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부동산]② GTX 따라 폭주한 경기·인천, 상반기엔 '쉬어가기'
지난해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풍선효과’였다. 서울과 경기의 고가 아파트 매매가격이 껑충 뛰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경기 외곽이나 인천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여기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계획이 기름을 끼얹었다. GTX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곳마다 폭등장이 연출됐다.
올해는 어떨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인천 지역 집값이 잠잠해지리라 전망했다. 지역마다 조금씩 사정은 다를 순 있어도 작년과 같은 큰 폭의 상승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 “지난해만큼 오르기는 힘들다”
지난해 경기·인천 집값은 폭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의 아파트값은 22.56%, 경기도는 20.76% 올랐다. 광역지자체 중 상승률 1·2위였다. 전국 평균 13.2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아파트 통계로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이 32.93%, 경기가 29.33% 올랐다. 경기 오산은 무려 49.30%나 올랐고 인천 연수도 45.94% 상승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풍선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020년까지 서울은 물론 수원·용인·성남으로 대변되는 경기도 상급지 가격이 크게 오르자 가격 부담이 덜하고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기·인천의 중·저가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부가 발표한 GTX 사업계획의 수혜지들은 개발 기대감을 타고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만큼은 상승하기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만큼 호황을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GTX ▲정비사업 규제 ▲리모델링 활성화 등 작년 경기·인천권을 움직인 변수들이 오는 3월 대선은 물론 6월 지방선거에서도 거론되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거래량이 줄어들고 상승률도 확실한 둔화를 보이고 있어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탈(脫)서울·탈전세 추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작년만큼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경기·인천 부동산 시장을 이끈 수요는 20~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라며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에서, 이해타산을 잘 따지고 선택적·전략적으로 소비할 줄 아는 이들 세대가 올해도 작년과 같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반면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도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다면 결국 수도권에서 구매 가능한 아파트는 경기·인천의 중·저가 지역뿐”이라며 “풍선효과 자체는 계속 이어져 이들 지역이 강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GTX 효과는 올해 상승세에 미미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고 교수는 “지난해 사업계획 발표 전후로 시장에 이미 반영됐다”면서 “앞으로 준공이 임박한 시점에 다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올해는 비교적 잠잠할 것”으로 내다봤다.
◇ 정비사업의 과천·분당, 3기 신도시의 고양·인천
다만 경기·인천 지역은 워낙 넓기 때문에 지역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과천은 올 한 해 보합세나 약보합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3~4년간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이 거주 주택 매도에 나서고 있어 급매물이 다소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과천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2099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과천자이(과천 6단지)가 입주를 끝냈는데, 여기에 입주하려고 래미안 슈르(3단지) 매물이 좀 나왔다”면서 “사는 사람은 끊겼는데, 매도 물건이 많으니 물건값이 조정받고 있다”고 했다.
1기 신도시의 선두주자인 분당의 경우 윤지해 연구원은 ‘리모델링’을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대부분의 단지가 노후화해 정비 사업을 통한 주거환경개선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건축 연한 규제가 30년이라 재건축보다 빠른 진행이 가능한 리모델링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한솔마을 5단지, 무지개마을 4단지, 매화마을 1단지, 느티마을 3·4단지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만약 내력벽 철거 등 리모델링 규제가 완화되면 집값은 리모델링 호재에 오를 수 있다.
고양의 경우 창릉 신도시가 관건이다. KB 리브 부동산에 따르면 고양은 지난해에만 32.19% 상승했다. 여기에 창릉 신도시에만 3만8000여 가구가 사전청약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윤지해 연구원은 “고양은 투자수요보단 실수요자 중심이기 때문에 약세를 전망한다”고 했다.
지난해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인천의 경우에도 설 이후 상반기까지 약세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부평·부천·계양 등 인천 동부권은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에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3년간 1만5000~1만7000가구 수준이었던 입주 물량이 올해 3만2906가구로 두 배 넘게 오르는 것 역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전세 시장도 한숨 고를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인천 지역의 아파트 전세 시장도 매매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인천 지역은 지난해 전세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전세가격이 9.13% 오르는 동안 인천은 15.38%, 경기는 11.26%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전세 시장도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기도의 올해 입주 물량은 작년 수준으로 유지된다. 올해 입주 물량은 11만1455가구, 작년 입주 물량은 11만970가구였다. 인천의 입주 물량은 증가세다. 지난해 입주 물량은 2만 가구에 못 미쳤지만 올해는 3만7799가구 수준이다. 일단 입주가 시작되면 일시에 다량으로 임대 물건이 나오면서 전셋값이 안정될 수 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작년에 전·월세가 많이 오른 지역은 약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교수는 “과천·하남처럼 전세 매물이 많은 지역은 아무래도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평균적으로는 강보합세 아닐까 예상한다”고 했다. 함영진 랩장도 “지난해처럼 급등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입주가 몰린 지역의 전셋값 추이는 안정세를 걸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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