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 : 캠프라인] 한국 지형에 강한 바위산의 절대강자

글 손수원 기자 사진 캠프라인 제공 2022. 2. 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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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라인
1974년 등산장비점으로 시작..릿지엣지창 개발하며 '국민 등산화'로
48년 동안 오직 등산화를 만들어 온 캠프라인은 한국 산에 강한 등산화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등산객은 유난히 등산화에 민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 많고 70% 이상이 미끄러운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바위에 잘 붙는 등산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밑창 소재인 비브람이 우리나라에선 그리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것도 이같은 특성 때문이다.
바위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국산 등산화 브랜드가 바로 ‘캠프라인CAMPLINE’이다. 캠프라인은 독자 개발한 ‘릿지엣지Ridg Edge’ 밑창을 사용해 ‘한국 산에 강한 등산화’라는 이미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등산동호회 게시판을 보면 “등산 입문자는 이런저런 등산화를 신어보다가 어차피 캠프라인으로 오게 된다”며 캠프라인을 ‘등산화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라고 말하는 글을 많이 본다. ‘국민 등산화’, ‘알짜 명기’란 별명도 캠프라인의 자랑이다.
부산 캠프라인 본사 전경.
바위에 잘 붙는 밑창을 개발하라
캠프라인의 시작은 1974년 장정선 창업주가 서울 남대문 시장 인근에서 운영하던 등산장비점인 ‘빅토리 산악사’이다. 당시는 국산 등산용품이 별로 없었기에 장 대표 역시 다른 매장과 마찬가지로 해외 등산장비를 수입해 팔았다.
그러나 해외에서 들여온 등산복과 등산화는 서양인 체형에 맞춰 나온 것들이라 옷의 팔다리는 길고 신발의 폭은 좁았다. 특히 대부분 흙산인 외국의 산에 맞춰 나온 등산화들은 화강암 지형인 우리나라 바위에서 잘 미끄러졌다.
캠프라인은 부산 본사에서 직접 등산화를 생산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등산화 생산에 뛰어든 장 대표는 한국 지형에 맞는 국산 등산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밑창 개발에 착수했다. 외국 등산화처럼 마모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화강암에 강한 접지력에 승부를 걸었다.
장 대표는 기존 등산화와 새로 개발한 등산화를 한쪽씩 신고 직접 산을 오르내리며 성능을 비교했다. 그러면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부틸고무 소재였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자동차 타이어에 들어가는 부틸고무 소재는 접지력을 향상시키지만 빨리 닳는 것이 단점이다. 장 대표는 수차례 실험 끝에 접지력이 우수하면서도 마모도를 최소화하는 최적의 비율을 찾아냈고, 비로소 2000년 ‘릿지엣지’창을 개발했다.
2001년 캠프라인은 릿지엣지창과 고어텍스 소재를 적용한 1세대 블랙스톰 시리즈를 출시했다. 스톰 시리즈는 캠프라인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2세대 스톰Ⅱ, 3세대 뉴 스톰, 4세대 스톰 알파 등을 거치며 현재 10세대 ‘스톰 시그마’로 이어지고 있다.
캠프라인 등산화가 접지력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한국 지형에 강하기도 하지만 한국인에 적합하기도 하다. 신발 생산 업체들은 저마다 고유한 ‘신발골Last(발모양 모형)’을 가지고 있다. 캠프라인은 한국인의 발모양을 연구하고 등산의 난이도나 기능별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족형과 치수를 연구해 등산을 즐기는 한국인에 가장 적합한 등산화를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세대에 따라 미세하게 바뀌는 한국인의 족형 변화도 신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등산인들이 “캠프라인 등산화는 사이즈만 잘 맞추면 맞춤화처럼 잘 맞는다”고 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캠프라인은 다양한 한국인의 족형을 연구해 발에 딱 맞는 등산화 모양을 만들고 있다.
캠프라인이 처음 한국지형에 강한 등산화를 만들어냈지만 유명 해외 브랜드의 등산화와 경쟁을 해야 했다. 처음 접하는 ‘릿지엣지’라는 밑창을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메이저 업체에 비하면 규모나 자금력에서 뒤처지는지라 거창하게 광고를 할 수도 없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등산화니까 산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블랙스톰 등산화를 신고 산에 오른 등산객들이 릿지엣지창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고 알아서 주변인에게 소문을 냈다.
일부러 계획한 게 아니었지만 요즘 말하는 ‘입소문 마케팅’이 저절로 이루어졌다. ‘산악회에서 등산을 갔는데 국내외 유명 브랜드 등산화를 신은 이들도 넘어지는 코스에서 캠프라인 등산화를 신은 사람만 멀쩡했다’는 식의 일화가 널리 퍼졌다. 이렇게 캠프라인은 중소기업으로서 국내외 메이저 아웃도어 브랜드 사이에서 새로운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시장에 안착하게 된다.
캠프라인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Made in Korea’ 등산화를 추구한다.
‘Made in Korea’ 캠프라인
캠프라인은 광고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광고로 알려지기보다는 산에서 등산객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캠프라인 제품은 고어텍스 소재와 독일산 최고급 테라케어 가죽 등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국내외 메이저 브랜드 등산화에 비하면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다. 이런 ‘가성비’ 덕분에 캠프라인 등산화는 등산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에게 선배들이 적극 추천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창갈이 또한 해외 유명 등산화가 10만 원을 넘는데 반해 캠프라인은 4만~5만 원으로 저렴하다. 때문에 캠프라인 마니아들은 대부분 창갈이를 해서 신는다. 이는 단지 돈을 절약하기 위함이 아니라 캠프라인 등산화가 가장 편하고 우리나라 산에 최적화된 등산화라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다.
캠프라인 제품의 거의 대부분은 부산 사상구 본사에서 자체 생산을 한다. 하청 공장을 통한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Made in Korea’ 제품이다. 덕분에 캠프라인의 A/S는 그 어느 업체보다도 빠르고 확실하다. 캠프라인 홈페이지에 적힌 ‘생산 후 10년이 지난 제품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사후 서비스를 진행하는 직원의 오늘이 바로 캠프라인이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라는 글귀가 상투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도 등산화에 진심을 다하는 캠프라인의 철학 덕분이다.
한국의 바위산에 강한 ‘릿지엣지’창은 캠프라인만의 자랑이다.
등산화는 등산화다워야 한다
캠프라인 등산화는 고지식한 모범생 같다. 요즘 등산화가 MZ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형형색색의 컬러와 아기자기한 기능을 넣는 데 반해 캠프라인은 오로지 정통 등산화의 기능에만 집중하고 꾸준히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능이 곧 스타일’이라는 이유 있는 고집이다.
캠프라인은 전문등산화와 중등산화 위주에서 경등산화와 하이킹화, 리지화, 캐주얼화, 아웃도어 샌달까지 점진적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나가고 있지만 ‘등산화는 등산화다워야 한다’라는 ‘마이 웨이’를 48년이 지난 지금에도 꾸준히 걸으며 ‘국민 등산화’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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