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더한 감성 여행에 '한 번쯤 멈출 수밖에'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한 번쯤 멈출 수밖에 '없는 풍경에 걸음을 멈추고 오롯하게 그 장소, 그 시간을 즐기는 자유를 제대로 누려본 게 언제였을까.
여행은커녕 외출조차도 최대한 자제했던 코로나19 초반, 필자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유독 '여행'을 앓았다. 평소엔 시간이 없다며 떠날 수 없었건만 막상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간절해지고 만 것이다. 그때 찾은 임시방편은 여행 가이드의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동영상을 찾아보고, 세계 유명 여행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CCTV를 찾아 틀어두는 등의 '랜선 투어'. 눈으로, 귀로나마 충족시키자 갇힌 듯했던 답답함은 다행히 잦아들었다.
마스크 쓴 얼굴은 이제 일상이 됐지만, 여전히 여행을 떠나려 마음먹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전보다 더욱 많은 것들에 예민해지고 신경을 쏟게 되는 팬데믹 현실. 그래서일까. 지난해 가을, 가수 이선희가 출연한 KBS1 '한 번쯤 멈출 수밖에'는 여러 의미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가수 이외의 활동을 좀처럼 볼 수 없던 이선희의 다큐멘터리 출연부터 우리나라 곳곳의 '한 번쯤 멈출 수밖에' 없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선희와 길동무(가수 악뮤, 방송인 이금희, 작사가 김이나)와 나누는 진솔한 대화 덕분이다. 이들은 전라남도 순천, 전라북도 완주, 강원도 춘천의 길 위에서 요즘의 고민과 관심사, 마음속 이야기 등을 나눴다. 차근차근한 말투로 나누는 대화, 간간이 노래까지 더해진 여행기는 랜선투어 그 이상의 만족으로 다가왔다.
3부작의 아쉬움이 잊힐 즈음 '한 번쯤 멈출 수밖에'(이하 '한 번쯤')가 돌아왔다. 정규 편성과 함께 KBS2로 자리를 옮긴 '한 번쯤'은 잊고 살았던 노래와 마음에 담고 싶은 풍경, 그리고 친구가 건네는 위로와 나를 찾아 떠나 한 번쯤 멈추고 싶은 풍경들 속에서 노래와 함께 하는 감성 로드 여행 프로그램이다. 파일럿 당시 홀로 길동무를 맞이했던 이선희는 20년 지기 절친이자 방송인 이금희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서로의 눈만 봐도 서로를 아는 듯한 두 친구는 '따로 또 같이'라는 콘셉트로 서로의 여행 스타일과 시간을 존중한다. 그렇게 가수 최백호와 윤도현, 배우 문정희와 곽도원 등을 길동무로 초대, 우리나라 곳곳의 길을 밟는다. 산을 오르고, 갈대밭을 거닐고,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거나 모닥불을 보면서,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덜어내는 시간도 갖는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과 삼척, 제주도까지. 분명 익숙한 여행지임에도 '한 번쯤'에 담긴 그곳들은 어딘가 더 특별하다. 아마도 이선희와 이금희, 그리고 여행을 함께하는 길동무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추억이 함께하는 탓이다. 부산에서 만난 부산 출신 최백호는 첫사랑 이야기부터 아버지 이야기 등등 여행지 곳곳에서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고성 여행을 통해 이선희 이금희와 찰떡같이 어우러진 문정희는 다시 한번 여행을 함께하며 완벽한 '희자매'로 거듭난다. 두 번의 여행에서 문정희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와 지난 연기들에 대한 후회 등 아픔을 털어놓는다. 이에 연예계 선배이자 인생 선배인 두 언니가 경험을 공유하고, 애정 어린 조언도 선사한다. 윤도현 곽도원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도 마찬가지. '한 번쯤'이 주는 특별함은 앞으로 펼쳐질 여행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아니 빠져선 안되는 묘미 '먹을거리'도 알차게 볼 수 있다.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먹느냐가 다른 것 같다"던 제작발표회 당시 이선희의 발언처럼, 그 장소‧그 시간에만 맛볼 수 있는 지역 제철 음식을 맛보고 길동무와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리 치유'되는 기분을 선사한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추억을 쌓는 일"이라던 이금희의 말처럼 매회 '한 번쯤'만의 특별한 추억이 더해진다.
빡빡한 일상, 도시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 여백과 쉼을 느낄 수 있는 시간. 평화로운 풍경으로 시청자를 초대하는 '한 번쯤'. 프로그램 제작발표회 당시 "나는 가끔 한 번 길을 가다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로수길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선희는 자신이 "여행을 통해 받았던 느긋함, 삶에 대한 여유로움을 '한 번쯤'을 통해 전해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짧은 시간이나마 여유로운 이들의 걸음에 동행하다 보면 어느새 잔잔하고 편안한 위로를 받은 나를 발견한다. '가끔은 삶에 쉼표도 괜찮지 않냐'는 질문에 고개 끄덕이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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