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 없는 도서관 대세.."공부는 어디서 하나요"
최근 생긴 도서관일수록 이런 경향 강해
지역 공동체 위한 복합 문화공간 지향하지만
유료 독서실 이용 어려운 학생은 울상
부산에 새로 들어선 도서관 대부분이 열람실을 없애는 대신 문화공간이나 편의시설을 배치하면서 진통이 생겨나고 있다. 수험 공간 역할을 해온 도서관을 지역공동체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자는 취지인데, ‘형편이 어려워 도서관에 공부하러 온 이들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는 불만이 속출한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운영 중인 공공도서관은 모두 48곳이다. 지역 대표 도서관인 ‘부산도서관’은 시가, 나머지 도서관은 각 구·군(33곳)과 부산시교육청(14곳)이 관리한다. 이 중 시민이 개인 공부를 하는 공간인 열람실이 없는 곳은 18곳이다.
도서관에 열람실을 따로 두지 않는 것은 최근 생긴 유행이다. 대신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나 카페 같은 편의시설,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을 넣는 추세다. 지금까지 도서관이 공부방의 역할을 해왔다면, 현재는 지역 공동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이렇게 한 건물에 여러 기능을 몰아넣으면 각 건물마다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등의 재정적 제약도 피하게 된다.
이 때문에 2018년 이후 지어진 도서관 11곳 중 9곳이 열람실을 만들지 않았다. 2020년 사상구에 들어선 부산도서관이나 지난해 개관한 금정구 금샘도서관, 지난달 북구디지털도서관을 리모델링해 재개관한 만덕도서관 등 대형 도서관 역시 모두 열람실이 없다.
그러나 열람실 없는 도서관을 반기지 않는 주민도 적지 않다. 만덕도서관의 경우 과거 건물 3층에 있던 열람실을 없애고 ▷작은 영화관 ▷악기 연습실 ▷작가의 방 등 문화 관련 공간을 배치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우리 동네 주민은 공부하려면 구포나 화명, 초읍까지 가야 하느냐”는 불만 민원이 들어오는 것도 현실이다. 대부분 사정이 어려워 유료 독서실을 이용하기 쉽지 않는 학생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시중에서 영업 중인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는 하루 8000~1만2000원 수준의 비용을 받는다. 일주일 정기권을 끊어도 5만~6만 원은 써야 한다. 공부를 하기 위해 한 달에 최소 20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지갑 사정이 넉넉치 못한 취업준비생에겐 교통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푼돈’ 취급하기는 어려운 액수다.
열람실이 사라지면서 독서를 위해 도서관을 찾은 시민도 불편함을 겪는다. 공부를 하러 온 이들이 독서용 좌석을 차지하는 바람에 정작 책 읽는 사람은 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도서관 측에서 이 점을 알고 있지만, 별도 항의가 없는 한 이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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