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에..희비 갈린 편의점·무인매장

윤희훈 기자 2022. 1. 2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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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가 인상·정찰제 도입으로 무인 매장 가격 경쟁력 감소
'난립 출점으로 매출 줄었는데'.. 무인 매장 '시름'
편의점주들은 "정찰제 늘리자"
편의점 냉동고에 진열된 아이스크림.

“그동안 편의점 옆에 출점해 기생하는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들이 너무 얄미웠다. 이번 기회에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가 전체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

27일 경기 고양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편의점주는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의 가격 정책 조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편의점주들에게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눈엣가시였다. 편의점 옆에 입점해 아이스크림 매출을 모두 뺏어갔다는 이유에서다.

“늦은 밤 알바생도 없이 장사를 하면서 인근 편의점이 경비 초소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괘씸하다”는 말도 나왔다.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울상이다. 동네마다 무인 점포 등 아이스크림 할인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매출이 줄었는데, 제조사들의 가격 정책 변화로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 “제조원가 감당 힘들다”...아이스크림 줄줄이 가격 인상

연초들어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빙그레(005180)는 이날 투게더와 메로나 등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을 오는 3월부터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게더는 5500원에서 6000원으로, 메로나는 800원에서 1000원으로 가격이 오르게 된다. 비비빅, 엑설런트 등 다른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도 인상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최근 국내 원유가격 인상과 국제 석유화학, 종이펄프 등 부자재 원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제조원가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빙그레가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도 브라보콘 등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롯데그룹 계열인 롯데제과(280360)롯데푸드(002270)는 가격 정찰제 적용과 할인폭 조정으로 실제 소매가 인상에 나선다.

롯데제과는 월드콘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기존 1500원에서 1000원으로, 설레임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1500원에서 1000원으로 조정한다. 롯데푸드는 구구콘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1500원에서 1000원으로 조정한다.

겉으로만 봐서는 가격 인하로 보이지만, 실제 매장에서 월드콘과 설레임, 구구콘 등은 정가의 50% 수준인 800원에 판매돼 왔다. 소비자 체감으로는 800원에서 1000원으로 가격이 200원 오른 셈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매장 채널별로 아이스크림 가격이 상이하면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면서 “가격 할인 경쟁이 제조사의 납품가 인하 요구로 이어지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 정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 행신동의 상가 거리의 모습. 100m도 안되는 거리 안에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빨간선 표시)이 3개 출점해 있다. /윤희훈 기자

◇ ‘안그래도 저마진인데’… 직격탄 맞은 무인 매장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으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판매 단가를 높일 수 밖에 없고, 정찰제 확대로 고유의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빙과업계에 따르면 전국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의 수는 2017년 880여개에서 2018년 1800여개, 2019년 2200여개, 2020년 3600여개, 2021년 4000개 이상으로 빠르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은 전년 대비 64% 가량 늘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수요가 증가하고,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매장 관리에 노동력과 비용이 적게 드는 무인 매장을 부업으로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창업 비용이 적게 드는 대표적인 사업 아이템이다. 매장 보증금과 임대료, CCTV·무인 결제 단말기 등 장비 관련 비용만 내면 창업이 가능하다.

냉동고와 첫 진열 상품은 아이스크림을 공급하는 대리점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프로모션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인 매장이라 인건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매장 비용이 적게 들어 공급가가 300원대인 아이스크림을 400원에 팔아 100원만 남기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거리마다 무인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매장별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편의점과 달리 근접 출점 제한도 따로 없어 아파트나 주요 주거 지역에는 한 블록에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3개 이상 출점한 지역도 많다.

이 때문에 무인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추가 할인이나 ‘5+1′(5개 사면 1개 무료) 등의 추가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는 등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매장은 월 임대료도 벌지 못해 점주들이 부동산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 창업 카페 등을 통해 매장 인수자를 찾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스크림 업체들의 가격 조정과 가격 정찰제 확대로 무인 매장의 경쟁력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아이스크림업체 한 관계자는 “무인 매장 관리비가 적게 드는 만큼 조금 더 싸게 팔 수 있겠지만, 예전만큼의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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