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지방대 위기와 '한전공대'

김기동 2022. 2. 1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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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당선 뒤 한전공대 설립은 거침이 없었다.

부족하면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을 전기요금에서 3.7%씩 떼내 충당하도록 법시행령까지 고쳤다.

한전공대 운영비를 벼랑 끝에 내몰린 지방대 혁신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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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달랑 1개동으로 3월 개교
'정치적 산물' 재정으로 메울 판
정원미달 지역大 '벚꽃엔딩' 위기
자체 개혁·폭넓은 정부지원 시급

얼마 전 신문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덤프트럭이 오가고 흙더미가 쌓여 있는 나주혁신도시 내 골프장 부지 한가운데 4층짜리 건물 한 동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모습이다. 다음달 2일 개교하는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의 현실이다. 2025년 기숙사가 완공되기 전까지 신입생 100여명은 골프텔에서 지낸다고 한다. 기가 찰 일이다. 대학 설립 자체가 ‘정치적 산물’이라는 걸 듣고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전공대는 2017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약이다. 당선 뒤 한전공대 설립은 거침이 없었다. 외부의 우려엔 귀를 닫고, 각종 특혜가 난무했다. 2026년 개교는 여당의 설립요건 완화 특별법으로 4년 앞당겨졌다.

대학 측은 과거 건물이 완비되지 않은 채 설립된 유니스트(UNIST, 울산), 디지스트(DGIST, 대구)를 거론하며 특혜의혹을 일축한다. 하지만 이들 대학은 한전공대와는 성격이 다른 과학기술원이다. 한전공대에는 2031년까지 투자비·운영비로 1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1조원가량을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가 낸다. 교육부의 전국 257개 대학 혁신사업 예산이 1조1970억원이라는 점에서 과도하다. 가뜩이나 누적부채가 132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 전기료로 메워야 할 판이다. 부족하면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을 전기요금에서 3.7%씩 떼내 충당하도록 법시행령까지 고쳤다.
김기동 논설위원
고사 직전에 놓인 지방대의 현실과 오묘하게 오버랩된다. 최근 지방의 한 사립대가 자교를 ‘꼴등대’, ‘수능 9등급도 합격했다’ 등의 내용으로 모욕하고 명예훼손했다며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온라인 게시물 삭제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발단은 지난해 신입생 모집 관련 홍보물이다. 홍보물엔 ‘2021 추가모집, 수능없이 대학입학’, ‘수능 미응시자 지원가능’, ‘희망학과 100%보장’ 등이 담겼다. 누리꾼들은 ‘수능 9등급, 수능날 시험장에서 도망한 사람도 합격시켜 줌’이란 설명을 달았다. 다른 게시물엔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란 설명도 붙었다.

KISO 측은 “정원 미달로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으므로, 수능9 등급이나 수능 미응시자가 지원했다면 합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눈물겨운 신입생 유치작전의 ‘웃픈’ 현실이다. 지방대 곳곳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는 속설처럼 명문 지방 사립대는 물론 거점 국립대마저 외면받는다.

한전공대를 보자. 국가가 만든 특성화대학엔 모두 에너지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 특히 지스트(GIST, 광주)는 나주와 인접해 있어 ‘중복투자’라는 비판도 있다. 한전공대 입학은 수시 90%, 정시 10%로 뽑는다. 수시전형이 대부분이다. 자사고·특목고 등을 없애 수월성 교육을 말살하려는 게 현 정부다. 입시 공정성을 위해 수시전형을 대폭 줄이려는 문재인정부의 대학정책과도 어긋난다. 한전공대는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도 예외다. 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정부 지원이 끊기고 정원 감축 압박을 받는다. 소관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인 한전공대에겐 ‘딴나라’ 얘기다. 한전공대 운영비를 벼랑 끝에 내몰린 지방대 혁신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1학년도 입시에선 수능 지원자 수가 1994년 수능 제도 시작 이후 처음으로 5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통상 10%의 결시율을 감안하면 입학정원보다 수험생이 더 적은 ‘대입 역전현상’이 본격화됐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대 퇴출은 불가피하다. 다만 단순한 시장논리로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 대학은 인구를 끌어들이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큰 축이다. 지방대 붕괴는 지역경제 타격에 따른 국가 균형발전도 저해한다.

신입생 충원율 등에 배점이 높은 교육부의 대학 지원 평가는 지방대의 재정 안전성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 대학 스스로가 정부 지원과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지방대를 위한 폭넓은 정책과 지원으로 지역과 상생할 생태계를 마련해줘야 한다. 백년대계인 교육이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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