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든 월세든 등골 휘는 건 매한가지..무주택자 위한 대안은?

이소은 기자, 권화순 기자 2022. 2.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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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전세 NO, 월세로 할게요(下)

[편집자주] 집주인들은 저금리 시기에 전세보다 월세를 받고 싶어 한다. 금리가 오르면 반대가 된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이 오히려 월세를 원한다.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세입자가 월세를 더 선호하는 현상은 전세의 소멸 징후일까, 일시적인 현상일까.

박근혜 "전세시대 간다, 추억될것" 역풍맞은 정부 '딜레마'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12월 거래 건수는 493건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대출규제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 매도자도 매수자도 급히 거래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이날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2021.12.31/뉴스1
"어차피 전세 시대는 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2월 열린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전세의 종말과 월세시대의 시작을 선언했다. "전세라는 것은 하나의 옛날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리고 두달 뒤인 4월 월세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총 동원된 '서민·중산층 주거대책'을 발표했다.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과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 민간임대주택을 당초 계획보다 5만 가구씩 더 확대해 총 3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골자였다. 천편일률적인 전세임대 방식에서 벗어나 임대주택 공급 다양화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끝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당시 전세난이 시급한 상황에 월세형 주택인 뉴스테이, 행복주택 확대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 제도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달이 월 주거비를 지출해야 하는 월세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되려 정부가 '전세의 종말'을 부추긴다는 반발을 사면서 리모델링 지원, 전세대출 제한 등의 시도는 중도 포기 수순을 밟았다.

박근혜 정부시절 "전세 소멸" 정책했다 역풍맞은 정부, 월세시대 대책이 안보인다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임대차 방식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윈윈'하는 임대방식이었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인 목돈을 거치하고 그기간에 돈을 모아 내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었고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무이자 조건으로 목돈을 빌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 가 탄생했다. 갭투자는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소액으로 집을 매입하면서 추후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갭투자 열풍은 최근 집값 급등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매매시장 관점에서 보자면 전세의 종말은 갭투자의 종말, 집값 상승요인의 제거를 의미한다. 그런면에서 전세의 월세화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임대차 시장에서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 격차가 심화된 가운데, 월세 부담이 증가하면 근로소득자만 힘들어진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1순위 정책 과제로 꼽으면서도 갭투자를 차단할 수 있는 전세 제도를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근본 원이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 제도가 나쁘다, 좋다 판단할 순 없지만 분명한 것은 무주택자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전세는 집값이 상승한다는 전제 하에서 성립되는 제도인데, 상승에 대한 이득을 집주인이 혼자 다 누리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세입자도 값싼 전세로 거주하면서 함께 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전세대출 부담이 커진 세입자가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정부도 전세의 월세화가 연착륙 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월세 대책으로 올해 한시적으로 공제율을 12~15%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최고 공제금액 기준 약 15만원 늘어난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1년 한시라는 한계가 지적된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주거 점유 형태 가운데 월세가구는 478만8000가구였다. 월세 공제를 받은 사람(53만7064명)이 전체 월세 가구의 약 11% 수준에 그쳐 대상 확대도 필요하다.

무주택자 위한 나라는 없다?.."월세도 대출이자도 비싼데.."

전세대란이 지속되며 정부가 오는 19일 추가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8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셋값 상승, 급격한 월세화 등으로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주거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공공기관에 되파는 조건으로 분양하는 '환매조건부' 주택, 장기전세주택인 '상생주택' 등이 대표적이다. 목돈이 없는 수요자들을 위해 보증금과 월세 수준을 다양화 해 보증부월세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환매조건부, 상생주택 등 전월세 대안으로 제시돼

환매조건부 주택은 공공기관이 아파트를 건설해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다시 사들이는 방식이다. 무주택자는 저렴한 값에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공공기관이 매수함에 따라 투기 수요 차단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분양자가 공공에 매각하면서 포기하는 시세차익이 곧, 거주하면서 내는 월세와 동일한 개념인 셈이다.

2020년 12월 주택법 개정으로 앞으로 분양하는 모든 토지임대부 주택은 환매조건부로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한 채 일정기간 빌려주는 주택인데, 비인기지역에서는 인기가 낮고 강남권에서는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환매조건부를 추가 도입한 것이다.

주거 안정과 투기 차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장점에 환매조건부 주택은 2022년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공공분양 주택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무주택 청년을 위한 '청년원가주택'을 환매조건부 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안철수 후보도 '토지임대부 안심주택' 100만 가구 중 절반을 청년에 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입자 선택폭 넓히려면 보증부월세 시장 확대돼야

전문가들은 환매조건부 주택이 성공하려면 시세 대비 공급되는 분양 가격 수준에 따라 환매 조건을 차등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예컨데, 시세의 50% 이하 수준으로 분양 받으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지만 시세의 60%, 70%, 80% 수준으로 분양 받으면 시세차익을 차등 허용하는 방식이다.

오세훈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시즌2로 불리는 '상생주택'도 월세화 시대의 주거 대안으로 꼽힌다. 상생주택은 준공 시 건물은 서울시에서 매입하고 토지는 사업자로부터 20년 간 임차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매입한 건물은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용되며 추첨을 통해 동호수를 지정해 소셜믹스를 추구한다. 전세가 귀한 시대에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임차인이 주거 선택의 폭을 넓게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수준의 보증부 월세 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목돈이 없는 청년이 서울에서 월세를 구하려면 보증금 1000만~5000만원에 월임대료 70만~90만원인 오피스텔과 보증금 3억원에 월 임대료 40만원인 아파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두 주거시설의 주거서비스와 보증금 수준이 현격히 차이남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보증금 수준을 다양화 한 보증부월세를 도입해 원하는 주거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순수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되,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월세세액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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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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