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미친로드] 싱싱한 닭· 즉석에서 만든 양념 '촉촉한 만남', 연기 피어오르니 새 옷 입는 맛 '불향의 마술'

김여진 2022. 2. 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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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집 닭갈비
1992년 현 위치 개업 2대째 영업
신선한 재료·부담없는 맛 인기 비결
-산더덕숯불닭갈비
1995년 낙원동서 처음 숯불 피워
산더덕 어우러진 향·매콤한 맛 특징

중식 대표요리 탕수육에 ‘부먹(소스를 고기튀김 요리에 부어먹는 방식)’ vs ‘찍먹(소스를 각자 알아서 찍어먹는 방식)’이 있다면 춘천 닭갈비에는 ‘볶먹’ vs ‘굽먹’이 있다. 철판에 볶아먹는 철판 닭갈비, 숯불에 구워먹는 숯불 닭갈비의 대결이다. 철판 닭갈비를 주문하면 양배추, 고구마, 떡사리가 두툼한 닭다리살과 함께 풍성하게 볶아진다. 숯불 닭갈비는 매운 양념이나 간장, 소금 양념 등이 되어 나온 고기를 손님이 직접 구워가면서 잘라 먹는 방식이다. 강한 숯불향이 입혀진 부드러운 닭고기 살이 철판과 다른 매력을 준다. 

강원 味친로드는 이중 ‘볶먹’ 철판닭갈비 대표로 소양강댐 전통의 강호 ‘통나무집 닭갈비’, ‘굽먹’ 숯불닭갈비 대표로 춘천 중앙로의 ‘춘천 산더덕숯불닭갈비’를 찾았다. 모두 강원 味친로드 미식가그룹들로부터 복수의 추천을 받은 곳들이다.

통나무집 닭갈비 상차림

'볶먹'

■ 춘천 통나무집 닭갈비
1992년 현 위치에 개업한 춘천 통나무집 닭갈비는 소양강댐에 여행오는 관광객들을 겨냥해 처음 터를 잡았다. 당시 신북읍 거리에 닭갈비집은 전무했던 시절이다. 처음부터 닭갈비 식당은 아니었다. 1대 대표인 김형우(68) 전 대표는 소갈비집으로 먼저 식당 문을 열었다. 닭갈비는 아내 황순자(65) 전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통나무로 지은 소갈비 식당 1층에서 조그맣게 닭갈비 장사를 해 보겠다고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얻으면서 성장하게 됐다.

처음에는 뼈 있는 닭갈비를 고집했다. 김 전 대표는 춘천시내 닭갈비 식당들 사이에서 닭다리살을 쓰는 순살 요리가 대세로 자리잡은 이후에도 4~5년간 뼈 닭갈비 메뉴를 더 유지했다. 이것이 단골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지금 이 곳은 김성철(41)·김성인(40) 대표가 이끌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식당운영을 지켜본 이들 형제는 오랜 기간 아르바이트로 직접 일하며 일을 돕다가 8년 전 법인 대표가 됐다.

통나무집 닭갈비

통나무집 닭갈비는 양념을 미리 만들어 두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올 때 마다 만들어 쓴다. 고춧가루와 간장을 주된 베이스로 삼고, 카레를 넣는다. 김성인 대표는 “양념을 숙성하는 집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양념도 그때그때 즉석 조리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다른 곳보다 훨씬 빠른 재료 순환을 통한 신선한 음식 제공이다. 김 대표는 “오래 하면서 분명히 느낀 것은 닭을 포함한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정말 맛이 달라진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양념 등의 맛이 비슷한 집들도 많이 생겨났지만 김 대표는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맵기는 중간 정도다. 어린 아이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무난한 맛이어서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는 것이 김 대표의 얘기다.

철판닭갈비를 주력으로 하던 이 곳은 3년전 숯불 닭갈비 메뉴도 추가했다. 주변에 숯불닭갈비 식당들이 늘면서 찾는 손님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숯불닭갈비는 2호점에서 먹을 수 있다. 숯불은 양념 등을 전혀 다르게 쓰는 메뉴이므로 레시피 연구 등에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자리를 잡았고 단골도 생겼다.

VJ특공대를 시작으로 백종원의 삼대천왕, 맛있는 녀석들, 1박2일까지 인기 예능프로그램과 맛집 관련 프로그램을 섭렵한 통나무집닭갈비는 신북에 2·3호점까지 열었지만 춘천에서의 매출은 이미 포화상태다. ‘웨이팅없이 먹은 후기’와 같은 리뷰가 올라올 정도로 대기는 각오해야 한다. 김 대표는 “수도권 진출 등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보고 있다”고 했다.

법인을 새로 맡은 김 대표 형제는 종업원 근무시간과 급여 등 근로조건 개선에 신경썼고, 사업적으로는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특히 닭갈비 뿐 아니라 쟁반비빔막국수 등 사이드메뉴도 인기다. 겨울메뉴로 빙어튀김도 먹을 수 있다. 닭내장은 당일 정해진 수량만 판매한다.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아 어린이메뉴로 수제돈가스도 따로 준비해 뒀다. 규모만큼 느껴지는 여유다

산더덕숯불닭갈비 상차림

'굽먹'

■ 춘천 산더덕숯불닭갈비

춘천 산더덕 숯불닭갈비는 1995년 춘천 낙원동에 문을 열었다. 길 건너 명동은 닭갈비집들이 이미 성업중이었던 시기다. 하지만 유명한 고깃집들이 더 많이 자리잡고 있는 낙원동에서는 처음 닭갈비 요리를 위한 숯불이 피어올랐고, 이후 낙원닭갈비골목이 형성됐다.

이 집의 별미는 식당 이름이 스포일러. 횡성 청일면에서 가져오는 ‘산더덕’이다. 숯불향과 함께 올라오는 더덕의 향긋함이 닭고기와 어우러진다.

이 곳은 김월예(73) 대표가 마흔 다섯의 나이에 10년여간의 식당 종업원 생활을 마치고 ‘내 가게 마련’의 꿈을 이룬 곳이다. 김씨는 젊은 날 여러 식당의 종업원으로 일하며 창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소고기집, 양식집 등을 두루 다녔는데 “닭갈비집은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했다.

더덕을 곁들이게 된 것은 김 대표가 춘천 후평동의 한 닭갈비 집 직원 시절 만난 손님이 건네준 아이디어 덕분이다.

산더덕 닭갈비 김월예 대표

음식을 가르쳐 달라고 주인에게 부탁하는 김 대표의 말을 우연히 들은 이 손님은 “더덕닭갈비를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명함을 내밀며 이런 아이디어를 준 이 손님은 현직 홍익대 교수였는데 이름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식당을 연 후 한번 모시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죠. 그래도 성함은 잊지 못해요.”

이후 식당은 늘 성업이었다. 연기를 피워낸다고 주변 이웃들의 핀잔과 민원도 들어야 했다.

남편 박종국(76)씨는 2009년 정년퇴직 후 아내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캠프페이지, 금융계 등에서 근무하던 박 씨는 숯불 등을 나르며 손님들을 만나고 있다. 이 때쯤 경춘선 ITX가 개통되면서 손님이 몰려들었다. 아들 박진한(45) 씨가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 일을 돕기 시작한 시기도 이때다. 2011년부터 10년여간 차근차근 일을 물려받고 있다.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은 2019년 10월. 코로나19 확산 직전이다. 가게 이전 후 손님이 밀려들 때 서비스를 풍성하게 주면서 다행히도 코로나 확산 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말에는 포장·택배 서비스도 시작했다. 김 대표 부부의 큰 손주가 이 일을 맡아 배우고 있다.

김 대표의 양념소스에는 갈아낸 더덕이 들어간다. 고춧가루와 간장이 주된 베이스이고 카레와 사과, 바나나 등의 과일도 넣는다. 양념은 1달에 2∼3차례 대량으로 만들어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고기에 버무려 내놓는다.

맵기 정도는 조금 약하게 조절했다. 김 대표는 “서울에서 온 손님들은 너무 맵다고, 이걸 먹으라고 내놓는 것이냐는 말들도 했어. 반대로 식당에 왔던 가수 유열씨는 오히려 더 맵게 해야 한다고 격려해 주기도 했지”라며 “일반 손님들 입맛에 맞춰서 덜 맵게 조절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소금닭갈비는 양념숯불보다는 간이 심심하다. 하지만 파슬리가 올려진 깔끔한 맛 위로 더덕의 향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소금닭갈비를 막국수와 곁들여 즐기는 단골 손님들도 많다.

달큰한 동치미, 양파와 부추가 양념간장에 버무려진 곁들임 반찬이 풍성한 야채와 함께 테이블 위로 올라온다. 반찬은 무제한 셀프. 막국수와 된장찌개도 별미다. 오래된 장을 써 시큼한 맛이 강한 된장찌개는 숯불 요리를 마무리하는데 제격이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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