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종로 '약국거리'도 자가검사키트 하늘 별 따기.."9시 열었는데, 10시 품절"

최정석 기자 2022. 2. 15.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역 '약국 거리' 가보니
하루 공급량 40개 안팎..1시간이면 다 팔려
판매 지침 뉴스로 듣는 약국.."정부 공문 없어"
편의점은 8곳 중 6곳 "검사키트 판매 안 해"
1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에 위치한 모 약국 정문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정석 기자

“자가검사키트 오전에 다 팔렸어요. 오후에 더 들어옵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약국거리에서 광장약국을 운영 중인 노형미 약사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러 온 손님을 이렇게 말하며 돌려보냈다. 오전 9시에 문을 연 광장약국에서 자거검사키트가 품절된 건 영업 시작 1시간 만인 오전 10시쯤이다.

노 약사는 “우리도 자가검사키트를 많이 받아서 손님들께 최대한 챙겨 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 번에 들어오는 자가검사키트 개수가 40개 안팎으로 정해져 있어 손님 10명 정도만 왔다 가도 금방 동이 난다”고 말했다.

◇ 자가검사키트 제한 이틀째 ‘여전히 품귀’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온라인에서 팔 수 없도록 금지하고, 개인이 약국·편의점 등에서 한 번에 살 수 있는 키트 개수를 5개로 제한했다. 접근성이 좋은 약국, 편의점으로 유통 경로를 단순화해 가격을 안정화하고 민간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해당 조치를 시작한 지 이틀 째인 이날 약국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약국거리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종로약국을 운영 중인 박선규 약사는 “오전 10시에 키트가 품절 된 이후에도 약 1시간 동안 20명 넘는 사람들이 키트를 사러 왔다 허탕을 치고 갔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려 종로약국에 들렀으나 남은 물건이 없어 발길을 돌린 양모(58)씨는 “10시 40분쯤 집에서 나와 주변 약국을 일곱 군데 정도 돌았다는데, 자가검사키트가 남아있는 곳은 세 곳뿐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인당 5개씩만 살 수 있게 제한을 걸어 놓고도 수급이 이렇게 안 되는 걸 보면, 정부가 키트 공급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종로5가역 인근 백수약국에서 일하는 모 점원은 “오늘 오전 자가검사키트 40개가 들어왔는데 점심시간 중에 모두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이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가 품절된 12시 30분쯤 그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입하’라고 적힌 안내문을 약국 외벽에서 모두 떼어냈다.

이런 가운데 자가검사키트 판매를 인당 5개로 제한하라는 정부 지침도 현장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종로약국 박선규 약사는 “자가검사키트를 인당 5개 넘게 팔면 안 된다는 내용은 뉴스를 통해 알았다”며 “정부나 보건소에서 공문 등이 내려온 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0개, 20개씩 사겠다는 손님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직접 방문한 10개 약국 가운데 정부로부터 자가검사키트 판매 지침을 안내하는 공문을 받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모 약사는 “이런 중요한 내용을 정부가 아닌 뉴스로 먼저 접하는 상황 자체가 어이없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주택가의 한 약사는 “도매상들이 지침을 내리고 자가검사키트는 반품을 안 받는다고 한다”며 “자가검사키트 대란이 언제까지 갈 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네 약국 입장에서는 잘 팔린다고 무작정 도매 주문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못 팔고 남은 것을 재고 처리를 하는 것이 부담이라는 것이다.

◇ 8개 편의점 중 6곳은 키트 판매 안 해

편의점 자가검사키트 수급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오전 종로5가역 인근에 있는 CU, 세븐일레븐, GS25, 이마트24 등 총 8개 편의점 중 자가검사키트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2곳은 키트를 주문했으나 아직 받지 못한 상태였고, 6곳은 아예 키트를 판매하지 않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50대 사장 이모씨는 “현재 우리 편의점에서 한 번에 공급받을 수 있는 키트 개수는 최대 12개뿐”라며 “그러다 보니 물량이 한 번 들어와도 2시간이면 품절된다”고 말했다.

윤모(45)씨는 근무지 주변 약국과 편의점을 여러 곳 방문했으나 자가검사키트를 한 개도 사지 못했다. 그는 “편의점에서도 키트를 구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아무 데서도 사지 못해 허탈한 심정”이라며 “약국이 여럿 모여있는 종로에서도 키트를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다른 지역 수급 상황은 오죽할까 싶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