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14조 추경' 버티는데..여야는 '김혜경 vs 김건희' 대리전
여야가 7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대리전을 펼쳤다. 두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와 김건희씨를 둘러싼 공방을 벌이는 한편 윤 후보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모두 추경안 증액이 시급하다면서도 정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기존 논리를 반복하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당 시간을 이재명·윤석열 후보 및 배우자 김혜경·김건희씨를 겨냥한 네거티브(비방)에 썼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김부겸 총리에게 "이재명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들로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도지사 비서실에 근무하던 A씨가 일과시간 업무 중 90% 이상을 김씨의 사적 용무 처리하는 일이라고 할 정도로 상습적으로 일이 벌어졌다"며 "사적 용무를 시키는 것을 볼 때 (이 후보 부부가) 경기도의 왕과 왕비로 군림한 게 아닌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방지법, 김혜경방지법을 제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마저 든다"고도 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황제 의전, 사적 심부름 등 갑질 문제와 관공서 법안카드를 통한 횡령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된다"며 "이 중 대리처방 문제는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모 사무관이 전달받은 약을 자신이 복용했다고 주장하나 작년말까지 난임 치료를 받았다고 알려진 배 모 사무관이 작년 3월에 임신 금기약을 복용했다는 것을 누가 믿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반격에 나섰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총리에게 "김씨가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를 보면 근무기간은 2002년 3월1일부터 2005년 3월31일"이라며 " 협회는 2004년 6월29일 설립됐다. 협회가 설립되지도 않은 시점부터 근무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림성심대, 서울대, 수원여대, 한양대, 국민대 등 5개 학교에 제출한 허위 및 날조 경력이 20여개에 달한다고 지적한다"며 "참여한 적도 없는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수상했다고 기재했다. 2004년 대상을 수상한 제작사는 김씨와 일한적도, 만난적도 없다고 증언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의 사드 배치 공약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예결위 회의장에 나왔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최근 윤 후보가 충청권에 사드 배치를 주장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다"며 "국민의 생존이나 시민의 삶과 관련된 문제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지도자나 정부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이같은 전철을 밟는 듯 하다"며 "혐오시설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일방적으로 이전·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정작 추경 증액 논의는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여야 모두 정부가 제출한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증액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증액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홍 부총리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대체로 현장 목소리와 해외 사례를 강조했다. 이장섭 민주당 의원은 김 총리 등에게 "소상공인을 만나는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명절 전후로 많은 분들을 만났다. 오히려 체념하고 있어서 이야기가 덜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기대 의원은 △캐나다에서 3억7000만원을 받은 숙박업자 △미국 급여보호프로그램으로 1억6000만원을 받은 사례 △프랑스에서 1억3000만원을 받은 한식당 운영자 △협력금과 임대료 명목으로 매출에 상관없이 약 1억원을 지원받은 일본 자영업자 등을 소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50조원 규모로 추경을 확대하자면서도 일제히 재원 마련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제안했다. 윤영석 의원은 "뼈를 깎는 개혁과 혁신을 하지 않고 자꾸 국가 국채만 늘려서 미래 세대에 빚을 전가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그래서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기존의 반대 입장을 반복했다.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홍 부총리는 "(여야가 주장하는) 35조~50조 규모의 증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명백히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 입장은 아니"라며 "저에게는 재정과 경제정책 전체 운용에 책임이 있다"며 "(추경은) 소상공인 지원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물가, 국고채 시장, 국가신용등급,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출 구조조정 요구에는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에서 10조원 깎겠다고 하면 여야가 합의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지역구 사업을 중시하는 의원들의 현실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가세했다. 김 총리는 "국회에서 나오신 말씀대로 여야가 (주장하는) 35조원, 50조원을 저희가 어떻게 감당하나"라며 "세출 구조조정이라고 해도 몇십조씩 들어내면 앞서 본예산을 짤 때 비전 없이 주먹구구로 했다고 얘기하는 꼴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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