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 팝니까"..약국 진단키트 '품절대란'에 헛걸음

이소현 2022. 2. 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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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 있는 한 공공 야간약국은 설 연휴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하려는 이들이 몰려들면서 자가진단키트가 금세 동났다.

이곳을 운영하는 약사는 "약국 몇 군데를 돌다가 자가진단키트가 품절 안내에 화를 내는 손님들도 있었다"며 "어제 하루만 최대 400명의 손님이 헛걸음을 했다"고 했다.

설 연휴 이후에 자가진단키트 수요가 많아 물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각 약국이 부담해야 하는 재고관리 리스크도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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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전후로 자가진단키트 수요 많아져
"키트 찾는사람,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어"
"공급 물량 적어"..'마스크 대란' 재연 우려
약국서 당장 검사하려는 이도..'골치'

[이데일리 이소현 김윤정 기자] “도대체 자가진단키트를 어디서 파는 겁니까”

서울 강북구에 있는 한 공공 야간약국은 설 연휴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하려는 이들이 몰려들면서 자가진단키트가 금세 동났다. 이곳을 운영하는 약사는 “약국 몇 군데를 돌다가 자가진단키트가 품절 안내에 화를 내는 손님들도 있었다”며 “어제 하루만 최대 400명의 손님이 헛걸음을 했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가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쓰여있다.(사진=김윤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치료 체계가 개편된 첫날인 3일 이데일리 취재진이 강북구와 종로구, 서대문구 등 약국을 돌아본 결과 자가진단키트가 품절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설 연휴 이후에 회사에 음성확인을 제출해야 하는 사람을 비롯해 추운 영하 날씨에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서 2~3시간 이상씩 대기가 길어지자 대신 약국을 방문하는 이들이 급증해서다.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하는 이 공공 야간약국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자가진단키트가 품절된 상황이었다. 이날 오후에 총 120개가 입고 예정이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넉넉하지 못해 하루 만에 동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곳 관계자는 “병원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하길 꺼리는 분들도 있어서 약국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물량이 딸린다”며 “내일 물량도 전화로 주문해 놨지만,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방문한 수유역 부근 한 약국에는 ‘자가키트 품절’이라고 손으로 급하게 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약국을 운영하는 박모(49)씨는 “설 명절 시작 전에는 자가진단키트를 주문하면 바로 입고가 됐는데 지금은 주문을 해도 택배가 안되다 보니 물량이 없다”며 “설 명절 전후로는 한 사람이 두 개씩 사가기도 하고, 찾는 이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 약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장예린(32) 약사는 “명절 전후로 자가진단키트를 많이 찾아서 품절”이라며 “오늘 오전에만 10명 넘게 왔지만, (품절이라) 판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발생한 ‘마스크 대란’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약사는 “약국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물량이 조금씩밖에 풀리지 않는 구조라서 ‘마스크 대란’처럼 시민이 구하러 돌아다니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가진단키트를 구하러 일하는 분들은 근무시간에 일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휴게 시간까지 할애하고 있다”며 “공적마스크를 팔 때처럼 품절 여부를 표시하는 시스템을 자가진단키트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 연휴 이후에 자가진단키트 수요가 많아 물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각 약국이 부담해야 하는 재고관리 리스크도 발목을 잡고 있다. 강북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 변경 전에는)가져다 둬도 잘 안 팔렸는데 이제 가져다 놓으면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라 가늠을 못하겠다”며 “대형 병원 옆에 있는 약국이야 문제없지만, 영세 약국은 왕창 들여놓고서 안 나가면 떠안아야 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가진단키트는 반품이 불가한 상품”이라며 “무리해서 많이 쟁여둘 여력이 안 되니 물량보유를 판단하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아울러 자가진단키트를 약국 내에서 사용하려는 고객에 대한 안내도 골칫거리가 됐다. 혜화역 인근에 있는 한 약국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약국 내에서 자가진단키트를 뜯어 바로 검사하려고 해 제지하기 일쑤”라며 “분비물이 묻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검사한 자가진단키트를 들고 와 제대로 됐는지 확인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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