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꿈 보다 해몽

차진영 기자 2022. 2. 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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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부장

700년을 넘게 산 늙은 멸치가 어느 날 잠을 자다가 자신이 구름을 탄 채 승천한 뒤 더웠다 추웠다 하다 눈이 내려오면서 땅에 내려오는 꿈을 꿨다.

멸치는 하인인 가자미에게 1000년을 넘게 산 해몽가인 망둥어 노인을 모셔오라고 얘기했다. 가자미는 서둘러 서해로 달려가 망둥어를 모시고 왔다. 멸치는 망둥어를 보고 버선발로 달려가 웃으면서 반겼지만 수고한 가자미에게 빨리 주안상을 가져오라고 면박을 주었다. 가자미는 주인에게 수고했단 말 한 마디도 듣지 못하고 면박을 받아 화가 났지만 참았다. 멸치가 망둥어에게 자신이 꾼 꿈을 얘기하자 조용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구름은 용들을 모시고 가는 것이고 더웠다 추웠다, 눈이 내린다 하는 것은 용들이 다루는 기후의 능력. 필시 당신이 용이 되어 이 바다를 지배할 꿈입니다."

그 말을 들은 멸치가 기뻐하자 가자미가 반박하고 나섰다.

"그 꿈은 나리께서 죽는 꿈입니다. 승천하는 것은 어부가 나리를 낚아 올리는 것이고 더웠다 추웠다 하는 것은 나리가 석쇠에 구워지는 것, 눈이 내리는 것은 소금이 뿌려지는 것이니 이는 필시 인간들 식사거리가 되는 거예요"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속담의 교훈이 담긴 전래동화 '멸치의 꿈' 이야기다. 지난 3일에 개최된 대선후보 4자 토론이 끝난 이후 각 진영에서 토론결과를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있다.

특히, RE100에 대한 평가는 정당별로 크게 엇갈렸다. 정미경 최고의원은 윤 후보가 "가르쳐 주시겠냐"고 되 물어본 것에 대해 가장 돋보이는 명장면이었다고 꼽으며 토론을 가장 잘했다고 평가했다. 여권은 국제적 차원에서의 재생에너지 활용 캠페인인 'RE 100'는 향후 국내 기업들의 경제 흐름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다. 단순히 모른다고 넘길 정도로 사소한 문제도 아니다며 평가했다. 언론에서도 전문용어를 모를 수 있다며 장학퀴즈가 아니다는 평가와 삼겹살 가격을 모르는 것처럼 쉽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각각의 지지자들도 토론에 대해 사실관계나 문제의 심각성을 떠나 '꿈 보다는 해몽'을 하고 있다. 멸치를 용왕으로 만들고 싶은 망둥어도 다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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