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입니다, 편파판정 입장 밝힙니다"..유튜브 영상 정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의 쇼트트랙 편파 판정 의혹이 불거진 뒤, 중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선태 감독에게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 유튜브에 ‘김선태입니다’라는 제목의 사과 영상이 올라와 화제다. 알고보니 해당 영상은 김선태 감독과 이름이 같은 충주시 홍보담당관 김선태(35) 주무관이 올린 것이었다.
8일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김선태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썸네일(미리보기)은 아무런 문구가 없는 검은색 배경화면이었다. 10초 분량의 영상에는 검은색 상의를 입은 김 주무관이 등장한다. 그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충주시 유튜브 감독 김선태입니다. 최근 발생한 일들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한다. 영상 내내 그는 죄인처럼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영상 밑에는 “입장 표명 요청이 많아서 저의 입장을 밝힙니다”라는 충주시 댓글이 달렸다. 이 영상은 올라온 지 하루도 안 돼 조회수 24만회를 넘어섰다.
김 주무관은 해당 영상을 올린 이유에 대해 9일 조선닷컴에 “최근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 이후, 구독자분들이 저한테 자꾸 해명을 하라고 하시더라. 경기 보고 너무 화나셔서 이름이 같은 제게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그런 댓글들을 남기신 것 같았다. 경기 보시고 분노하신 구독자와 국민들을 위해 위로와 웃음을 드리고자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검은 옷을 입고, 카메라를 똑바로 보지 못한 건 콘셉트’냐는 질문에 “그동안 물의를 일으켜 사과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을 참고했다”고 했다.
영상은 단 10초짜리로 굉장히 짧지만, 제작하기까지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자칫하면 김선태 감독님을 몰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영상을 제작했다”고 전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구독자들은 “센스 있다”, “까만 배경, 시선 처리, 까만 옷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기획력. 번뜩이는 아이디어. 재치”, “아이디어 대박이다”, “보고 또 봐도 웃기네. 진짜 표정 진지해”, “고급 어그로”라며 환호했다. 반면 관공서 유튜브로 “장난치냐”, “선 넘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 주무관은 “비난 여론 모두 이해한다. 공무원 입장에서 모든 국민들이 저희 영상을 보고 웃으시면 좋겠지만, 모두를 다 만족시킬 수 없다. 충주시 구독자가 20만명이 넘는데, 대부분 2030분들이다. 그분들이 재미있어 하는 영상을 만들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 영상이 위로가 될 것 같았다”라고 했다. “윗분들이 영상 보고 뭐라고 안 하셨냐”는 질문에 김 주무관은 “아직까지 별말은 없으신대, 들리는 소문으로는 혼낼라고 준비하신다더라”며 웃었다. 9일에도 많은 쇼트트랙 경기가 예정돼 있는데, 혹시 또 관련 영상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는 “아,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고 했다.
한편 충주시 유튜브 채널은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 중 가장 핫하다. 충주시 홍보담당관인 김 주무관이 아이디어 기획부터, 출연, 촬영, 편집까지 혼자 다 한다. 올라오는 콘텐츠들은 기존 관공서 유튜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B급 감성’이 충만하다. 요즘 유행하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시정 홍보에 적절히 녹여내 2030 구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홍보한 ‘공무원 관짝춤’은 조회수가 717만회를 넘겼고,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악성 민원인 영상은 188만회를 넘겼다. 김 주무관의 색다른 기획력으로 충주시 유튜브는 2019년 4월에 개설돼, 작년 8월 구독자 20만명을 돌파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20만명을 넘긴 건 충주시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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