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편견과 서윤의 맑은 눈빛을 섞어 만든 비빔밥" [신간의 문장:시]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22. 2.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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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세째 주에는 탄생 101주년을 맞은 김수영 시인의 대표작과 미발표 소설을 묶은 '디 에센셜 김수영'을 비롯해 이봉환의 '중딩들' 김화연의 '단추들의 체온' 신휘의 '추파를 던지다' 등의 시집이 나왔다.

먼저 '디 에센셜 김수영'은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참여시인 김수영(1921~1968)의 탄생 101주년을 기념해 그의 시와 산문 그리고 미완성을 소설을 묶은 책이며 교보문고에서만 한정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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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의문장©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월 세째 주에는 탄생 101주년을 맞은 김수영 시인의 대표작과 미발표 소설을 묶은 '디 에센셜 김수영'을 비롯해 이봉환의 '중딩들' 김화연의 '단추들의 체온' 신휘의 '추파를 던지다' 등의 시집이 나왔다.

먼저 '디 에센셜 김수영'은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참여시인 김수영(1921~1968)의 탄생 101주년을 기념해 그의 시와 산문 그리고 미완성을 소설을 묶은 책이며 교보문고에서만 한정판매한다.

'중딩들'은 정년퇴임을 앞둔 중학교 교사인 이봉환 시인이 제자들을 소재로 쓴 시들을 모았고, '은목서 피고 지는 조울의 시간 속에서'는 박두규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며 '단추들의 체온'은 섬세한 언어들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추파를 던지다'는 김천토박이 시인과 조각가의 작품을 함께 구성한 시집이다.

◇ 디 에센셜 김수영/ 김수영 지음/ 민음사/ 1만7000원

김수영 시인은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김일성 만세" '풀' 등의 시를 통해 4·19혁명의 정신을 담아낸 대표적인 저항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밀도 높은 사유와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자신 속의 소시민성을 비판하는데도 적용해 문학이 가져야되는 지향성을 몸소 보여줘 후대 시인으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는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김일성 만세' 중)

"너는 언제부터 세상과 배를 대고 서기 시작했느냐/ 너와 나 사이에 세상이 있었는지/ 세상과 나 사이에 네가 있었는지/ 너무 밝아서 나는 웃음이 나온다…음탕할만치 잘 보이는 유리창/ 그러나 나는 너를 통하여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너는 언제부터 세상과 배를 대고 서기 시작했느냐' 중)

"비숍 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X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X이다/…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제3인도교의 물속에 박은 철근 기둥도 내가 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거대한 뿌리' 중)

◇ 중딩들/ 이봉환 지음/ 푸른사상/ 1만원

이봉환 시인은 올가을에 정년퇴임을 앞둔 무안청계중학교 교사다. 1988년 녹두꽃에서 '해창만 물바다'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가 코로나19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제자들에게 선물할 시들을 모아 발표했다.

"영어 시험 보는데 슬그머니/ 컴퓨터용 사인펜을 떨어뜨려놓고/ 가만히 날 쳐다보고만 있네/ 가만히 다가가 주워서 건네자/ 빙긋 웃고는 고개를 숙이는 너는/ 몇 달 전 전학을 와서 이 마을 숲이 된/ 기꺼이 산이 된 나무 한 그루인 듯." ('신머빈' 중)

"서윤이가 태만이와 사귄다는 소식이 오늘 점심 찬이다…태만이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태국 부모를 따라 이민하여 온 눈이 시커멓고 커다란 아이/ 둘이 사귀는 걸 서윤이 부모가 알면 펄쩍펄쩍 뛸 거라고…어른들의 편견과 서윤이의 참 맑은 눈빛을 섞어 만든 비빔밥을 한참 씹고 있으려니…서늘함이 천천히 입안을 감도는 것이었다."('참 맑고 서느런' 중)

"조원호가, 초코바를 까더니 껍질을 나무가 바람에 낙엽 떨구듯 아주 자연스럽게 흘리고 간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원호가 버리고 간 낙엽이 가을바람에 바스락바스락 운동장 구석을 뒹굴고 있다."('조원호가 어른이 되는 날' 중)

신간의 문장© 뉴스1

◇ 은목서 피고 지는 조울의 시간 속에서/ 박두규 지음/ b/ 1만원

박두규 시인은 1985년 난민시 이후 1992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본격적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순천에서 시민운동과 전교조활동을 이끌었으며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한동안 내게 바람은 언제나 명확한 이분법으로 왔다. 흔들리는 것과 흔들리지 않는 것. 살며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숱한 다짐들이 나를 키웠다"('흔들린다는 것' 중)

◇ 단추들의 체온/ 김화연 지음/ 천년의시작/ 1만원

김화연 시인은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2015년 '시현실'을 통해 등단했다. 신작 시집 '단추들의 체온'에는 사사롭고 무심한 것들에게 언어의 체온을 부여한 시들이 수록됐다.

"계절은 옷을 따라 돈다/ 입지 않은 옷을 꺼내면/ 풀어져 있는 단추들이 내 몸을 끌어당긴다/ 접힌 자국마다 꽃물이 엎질러져 있거나/ 쌀쌀한 바람이 주름으로 있다/ 지난 봄꽃 물든 얼룩이 옷의 살점이다."('단추들의 체온' 중)

"애벌레가 꿈틀할 때/ 잠의 매듭이 풀렸다/ 다시 묶인다/ 한 자세로 견딘 꿈이/ 다른 자세로 방향을 바꿀 때/ 날개가 돋아날 자리인 듯/ 등 뒤가 간지럽다."('꿈틀' 중)

◇ 추파를 던지다/ 신휘 지음 | 학이사/ 1만2000원

시집 '추파를 던지다'는 신휘의 시 43편과 유건상의 조각 사진 40여 편이 함께 실렸다. 이들은 김천에서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천 토박이인 신휘 시인은 1970년에 태어나 1995년 오늘의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너를 보았는데 보았다, 말하지 못한다/ 있지만, 없기만 한 그늘에 앉아/ 애꿎은 개미만 오래 눌러 죽였다/ 그늘이 나무가 될 수 없는 건/ 스스로 벌레처럼/ 나무의 말을 갉아먹었기 때문/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지워버렸나."(머리말 중)

"집을 지었다/ 벽체를 쌓고 서까래를 얹고 지붕을 덮었다/ 문이 없었다/ 밖에다 두고 온 문/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는 집/ 너라는 이름의 집 안에서/ 나는 생의 한 주기를 울었다/ 밖을 향해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출구가 없는 집/ 문이 없는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다/ 무덤이다."('너라는 집 안에서 생의 한 주기를 울었다' 중)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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