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공그림의 빈티지 작업실

서울문화사 2022. 2. 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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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공그림의 연둣빛 작업실. 창밖의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따듯하고 아늑한 세계를 만났다.


오일파스텔로 꽃을 그리는 공그림 작가. 그녀의 거침없는 드로잉은 꽃의 싱싱한 생명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수십 가지 오일파스텔이 들어 있는 도구함. 책상 옆에 두고 필요한 색들을 꺼내 사용한다.


서촌의 해가 잘 드는 건물 4층에 위치한 공그림 작가의 작업실. 작업대는 상판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 특별히 제작한 것.

아름다우니까 꽃을 그려요 조금만 들여다보면 일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산책 길에 만나는 하늘이나 들꽃, 풀밭에서 만난 길고양이,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악, 좋아하는 책과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타투이스트인 공그림 작가(@gong_greem)의 작업은 흔하디흔한 꽃 한 송이, 식물 한 포기를 다루며 러프하고도 과감한 파스텔 터치로 싱싱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꽃은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드로잉은 신체에 표현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데, 특히 엉덩이나 허벅지, 옆구리 같은 흔히 시술 받지 않는 부위에 그려진 흐드러진 꽃들은 몸 전체에 꽃의 생명력을 입힌다. 종이 위에 오일파스텔로 거침없이 그려낸 드로잉을 타투로 표현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공그림만의 스타일이 확립되었다. 드로잉 작업도 놓지 않은 작가는 얼마 전 스튜디오 퍼스에서 개인전〈call me by your name〉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중이다. 꽃과 식물 등 아름다운 것들로 채운 그녀의 작품 세계를 꼭 닮은 작업실을 찾았다. 연둣빛 벽과 빈티지 가구들, 그리고 한겨울에도 싱싱하게 자라는 식물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번 작업실에는 꼭 노란색 소파를 들이고 싶었다는 공그림 작가. 식물과 빈티지 가구, 조명이 어우러지는 공간은 그녀의 취향을 한눈에 보여준다.


공그림 작가는 예쁜 그림책과 화가의 도록을 참고하며 영감을 얻는다. 허리까지 오는 책장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아름다운 책과 식물로 장식했다.


타투 용품을 넣어두는 빈티지 수납장. 연둣빛 벽면과 빈티지 가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단정하게 정리된 타투 시술 공간.


공그림 작가는 작업실이 아름다워야 작업도 잘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취향을 담아 고객이 편히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꾸몄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바로 표현되는,
즉흥적인 그림체를 좋아해요.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타투 작업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타투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금속공예를 전공했는데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이 저랑은 잘 맞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림 그리는 걸 훨씬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다 3학년 때 타투에 관심이 많던 친구의 추천으로 배워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타투를 하려면 어떤 것들을 배워야 하나요?

도안을 그리고 바늘을 이용하는 머신 사용법을 배우는 게 기본이에요. 타투는 전사지 위에 도안이 프린트된 A4 용지를 올리고 볼펜으로 A4 위에 따라 그려요. 그럼 전사지의 잉크가 A4 뒷면에 도안대로 남게 되죠. A4 뒷면에 전사 용액을 바르고 몸에 붙였다 떼면 피부에 도안이 그려지게 돼요. 그걸 바탕으로 컬러 잉크를 머금은 바늘로 타투 시술을 하게 되고요. 그 외에도 위생 관리나 고객과 소통하는 것도 전반적으로 배우고요.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원래 갖고 있던 드로잉 기법을 타투 도안으로 잘 발전시켜서 나만의 타투 스타일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활동할 수 있는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공그림 작가의 타투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크레파스나 파스텔 색조의 질감을 표현한 과감한 드로잉인 것 같아요. 시안별로 다르긴 하지만 조금 굵은 바늘로 밑색을 칠하듯이 시술하는 게 저의 방식 중 하나예요. 다양한 색감을 살려서 기존에 잘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도요. 제가 가진 아날로그적 감성과 제 그림을 잘 매치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작가님의 타투 작업은 의외의 부위에서 보여지는 과감한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네, 저는 좀 과감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고객들도 되게 다양한 체형, 외모를 갖고 있는데 타투가 잘 나오는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과감하게 표현하시는 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고객 중에 스스로 살이 좀 쪘다거나 섹시하지 않다거나 하며 외모에 자신 없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타투이스트로서 가장 좋은 점은요?

SNS에서 타투라는 장르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되다 보니 해외에서도 제 작업을 보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 작업을 보고 힐링됐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그리고 타투는 평생 몸에 간직하는 거잖아요. 제 그림을 평생 몸에 새기겠다는 찾아와주는 고객들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에요.

작업은 주로 어디에서 영향을 받아요?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에서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아름다운 풍경이라든지 제가 봤던 예쁜 그림책, 또 옛날 화가들의 작업도 많이 보고요.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 등이 모두 저에겐 영감이에요. 드로잉 작업을 할 때도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놓고 그 장면들을 보면서 그리기도 해요.

드로잉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무엇이에요?

오일파스텔이나 소프트 파스텔을 많이 사용해요.

그 재료만의 매력은요?

약하고 무른 파스텔은 손의 움직임을 그대로 표현해준다는 게 매력적이에요. 그 재료를 집을 때 얼마나 힘을 주고 누르냐에 따라 도화지에 그려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저의 힘과 동작에 따라 선이 얇거나 굵어지는 것들을 보면 리듬감이 느껴지고, 제가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확하게 형태가 드러나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꽃과 식물을 주로 많이 작업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저에게 가장 예뻐 보이는 존재였죠. 꽃의 색깔이라든지 그 잎과 줄기가 예뻐서 그려요. 사실 꽃과 식물 이름도 잘 모르지만요(웃음). 타투나 드로잉 작업을 할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타투 작업을 할 때 몸에 표현하기에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있고, 받는 사람에게도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들이 뭘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게 바로 꽃과 식물이었어요.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고요.

최근 드로잉 전시도 성공적으로 마쳤잖아요. 유치한 질문 하나 할게요(웃음). 타투가 좋아요, 드로잉이 좋아요?

하하. 저도 아직까지 둘 사이에서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둘 사이를 오가면서 실력이 많이 는 것 같아요. 오일파스텔 드로잉을 타투로 표현해보고 싶어서 도안을 연구하게 되고요. 몸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종이에 마음껏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막 생기고, 종이에 그리다 보면 또 그렇게 그린 것들을 몸에 표현해 보고싶다는 생각이 또 들어요. 욕심이 많아서 둘 다 잡고 싶기도 해요.

파리 어딘가에 와 있는 것 같은 작업실도 정말 멋지네요.

원래 옛날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해외 인테리어 잡지도 많이 보면서 늘 저만의 예쁜 공간을 갖는 게 꿈이었죠. 해외여행 할 때도 멋진 에어비앤비를 찾아서 숙박을 하고요. 그런 곳에서는 작업이 참 잘되고 영감도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 작업실을 마련하면 평범하지 않고 따뜻한 집 같은 공간을 만들어야지 다짐하곤 했죠. 고객들도 제가 정성껏 꾸민 공간에서 좋은 기분으로 타투 시술을 받길 바라고요. 저만의 취향으로 정성껏 꾸민 작업실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지만, 항상 열린 공간이 아니라서 좀 아쉽긴 했거든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그런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게 돼 좋아요!

에디터 : 심효진  |   포토그래퍼 :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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