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익 SBS PD "민주당 항의로 프로그램 하차"
[경향신문]
‘이 카드 저 카드로…’ 가사 담긴 곡
따라 부른 뒤 “의미심장” 발언 논란
사측 “공정성 훼손”…노조 반발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하는 이재익 PD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말했다. SBS 노조는 이 PD의 하차를 결정한 회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SBS 측은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 때문에 이재익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 PD는 지난 6일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려 “주말 사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의 항의가 들어왔다”며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아 당장 내일(7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PD는 지난 4일 첫 곡으로 나간 DJ DOC의 2010년 발표곡 ‘나 이런 사람이야’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고’라는 가사와 이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당일 방송에서 가사를 따라 부른 뒤 “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돼요. 이런 사람이 넷 중에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았어요. 여러분들 머릿속에 있겠죠. 이런 가사를 들었을 때”라고 말했다.
이 PD는 블로그 글에서 “(4일 방송 당시) 제가 의도한 방향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이었다.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며 “제 의도와 달리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고 했다. 이 PD의 발언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인 이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 PD는 2020년 6월부터 시사와 예능을 오가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해왔다. 7일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PD의 하차에 반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있다.
SBS 라디오센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SBS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 이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해 결정되었다”며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사측이 해명했으나 내부 비판은 이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매일 정오에 청취자를 찾아가던 진행자가 민주당의 항의 한마디에 교체됐다”며 “항의와 교체 사유는 황당함을 넘어 낯부끄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라며 “노조는 이번 사안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신속히 개최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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