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안전'시대라더니.. 근로자 입문 안전교육은 '4시간', 그나마 날림으로

유병훈 기자 2022. 2. 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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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건설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휩싸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건설 근로자에 대한 안전 교육이 날림으로 이뤄져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를 통해 건설업체만 압박할 것이 아니라 국가부터 현장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내실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14년 12월 이후 모든 건설 현장 근로자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1회 이수하고 이수증을 제출해야 건설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에 따른 것이다.

교육은 ▲건설 일용근로자와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령 주요 내용과 안전의식 제고에 관한 사항 1시간 ▲작업별 위험요인과 안전작업 방법 2시간 ▲건설 직종별 건강장해 위험요인과 건강관리법 1시간 등으로 구성된다.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외에도 ▲분기별 정기교육 ▲사업장별 교육 ▲직별 교육 등이 의무화되어 있다.

문제는 해당 교육이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 교육과 안전 의식 함양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관계 법령상 교육 시간이 4시간에 불과해 안전 관련 내용을 숙달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건설 현장의 안전기사 A씨는 “고작 4시간의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으로는 현장의 수많은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면서 “분기별 교육이나 직별 교육의 경우 일용직 근로자, 단기계약 근로자처럼 잠깐 스쳐 갈 인력에게까지 충실히 교육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했다. 또 사업장간 차이도 크다고 했다. 대기업 건설사는 1~2시간 이상 제대로 교육하지만, 중견 건설업체만 하더라도 교육 내용이 부실하거나 공기(工期)에 쫓겨 아예 교육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지난해에는 교육기관과 교육 인원이 오히려 줄었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제출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기관은 지난 2019년부터 각각 ▲85개소 ▲78개소 ▲73개소로 줄었다. 같은 기간 피교육 인원도 34만3580명에서 28만1125명으로 감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육장 내에도 거리 두기가 이뤄지면서 교육 전달 체계는 물론 교육의 질까지 저하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민간교육 기관에 위탁 관리하는 점도 교육이 부실화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임이자 의원실 관계자는 “공단이 위탁 기관을 관리하기는 하지만 관리 방안이라는 게 분기별 1회 불시점검, 월 2회 영상점검에 그치고 있어 관리 체계가 허술한 편”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교육에 참여했던 한 건설 근로자는 “시간만 때우면 되는지라 수업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건설 현장에 늘어가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역시 문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를 기반으로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국내에 체류한 건설업 종사 외국인 노동자는 약 약 21만 2300명으로 전체 건설근로자의 11.1% 규모였다. 하지만 이 통계는 불법 체류자를 제외한 수치라 실제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외국인 노동자용 자료를 만들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적은 다양한 데 반해 교육언어는 현실적으로 한국어로 통일할 수밖에 없어 교육 효과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개개의 외국인 노동자에 맞춰 안전자료를 배부해야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교육장이 흔치는 않다”고 말했다.

최수영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설령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의 콘텐츠 수준을 적절하게 갖췄더라도 교육 현장에서 전달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는 별개 문제”라며 “단순히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안 외에도 전달체계까지 내실을 갖추려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안전관리자들은 자주 바뀌는 건설 안전 관계 법령들도 교육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한 현장 안전 관계자는 “매년 바뀌는 안전 법규를 교육하는 사람도 전부 기억하기 힘들 정도인데, 교육받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나”라며 “단적으로 최근 ‘비래(飛來) 재해 주의’를 ‘날아옴 재해 주의’로 표현만 바꿨는데도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권에서 안전 법규에 대한 욕심이 앞서 법규를 너무 많이 고친 탓에 교육에 방해가 된 감도 있다”면서 “안전 문화를 체득시킬 수 있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교육 시간을 늘리고 교육 이수에 대한 평가를 추가하는 등 제도를 적극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은 “후진국형 인재(人災)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산재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설 현장에 투입되기 위한 전제조건인 기초안전보건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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