새는 선수촌 영상도 사라졌습니다.
핀란드 선수인 카트리 릴린페레가 2월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던 장커우 선수촌 내부 모습이었는데요.
천장에서 전등과 스프링클러 틈새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이 영상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이후 중국 측에서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영상을 내리라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빙둔둔 입소문 내기’에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중국 당국만 알 수 있겠죠.
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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