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가키트 구매제한' 둘째날도 약국 '품귀'·편의점 "안 팝니다"

2022. 2. 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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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약국 10곳 중 4곳 매진
"약국마다 수령한 재고량 달라"
'벌크형' 자가키트 일일이 소분
약국·편의점별로 가격도 천차만별
자가키트 판매않는 편의점 대다수
11곳 중 자가키트 판매처 단 '3곳'
"PCR 검사 늘려야 품귀현상 막아"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 자가검사키트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남은 자가검사키트가 없습니다. 오늘 중으로 재입고 될 예정이어서 나중에 오세요.”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약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려던 한 손님은 이 같은 약사의 대답을 듣고 빈손으로 매장을 나서야만 했다.

정부가 지난 13일부터 자가검사키트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약국과 편의점에서만 구매하도록 한 방침을 시행한 지 이틀째였던 이날도 자가검사키트를 쉽게 구하기는 어려웠다. 대다수 약국에서는 ‘품귀 현상’이 여전했고, 편의점도 판매하지 않는 곳이 아직 많았다. 판매 가격 역시 약국은 자가검사키트 1회분 당 8000원으로 동일했지만, 편의점에서는 매장별로 1만원을 웃도는 등 각기 다른 가격을 제시했다.

이날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 강남구와 경기 고양시 일대 약국 11곳 중 자가검사키트가 매진된 곳은 절반이 넘는 7곳(63.6%)이나 됐다.

이날 오전 찾은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약국에서는 자가검사키트를 2개씩 소분해 팔고 있었다. 이 약국 약사는 “(지난)금요일(11일)에 다 떨어져서 토요일(12일) 아침에 부랴부랴 제품을 들여왔다. ‘벌크형’밖에 없다고 해 갖고 와서 일일이 소분 작업을 했다”며 “다행히 제품을 미리 구해놔서 오늘(14일)은 (제품 물량이)여유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한 약국은 지난 13일 준비했던 자가검사키트 60여 개가 순식간에 팔렸다. 해당 약국 약사는 “평소 주말 손님보다 4~5배 정도 많은 사람들이 자가검사키트를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역시 선릉역 인근의 또 다른 약국에선 25개씩 들어있는 대용량 자가검사키트 박스를 소분하느라 분주했다. 이 약국 약사는 기자에게 “맨손으로 소분하면 키트가 오염될 수도 있기에 수차례 손 소독을 하고 의료용 장갑을 착용한 채 키트를 소분했다”고 강조했다.

매장별로 받은 자가검사키트 물량이 제각각이어서 재고가 남는 약국도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 약국의 약사는 “지난 12일 25개씩 들은 자가검사키트 박스 50개를 받아 넉넉하다”며 “약국마다 사정이 다르다. 원하는 물량을 주문해도 약국마다 보유한 키트가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한 약국의 약사가 25개씩 들어있는 자가검사키트 박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 약사는 “키트 대용량 박스에 설명서가 하나밖에 없어 설명서를 일일이 복사해 소분한 키트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분 과정에서 손 소독은 물론 의료용 장갑을 항시 착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기자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한 약국에서 구매한 자가검사키트. 이 약국에서는 자가검사키트 25개입 대용량 박스를 소분해 1·2·5회분으로 각각 나눠 판매하고 있다. 김영철 기자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3월 5일까지 약국과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를 1인당 5개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자가검사키트가 2개 포장된 제품은 2개만 살 수 있다. 다만, 다른 약국이나 편의점을 옮겨 다니며 구매하는 것은 제한하지 않는다.

다른 편의점과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 탓에 ‘사재기’ 현상이 우려됐지만, 이날 키트를 대량 구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대치동의 한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 2개를 구매한 회사원 유모(33) 씨는 “키트 가격이 한때 천정부지로 올랐다가 오늘(14일) 약국에서 8000원에 살 수 있는 것을 보니,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격이 더 내려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같은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한 김모(38) 씨 역시 “공급량이 많아서 굳이 사재기를 할 것 까진 아니라고 봤다. 가족들이 하나씩 쓸 수 있게 4개만 샀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대. [연합]

이날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 대부분은 아직 판매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의 편의점 11곳 중 3곳(27.3%)에서만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가검사키트 1회분을 각각 1만3000원이나 1만8000원에 판매하는 등 매장별로 각기 다른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자가검사키트를 들여놓지 않았다는 강남구 역삼동의 한 편의점 점주는 “키트를 판매하려면 보건소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등록 과정이 복잡해 아직까진 판매를 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대한약사회의 입장과는 다르게 편의점에선 1·2회분으로 포장된 완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앞서 약사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편의점의 경우)아르바이트 인력이 대부분 근무하는 환경에서 3등급 의료기기를 포장을 뜯고 손을 대 혼합 판매하도록 한다는 조치는 보건의료 전문가 단체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발상”이라고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직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시행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PCR 검사 대상 제한을 완화해야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검사키트 검사는 가정용으로, 현재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에 비해 정확성은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를 하는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 비중을 더 늘려야 자가검사키트 수요도 줄어들어 품귀도 사라질 것”고 주장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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