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도, 아빠도 좋아했던 그 식당이 사라졌다..노포의 눈물

박나은,한상헌 2022. 2. 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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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통 서대문 통술집 등
매출 타격 못 버티고 문닫아
대학가 백반집도 잇단 폐업
재건축에 새로 이전하기도
단골손님들 "추억의 장소들
하나씩 없어지니 씁쓸해져 "
지난달 3일 폐업한 서울 서대문구 `통술집` 문에 `고마움과 아쉬움을 남깁니다`라는 제목의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고향 같은 곳을 떠나온 거죠. 아쉽지만 명맥을 이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해요."

57년째 이어져 온 떡갈비 집 '동신명가'를 운영하는 박영수 씨(69)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있던 매장을 정리하고 기존 매장 크기의 절반도 안 되는 서초구 작은 매장으로 사업장을 옮겼다. 코로나19 이후 식당 매출이 50% 이상 줄어들자 대출과 지원금으로 매장을 유지했지만 상황이 길어지자 그마저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박씨는 "부모님 대부터 내려온 식당의 명맥을 끊을 수 없었다"며 "앉아서 죽을 수는 없으니 매장 크기를 줄여서라도 명맥을 유지하고자 이전을 결심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동신명가처럼 자리를 옮겨서라도 간신히 전통을 이어가는 곳도 있지만 영업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이미 폐업한 곳도 많다. 6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불황과 재건축 등을 이유로 지난해 여러 노포 음식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60년 동안 영업했던 '통술집'이 폐업했고, 20년도 7월에는 서울 명동에서 50년 동안 비빔밥을 판매했던 '전주중앙회관'이 영업을 종료했다. 지방 노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에는 대구 중구에서 40년간 육개장을 판매한 '진골목식당'이 문을 닫았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30여 년 전통의 중국집 '초유향'은 지난해 10월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휴업을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은평구에서 40년 넘게 자리 잡았던 중국집 '신도각'도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폐업을 결정했다.

대학가 앞을 지키던 추억의 식당들도 비대면 수업 확산으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고려대 앞에서 10년 넘게 영업하며 학생들의 점심 약속 장소로 인기가 많았던 중식당 '용초수'도 지난달 29일 문을 닫았다. 성균관대 앞에서 30년 넘게 영업했던 백반집 '제일미가'도 지난해 폐업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의 배를 채워주던 식당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자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각 지역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도 노포들이 이전하거나 폐업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중국집 '진주성'은 상가가 포함된 반포주공 지역이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가게를 폐업했다.

실제로 폐업을 희망하는 자영업자 수는 계속 늘고있다. 지난해 11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희망리턴패키지'에서 지원 받은 소상공인 사례는 총 2만5410건으로 2017년 2918건 대비 8.7배 급증했다.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은 폐업 예정 소상공인들에게는 폐업 지원을, 폐업 이후에는 취업·재창업·업종 전환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의 신속한 재기를 돕는 제도다.

또 지난해 9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4명(39.4%)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 중 94.6%는 '경영 부진'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식당 매출이 감소했지만 특히 노포의 경우 실내가 좁거나 시설이 노후화된 경우가 많고 매장 규모가 크더라도 영업자의 나이가 많아 변화하는 흐름에 편승하기가 힘들어 영업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동신명가를 운영하는 박씨는 "최대한 공부해서 따라가려고는 하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아무래도 뒤처지게 된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추억의 식당들이 사라지자 아쉽다는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전 모씨(27)는 "집 근처에 자주 가던 노포가 있었는데 매출 타격으로 최근에 장사를 접으셨다"며 "노포의 맛을 볼 수 없다는 것도 슬프지만 그곳에 담긴 추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고려대 졸업생 김 모씨(29)도 "새내기 시절 선배와 밥 약속을 했던 식당들이 얼마 전 방문하니 거의 없었다"며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지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나은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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