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HDC 아파트 붕괴 한 달, '원인·책임규명' 수사 탄력

변재훈 2022. 2. 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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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무단 시공 변경·동바리 철거 등 붕괴 원인 집중 조사
현대산업개발 발뺌…하청사 '시공사 지시' 진실 공방
불법 하청 대리 시공·민원 묵살 의혹 등도 수사 대상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2.01.12.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한 달여 만에 피해자 수습이 모두 끝나면서 경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붕괴 원인·책임을 놓고 현대산업개발과 골조 하청업체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경찰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객관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구체적 혐의를 가려낼 방침이다.

8일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수사본부는 화정아이파크 201동 구조물 붕괴의 주요 원인을 PIT층(배관 등 설비 층) 내 무단 시공 변경과 동바리(지지대) 조기 철거 등으로 보고 있다.

201동 39층 동쪽 바닥 슬래브는 높·낮이 차가 있어 철근이 없는 콘크리트 받침대 '역보' 7개가 설치, 지탱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용 화단 등이 들어설 39층 동쪽 바로 아래에 위치한 PIT층(배관 등 설비층)은 다른 구역보다 35~60㎝ 낮게 설계됐다.

골조 하도급 업체는 높이가 낮아 설치가 어려운 동바리를 대신해 '역보'를 설치했다. 역보는 정확한 계측이 필요하지만, 자체 무게만 40~50t(추정치)에 이른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수사본부는 붕괴 형태 등으로 미뤄, '역보' 자체 하중이 건축물에 무리를 줬다고 보고 있다.

다른 구역에서 확인된 PIT층 내 데크 플레이트를 활용한 타설 공법도 큰 폭의 변경인 것으로 수사본부는 보고 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후 아파트 39층을 받치고 있는 피트층 내부에 기둥이 세워져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2. photo@newsis.com

39층 타설 공정 중 아래 3개층(PIT·38·37층)에 설치됐어야 할 동바리가 조기 철거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붕괴 당일 39층 바닥 타설 공사가 시작됐지만 36층과 37층은 지난해 12월 29일 동바리가 제거됐다. 이틀 뒤 제거된 크레인을 이용해 동바리를 지상으로 옮겼다.

38층에 설치됐던 동바리는 사고 나흘 전인 지난달 8일 해체한 뒤 지상으로 내려졌다. 이후 39층 타설 때 다시 동바리를 건물 내로 들여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 시방서 상 '거푸집·동바리 일반사항'에는 30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때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진행되는 층 아래 3개 층은 동바리 등 지지대를 받치도록 돼 있다. 현대산업개발 시공 지침에도 같은 내용이 명기돼 있다.

수사본부는 역보, 데크 플레이트를 활용한 39층 타설 공정이 전문 구조 안전 검토와 구조 계획 재심의를 받아야 하는 '설계 변경'에 해당되는지 국토교통부에 질의했다. 국토부 회신 결과를 토대로, 수사본부는 역보·데크 플레이트 공법이 무단 시공 여부인지 가려낸다.

수사본부는 골조 공정 관련 구조물 반입·설치·철거 등에는 시공사, 감리단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원청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골조 하청사에서 알아서 한 일이다', 'PIT층 역보 설치 등은 단순 시공 변경에 불과하다' '모른다', '최선을 다 했다'며 혐의를 적극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하청사 측에서는 경찰에 ' '원청 시공사 지시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시공사 HDC 소속 직원인 2공구 현장 담당자의 지시로 동바리를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감리단은 '공법 변경에 대해 구조 검토를 하려 했다. 서류를 보여 달라고 했으나 안 보여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에서 드러난 객관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현대산업개발 본사 등 45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 혐의를 가려낼 계획이다. 겨울철 콘크리트 부실 양생에 따른 강도 문제,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에 따른 부실 공사 의혹 등도 들여다 본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건축물 붕괴 사고 나흘째인 14일 오후 경찰이 공사 현장 내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감리사무소, 관련 업체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2.01.14. sdhdream@newsis.com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과학적 검증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붕괴 경위를 규명한다.

구조 마무리에 따라 조만간 현장 감식을 통한 추가 물증 확보에도 힘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 재해 관련 조사 내용도 꼼꼼하게 검토한다.

이 밖에도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 재하도급 대리 시공 의혹, 행정 당국의 안전 민원 묵살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수사본부는 붕괴 사고와 관련이 있는 56명을 조사해 11명을 입건했다. 입건한 11명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6명(업무상과실치사상 등), 감리 3명(건축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하청업체 대표 1명(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하청업체 현장관계자 1명(업무상과실치사상)이다.

한편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께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내려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 노동자 6명은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8일까지 차례로 수습됐으나 모두 숨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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