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발에 차이는 동네, 드론·커피·와인·퀼트 공방이 잇다

박경일 기자 2022. 2. 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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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골목 여행의 명소 중 한 곳인 대동 하늘공원에 올라 내려다본 대전 시내 야경. 하늘공원이 있는 대동은 대전의 오래된 달동네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 골목에는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대전에는 유명한 관광명소가 없어서 오히려 골목과 동네의 작고 소박한 명소가 더 잘 보인다.
인물사진 왼쪽부터. 우리마을 2대학 ‘와인문화와 소믈리에’ 박한표 학장과 1대학 ‘드론과 사진’의 신동훈 학장. 우리마을 3대학 ‘커피문화와 바리스타’의 김은영 학장. 우리마을 7대학 ‘천연 DIY’의 최윤미 학장. 꽃차와 허브차 전문가인 ‘꽃나래 허브’의 조윤실 대표. 시장에서 버려지는 한복천으로 퀼트작품을 만드는 ‘수연가’의 이미경 대표.
늘 북적거리는 대전 중앙시장의 먹거리골목.
핫플레이스가 된 쇠락한 소제동 골목의 녹슨 철문.
대동하늘공원으로 오르는 주택가 골목길과 벽화.
쓰러져가는 소제동 철도관사촌 건물을 다듬어 만든 카페.

■ 체험이 여행이 된다… 대전 신성동 마을대학 관광 두레

1대학∼10대학… 숫자로 구분

“팬데믹서 로컬 연대의 힘 커져”

차·커피·와인 구독경제 준비

사진·공예·인문학 강의 추진도

천연비누 공방, 유성온천과 연계

한복 자투리천으로 퀼트 상품도

중앙시장엔 1000원짜리 선짓국

곤달걀 파는집 등 사람냄새 가득

대전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앞으로 여행은 어떻게 변할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관람에서 경험으로…’다. 과거에는 유명관광지나 명소가 여행의 중심에 있고, 그 주위에 관광객들이 빙 둘러서는 여행을 했다. 관광지가 구심점이 되는,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는 이른바 ‘구경하는 여행’이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중심이다. 내가 중심이고 여행지의 공간과 사물이 그 주변에 있다. 여행의 중심에 ‘내 시간’과 ‘나의 기분’이 있다. 이제 이름난 관광지에서 똑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것보다 그곳에서 내가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혹은 느끼고 싶은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동안의 여행자들이 똑같은 곳에 가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왔다면, 앞으로의 여행자들은 목적지가 다양해지고, 같은 곳을 간다 해도 전혀 다른 감상과 느낌을 얻고 오는 시대가 됐다. 남이 다 본 걸 못 봤다고, 다 가본 곳을 안 가봤다고 안달하는 경우는 확연하게 줄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주민여행 기업인 ‘관광 두레’가 있다. 여행에 대한 욕망과 기대가 세분화하는 시대에 ‘로컬’은 새로운 여행을 만들어낼 수 있는 훌륭한 텃밭이다. 다양성에서도, 진정성 면에서도 그렇다. 지역의 명소나 내력을 거기 사는 주민만큼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관광 두레는 주민공동체의 관광기업을 지원해 관광의 편익을 주민, 지역과 함께 나누자는 취지의 정부지원사업이다. 지역의 여행을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민에게 맡겨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여행자의 소비를 지역 수익으로 가져올 수 있고, 더불어 이웃 공동체를 탄탄하게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여행지로는 도무지 알려진 게 없는 도시, 대전에서 새로운 지역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눈에 띄는 관광 두레 사업체를 찾아가 봤다.

# 대학 10개가 한동네에 있다고?

대전 유성의 신성동은 말 그대로 ‘손바닥만 한’ 동네지만, 대학교가 자그마치 10개나 있다. 제1대학부터 제10대학까지 숫자로 구분되는 대학들이다. 제1대학은 ‘드론과 사진’ 대학이고, 제2대학은 ‘와인문화와 소믈리에’ 대학이며, 제3대학은 ‘커피문화와 바리스타’ 대학이다. 차 문화를 가르치는 제4대학도, 목공예를 강습하는 제5대학도, 디지털 문해력을 가르치는 제6대학도 있다. 요리를 가르치는 대학도, 실용음악을 배우는 대학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을 가르치는 제10대학까지 있다.

신성동의 10개 대학은 정규교육과정의 학교가 아니다. 지역의 중·장년층이 능숙한 경험으로 운영하고 있는 동네 공방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골목 공동체의 마을학교다. 학교는 처음 몇 개의 공방이 연대하면서 시작됐다. 연대와 교류를 통해 골목상권이 활성화되자 일은 더 즐거워졌다. 자연스럽게 ‘마을이 학교’인 새로운 교육 문법이 세워지면서 신성동의 ‘우리마을대학’은 만들어졌다. 우리마을대학에서는 지식의 전수를 넘어 체험과 경험으로 이뤄지는 다양한 교육이 진행된다. 삶과 교육이 구분되지 않는 마을학교인 셈이다.

우리마을대학을 세운 주역은 박한표(62) 우리마을 2대학 학장이다. 그는 ‘진짜’ 파리 10대학 출신이다. 사범대 졸업 후 불어 교사를 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7년간 유학생활을 하며 파리 10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우리마을대학을 숫자로 구분한 건 그가 나온 파리 10대학이 모티브가 됐다. 귀국해 10년 동안 대전 프랑스문화원 원장으로 일했던 그는, 와인에 푹 빠져서 원장직을 내놓고 대전 시내 한복판에 프랑스 와인 전문 레스토랑 ‘르셀리에’를 냈다. 정작 프랑스 유학 시절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귀국 후 국내에 와인 바람이 불면서 와인에 푹 빠졌던 것. 불어를 한다는 게 와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독학으로 와인 공부에 열정적으로 매진한 그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와인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했다. 경희대 관광대학원 와인 소믈리에 학과 초빙교수로 출강하고,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와 대전지방법원 판사를 대상으로 와인 위탁교육을 맡기도 했다.

# 동네 골목이 대안이 되는 이유

와인 공부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열심히 했지만, 장사 수완은 그만 못했던지 그는 개업 4년 만에 레스토랑과 와인 창고 문을 닫았다.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단골손님은 주로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들이었다. 대덕과학특구로 지정된 대전 유성구에는 20여 개의 세계적 수준의 정부출연연구소가 있다. 연구소에는 유학 경험이 있는 해외박사 출신이 많았는데, 무료한 지방생활의 낙을 와인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다. 와인 레스토랑 폐업이 못내 아쉬웠던 단골 연구원 20여 명은 연구단지와 가까운 신성동에다 강의실 겸 와인숍을 낼 수 있도록 박 학장을 도왔다. 박 학장이 연고 하나 없던 주택가에 와인숍 ‘뱅샵 62’를 열고 신성동에 뿌리를 내리게 된 사연이다.

신성동은 독특한 동네다. 애초부터 대덕연구단지의 배후거주지로 설계됐다. 동네 전체가 단독주택 하나 없이 연립주택으로 꽉 찬 이유다. 주민 대부분이 연구단지 연구원이나 그 가족들. 연구원 대부분이 박사급이니 ‘골목에 박사가 발에 차인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외곽 신도시에 아파트촌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주거여건이 더 나은 곳으로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아직도 주민 중 상당수가 연구원과 그 가족이다. 투자나 재테크에는 별 관심이 없는, 높은 학력의 전문가들이 모여 살고 있는 셈이다. 골목에서 ‘박사님’하고 부르면 길 가던 사람 열에 일곱은 돌아본다는 곳. 이런 곳에서 만들어지는 이웃 공동체가 어떤 모습일지 자못 흥미롭다.

와인숍을 운영하며 다양한 인문운동을 하던 박 학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대안적인 삶의 방식이 로컬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의 설명. “원거리 이동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과 익명으로 만나는 것이 위험해진 팬데믹 상황에서의 대안은 ‘근거리 이동과 분산’,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바로 ‘동네골목’이라고 봤다.

그는 로컬의 특징이 ‘회복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 상황에서 글로벌 사회는 속수무책이지만, 로컬에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힘을 합쳐서 그럭저럭 극복해낼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로컬이 이런 회복력을 키우려면 연대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마을학교 만들기를 추진했다. 신성동의 크고 작은 공방 9곳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9월, 신성동에 10개의 마을대학을 세웠다.

그가 학교를 만든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와인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을 때 부친이 돌아가셨는데, 임종 직전에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했다. “기껏 유학을 보냈더니 돌아와서 술장사나 하고 있냐”는 얘기였다. 원망 반, 한탄 반의 아버지 유언이 그의 가슴에 못이 됐다.

# 강의도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4월 1, 2, 3대학과 4대학, 7대학. 이렇게 다섯 개 대학은 각각 출자금을 내서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느슨한 형태의 자발적 연대를 영리법인으로 전환한 건 각 대학의 지식과 경험을 십분 활용해 지역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사업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은 ‘관광 두레’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다섯 개 대학은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방문자들을 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협동조합에서 가장 먼저 생산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는 곳은 천연 DIY를 만드는 제7대학이다. 천연비누와 화장품, 아로마테라피 등을 만들고 교육하며 아리공방을 운영하는 최윤미(56) 학장이 제7대학을 맡고 있다. 최 학장은 지난 2010년 신성동에 공방을 열긴 했지만 그동안에는 주로 외부 강의에 주력하며 자기 일에만 몰두해오다 마을대학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동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최 학장은 “유성온천의 온천수 성분을 함유한 피부 미용제품을 만들고 유성의 대표축제인 국화축제에 착안해 축제 후 폐기되는 국화와 관련된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며 “온천, 호텔과 함께 공방을 연계해 제품 판매와 함께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 원장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상품은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케어 제품. 개발만 끝내면 확실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3대학 ‘커피문화와 바리스타’를 맡고 있는 김은영(49) 학장은 신성동에서 8년째 커피숍 ‘커피 1011’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 일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13년째. 그동안 판매, 납품, 컨설팅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강사로 활약해왔다. 5층 건물 통째를 커피숍으로 쓰는데, 그중 한 층이 바리스타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쓰고 있다. 아시아커피협회로부터 커피 교육 및 자격인증을 받은 교육기관이다.

김 학장은 소비자인 지역민들에 대한 보답이란 단순한 생각으로 마을대학 일을 시작했다가, 지역 기반의 커피연구소를 만드는 새로운 꿈이 생긴 경우다. “마을학교가 재미있어요. 주민들은 연구단지의 연구원들이라 지적 호기심이 대단합니다. 본인 연구실에서 커피 추출 도구를 만들거나 커피 필터를 제작해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와인이나 맥주를 오크통에다 커피와 함께 넣어 숙성시킨 커피를 판단다. 이런 식으로 지역의 특색을 입힌 커피 에디션을 만들어내는 걸 강구 중이라고 했다.

협동조합에서는 또 2, 3, 4대학이 협업하는 차나 와인, 커피 등의 구독경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차나 와인, 커피 등을 구독자의 취향에 따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여행자들이 각 대학의 강의를 골라서 수강하는 개방강의도 고려하고 있다. 제1대학에서 드론이나 사진촬영 강의에 참여해 실제 촬영을 해보고, 5대학에서 나무공예를 배우거나 7대학에서 인문학 강연을 듣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짜보겠다는 것이다.

# 진심을 다해 내놓는 차의 향기

대전의 관광 두레 기업 중에 눈길을 끄는 또 한 곳이 ‘꽃나래 허브’다. 국어교사 출신인 조윤실(63) 꽃나래허브 대표는 차에 관한 한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그는 “스물두 살 때 경복궁 다원에서 우연히 맛본 차에 꽂힌 이후로 평생을 차와 함께 살았다”고 했다. 40여 년 전이니 그때만 해도 녹차에 설탕을 타 먹었을 정도로 차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조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차에 대한 열정에 혀가 내둘러질 정도다. 차로 이름났다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차를 배우다가 2014년에는 아예 원광대 디지털대학 차문화경영학부 3학년으로 편입해 본격적인 차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꽃나래허브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차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을까. 이 질문에 그는 “그만두지 못해서 하는 거”라고 웃었다. ‘왜 차를 하냐’는 질문에 ‘하지 않을 수 없어서’란 답을 내놓은 셈이니, 그가 얼마나 차를 좋아하는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겠다.

그가 관광 두레 기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품은 ‘티 케이터링’이다. 티 케이터링은 주문에 따라 국화나 매화, 생강나무 등으로 만든 허브 차를 격식에 맞춰 내는 일이다.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행사나 대덕연구단지에서 개최되는 과학회의에 참가하는 외국인 참가자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차와 허브티를 격식에 맞춰 내는 사업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꽃나래 허브를 찾는 손님에게 차에 어울리는 다과와 함께, 다양한 차를 원하는 만큼 내는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생각하고 있는 가격은 2만∼3만 원 안팎. 찻값으로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전문가의 진심 어린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보였다.

# 퀼트공예로 시작해 시장 여행으로….

대전 중앙시장에는 관광 두레 기업 ‘수연가(手連家)’가 있다. ‘손 수(手)’에 ‘연결할 연(連)’ 자를 썼다. 수연가는 퀼트 공예 공방이다. 대전 중앙시장은 중앙도매시장과 신 중앙시장, 철도시장 등이 합쳐진 그야말로 매머드급 시장이다. 철도가 교통의 중심이던 시절에 크게 번성했다. 그때 호황을 누렸던 곳이 한복을 짓거나 이불이나 예단을 하는 주단 집이었다. 아직도 중앙시장에는 주단 집이 200여 개에 달한다.

수연가는 퀼트공예 상품을 내는 사업으로 관광 두레 기업이 됐다. 한복 집에서 나오는 천 조각을 모아서 지역주민들이 퀼트 공예품을 만든다. 그냥 두면 쓰레기가 돼서 상인들이 버리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천 조각을 가져다가 훌륭한 공예품으로 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미경(52) 수연가 대표는 중앙시장에서 2008년 퀼트 공예 가게를 내고 제품 생산과 강습을 겸하다가, 시장에서 버려지는 한복 천을 보고 사업에 착안했다.

퀼트 공예란 본래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의 개념으로 시작된 것인데 국내에서는 최고급 수입천을 사다가 만드는 고급제품으로 변질해가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천은 버려져도 안 줍는데, 영국산 천 조각은 비싼 돈을 주고 산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가 버려지는 천으로 만드는 퀼트공예는 퀼트를 본래의 의미로 되돌리는 일이기도 하다.

관광기업으로서 수연가의 꿈은 실은 퀼트 공예 너머에 있다. 이 대표가 진짜 하고 싶어 하는 건 ‘중앙시장 여행프로그램’이다. 시장 안에는 시장 사람들만 아는 가게와 사연이 있다. 아직도 중앙시장에는 1000원짜리 선짓국이 있고 곤달걀을 파는 집도 있다. 어머니가 하는 허름한 옷가게 안에다 ‘숍인 숍’으로 딸이 차린 커피숍이 명소가 된 사연도 있고, 내로라하는 이북식 만두 집의 전설처럼 전해지는 맛 얘기도 있다. 이 대표는 “대전을 찾는 여행자들과 시장을 함께 다니며 사람 냄새나는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팬데믹 이후 여행이 달라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 위주의 대량소비 여행에서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직 예전의 여행 방식을 그리워하는 이도 적잖고, 코로나 그늘을 벗어난 뒤에도 이런 변화가 유지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변했다’는 사실이다. ‘여행하는 방식’이 바뀌니 ‘여행’이 바뀌고, 여행하는 소비자가 변하니까, 여행의 공간을 만들거나 여행 동선을 기획하는 공급자도 변하고 있다. 관광 두레 기업이 그 변화의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왕에도 대전에는 지역적 가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골목여행지가 적잖다. 낮은 지붕의 단독주택들이 처마를 잇대고 있는 대화동 벽화마을도, 대전 시내가 한눈에 다 내려다보이는 주택가 언덕 위 대동 하늘공원도 그런 곳들이다. 쇠락한 구도심에 감각적인 카페나 편집숍이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는 소제동 역시 지역 기반의 공간이다. 대전에는 기왕에 내로라하는 이름난 관광지가 없어 이런 곳들이 오히려 더 잘 보인다. 대전의 관광 두레 기업이 기대를 모으는 것도 그래서다.

■ 대전의 시장구경

대전 원도심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 대전 중앙시장이다. 중앙시장은 경부선이 개통되고 대전역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110년 내력의 유서 깊은 시장. 역사도 오래됐지만 접근성도 좋고, 규모도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크다. 시장에는 이름난 먹거리도 많다. 대전 동구청이 따로 관광객을 모아 ‘중앙시장 분식 투어’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시장에는 잡채호떡과 옛날만두를 비롯해 인삼튀김, 막걸리빵, 풀빵, 보리밥, 칼국수 등으로 이름난 맛집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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