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하루 이자 1% 줄게" 10억 사기꾼 '옥중 소송' 이긴 이유는

김혜지 기자 2022. 2. 1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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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에게 (차용금액)을 차용하여 (은행 이름)로 매일 (돈)을 입금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를 어길 시 전액 상환할 것을 약속합니다.'

돈을 빌리면 약속한 대로 대주들에게 이자금을 준 A씨.

알고 보니 A씨는 여러 사람에게 돈일 빌린 후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인 소위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반면 B씨는 "A씨에게 교부한 돈의 법적성질은 투자금으로서, 이자제한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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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9천만원 빌렸는데 5억5천만원 받아갔다며 피해자 B씨를 '형사 고소'
법원, 법정 최고 이자 '연 24%' 넘겨 '이자제한법 위반' 인정
ⓒ News1 DB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A는 (○○○)에게 (차용금액)을 차용하여 (은행 이름)로 매일 (돈)을 입금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를 어길 시 전액 상환할 것을 약속합니다.'

A씨가 돈을 빌릴 때마다 대주들에게 써주는 차용증의 양식이다. 이름, 차용금액, 은행명, 상환 금액 부분은 자필로 직접 썼다.

돈을 빌리면 약속한 대로 대주들에게 이자금을 준 A씨. 원금 상환도 꼬박꼬박 해주니 지인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줬다.

A씨는 주로 벼 수매를 명목으로 돈을 빌렸다.

그는 "벼를 사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1000만원 빌려주면 매일 1% 이자를 주겠다"며 지인을 통해 또다른 지인을 소개받아 돈을 빌리고 갚기를 반복했다.

이런 식으로 그가 지난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빌린 돈만 총 33억여원. 이 중 상환액은 23억15353원.

그렇다면 나머지 10억4000여만원은 어디로 갔을까.

알고 보니 A씨는 여러 사람에게 돈일 빌린 후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인 소위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대주들에게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돈을 상환해주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자 A씨는 결국 2019년 5월 사기 혐의로 구속돼 이듬해 7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는 억울했다. 생각해보니 상환한 금액 중 B씨에게 너무 많은 돈이 지급돼 이 사달이 났다고 판단했다.

A씨는 수감 도중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자제한법위반 혐의로 B씨를 형사 고소도 했다.

A씨는 "B씨에게 2억8950만원을 빌리고 5억5090만원을 변제해줬는데 원금과 이자제한법에서 정한 최고이자율(당시 연 24%)로 계산한 이자액을 합산한 금액을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초과 변제된 돈은 부당이득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붙여 자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B씨는 "A씨에게 교부한 돈의 법적성질은 투자금으로서, 이자제한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가 받은 금액 2억5870만원은 부당이득금이라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제12민사부는 지난해 4월 피고는 원고에게 2억5870만원 및 이에 대한 2019년 11월29일부터 지난해 4월14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는 각 금전거래에 관해 원금 보장은 물론 사업의 손익과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의 확정적인 수익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거액을 투자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막상 그 사업의 진행 여부나 수익 구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점 △피고가 상당 기간 원고와 다수의 금전거래를 반복한 점에 비추어 일반적인 형태의 투자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댔다.

형사 재판부도 B씨가 이자제한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다만 이자제한법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폭리행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인데 A씨는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하는 등 경제적 약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고상교)는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이 선고된 원심을 파기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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