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에 눈까지 덮친 설..서울 도심 '한산'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송은경 기자 = 설 당일인 1일 서울 도심은 문화시설을 찾는 시민들이 일부 보였지만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밤새 눈이 내린 데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하게 유행하는 탓에 시민들은 외출을 꺼렸다.
이날 오전 10시께 중구 필동2가 남산골한옥마을은 예년의 명절 연휴 때처럼 북적이지 않았다. 눈이 쌓은 한옥마을의 운치를 사진에 담으려는 시민들이 드문드문 있었을 뿐이다.
남산골한옥마을은 매년 설날 다양한 체험행사를 개최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고 온라인 프로그램과 비대면 방식의 '소원지 쓰기' 행사만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남산골한옥마을을 찾은 시민들은 테이블에 놓인 손소독제로 소독한 뒤 종이에 새해 소원을 적고 새끼줄에 걸었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처음 공원을 방문했다는 문성진(38)씨는 "코로나가 심하긴 하지만 거리두기 준칙을 지키면서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며 아들과 한옥을 감상했다.
한옥마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엔 평균적으로 하루에 2천여명이 방문했지만 설 당일인 오늘은 코로나 대유행과 어제 눈이 온 탓에 거의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서도 새해 소원 편지쓰기, 행운뽑기, 전통 매듭 공예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었지만 찾는 이가 드물어 한적했다. 특히 추운 날씨 탓에 제기차기, 팽이 돌리기 같은 야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현장 관계자는 "설 당일에는 원래 방문자가 많은 편이지만 오늘은 눈이 오고 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방문객은 절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운현궁을 찾은 강은아(36)씨는 "원래는 명절에 시골에 갔지만 코로나19가 너무 심해 시골에 계신 분들이 위험할까 봐 올해는 서울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며 "아이들을 집에만 있으면 의미없는 것 같아 알아보니 이곳에서 설 행사를 한다고 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경복궁은 방문객 100여 명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등 다른 문화시설보다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눈 위에서 썰매를 타거나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가족과 함께 경복궁을 찾은 손초롱(36)씨는 "아이들한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고 친정이 서울이라 경복궁에 왔다"며 "코로나19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실내보다는 트여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는 나을 거 같아 왔다"고 했다.
주말과 휴일마다 북적이던 쇼핑몰도 이날은 비교적 한산했다. 설 당일인 만큼 일부 매장은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문을 열기도 했다.
이날 오후 사촌 동생들과 함께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찾은 안홍열(26)씨는 "오랜만에 본 동생들과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을 겸 놀러 왔다"며 웃었다.
가족들과 나왔다는 최민정(37)씨는 "양가 어른들을 조금 일찍 뵙고 부지런히 왔다"며 "쇼핑몰 안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원이 있어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얼른 보고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도 가족 단위나 커플끼리 나온 시민들이 눈에 띄었지만, 평소보다 쇼핑몰 내부는 붐비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 의류 매장 직원 박모씨는 "평소 개장 시간보다 1시간 반 정도 늦게 문을 열었다"며 "연휴 때는 평소보다 오히려 한가한 편이긴 하지만, 지난 추석 때보다 더 사람이 없어 매출 자체가 추석보다 더 줄었다"고 말했다.
이 쇼핑몰에서 4년째 일한다는 관계자도 "평소 주말이면 이 시간에 사람들로 바글거리는데 연휴라 고향에 간 사람이 많은지 오늘은 정말 한가한 편"이라고 했다.
연인과 데이트하러 나온 황시내(30)씨는 "사람이 붐비는 곳이라 평소엔 거의 와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어 쾌적하고 쇼핑도 하고 데이트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도심 차량 통행속도는 시속 약 20㎞로 평소보다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chic@yna.co.kr,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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