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보고, 인천 국립생물자원관, 겨울에 떠나는 생각의 여행

2022. 1.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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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어떤 생물들이 존재하는지 인간이 모두 알아낼 재간은 없다. 단지 연구와 장비를 통해 최선을 다해 확인할 뿐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시민과 공유할 부분들이 있으면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나누고 교육 과정도 개설해 심화 교육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연구소는 많이 생길수록 좋다. 생명의 근원과 다양성을 확인하는 것은 즐거운 지식 체험이기 때문이다.

마니아급은 아니지만 멸종 생물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생명 관련 연구소 겸 전시장에 가 보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광릉 국립수목원 등이 그곳이다. 최근에 본 것은 국립생태원 누리집의 국립생물자원관이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경인아라뱃길 상류 지대, 인천시 경서동 종합환경연구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 주변 여행까지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라뱃길, 작은 공원, 오솔길, 청라국제도시 호수공원 등을 산책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는 초록 지대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연구동과 생생채움이라는 이름의 전시관으로 나눠져 있다. 일반 관람객은 생생채움 입장만 가능하다. 전시장 1층에는 제1전시관이 있어서 한반도의 생물종이라는 타이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인 원핵생물, 짚신벌레, 아메바, 미세조류 등의 원생생물과 곰팡이, 버섯, 효모 등의 진균계, 동물계, 변이와 종분화, 한반도 고유 생물, 한반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을 현미경 사진과 박제 작품을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 현재 제1전시관은 개편을 위한 공사가 진행중으로 출입이 금지된 상태이다.

▶곶자왈생태관

생생채움 앞면에는 타워 형태로 솟아 있는 공간이 있다. 곶자왈생태관이다. 곶자왈은 제주어이다.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자갈을 뜻한다. 가시덤불이 마구 자라고 있는 거친 숲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제주에서 만나는 오리지널 곶자왈은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곳들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서귀포시 대정읍의 세 개 마을을 포함하는 곶자왈도립공원을 만들어 여행자들로 하여금 곶자왈의 진수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한라산의 화산이 폭발하며 분출한 용암이 집중된 지역에 주로 형성된 곶자왈은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며 만든 기묘한 형상과 용암에 흙이 쌓여 그곳을 기반으로 태어난 온갖 식물, 그 식물들을 근거지로 생겨난 동물 등이 화산섬 생태계의 보고를 이루고 있다. 용암이 만든 변화 무쌍한 지형 덕분에 곶자왈은 지역의 기후로부터 독립된 환경을 보이곤 한다. 이를 ‘미기후 환경’이라고 하는데, 이런 특성 때문에 곶자왈에는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특이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곶자왈의 거친 자연을 보고 싶다면 제주도의 곶자왈공원,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을 찾아가는 게 제일 생생한 방법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조성한 곶자왈은 제주 현지 곶자왈의 압축판으로 규모 면에서는 현지에 비교할 수 없으나 제주도 곶자왈에 서식하는 난대성 식물을 심고, 제주 곶자왈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조류 등을 박제와 소리 등을 이용해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동고비, 되지빠귀, 오색딱다구리, 콩새, 때까치 등의 박제는 제주 곶자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전시물이다.

곶자왈생태관은 원형 계단으로 동선을 만들어 놓아 2층 전시실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층에는 2, 3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있다. 2전시실은 생물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한반도의 생태계를 볼 수 있고, 3전시실은 자원으로서의 생물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으스스뼈박물관’도 2층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하고 재미있는 공간이다.

▶한반도의 생태계

2022년 현재 한반도 일대를 이루고 있는 생태계를 요약 재현해 놓은 곳이다. 숲, 동물, 식물 등 모든 전시물을 재현해 놓고 보여주고 있지만 제법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만나는 게 산림생태계이다. 한반도 중부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당단풍나무, 졸참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신벚나무, 다래, 풀솜대, 도깨비부채 등 활엽수 중심의 식물들과 야생초 등이 재현되어 있다. 그 숲에서 살고 있는 산양, 삵, 노루, 고라니, 꿩, 너구리, 족제비, 꾀꼬리 등 동물들도 박제로 만들어 곳곳에 전시해 두었다. 숲과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물들의 보호색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관람의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생태계란 생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연 현장임과 동시에 피할 수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아니던가. 땅 속 생태계를 축소해 보여주는 디오라마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 땅을 파고 들어가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는 생물은 개미, 두더지 정도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디오라마를 보니 물총새가 땅을 파고 들어가 둥지를 만들고, 땅벌은 땅 속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홍다리조롱박벌은 생전 처음 보는 벌의 이름인데, 그 홍다리조롱박벌이 여치를 사냥해서 지하에 저장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흙 속에 사는 무산쇠족제비도 보았다. 아,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미어캣 등 온가족이 땅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천생태계 역시 한반도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현했다. 상류 지역의 박제된 쉬리, 참갈겨니, 피라미 등과 하류 지역의 메기, 가물치, 버들붕어, 잉어 등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강변에 서식하거나 머물며 물고기를 잡아 먹거나 주변 논밭에서 나락이나 식물을 먹고 사는 새들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비록 재현 공간이었지만 하천생태계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우리나라 동굴에서 많이 발견되는 관박쥐가 서식하는 동굴생태계, 자원의 보고라 불리는 울릉도와 독도 바다 속을 보여주는 해양생태계도 힘차게 돌아가는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생명은 공동체의 힘이자 자원이다

살아가면서 눈에 띄는 대부분의 대상은 생명체이다. 그중에서 인간이 접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는 지역에 국한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마을 뒷산에만 올라가도, 도시를 가로지르는 탄천, 양재천만 나가 보아도 얼마나 많은 생명이 그 안에서 생태계를 이루어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생물자원관 전시물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구에 살고 있는 ‘밝혀진 생명체’만해도 166만 종이고, 극지대나 심연의 생명체까지 추정해서 예측해 보면 1300만여 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10만여 종의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생명체는 약 55만8000여 종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는 것은 곤충(1만8158종)이다. 무척추동물(9525종), 조류(새가 아닌 수중 생물, 6013종), 균류 및 지의류(5226종)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균류는 세균을 말하며, 지의류는 우주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곰팡이와 조류의 공생 생물이다. 생물자원관에 들어가면 전시물들을 통해 소화하기조차 벅찰 정도의 수많은 생명체의 존재를 학습할 수 있다. 생물의 다양성은 그 종류의 많음을 이해하는 것에서 끝낼 수 없는 주제이다. 모든 생물들이 지구의 순환에 꼭 필요한 독립된 존재들이고, 해당 종족만의 규칙에 입각해 생로병사의 사이클, 종족 번식의 본능을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생물자원관 여행의 목적은 충족된다.

또 한 가지의 발견은 이 모든 생명이 살아있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력이 되기도 하고, 환경 보호와 보전을 위한 상호 작용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인간도 자연에서 가져온 생명을 이용해 옷을 해 입고,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들어 살아간다. 생각해 보니 패션 등 디자인 분야 역시 자연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이 보여주는 색, 직선, 곡선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가치는 달라진다. 기술 산업 역시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동작 원리를 응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새를 닮은 비행기, 잠자리에서 영감을 얻은 헬리콥터, 엉겅퀴 씨앗에서 응용한 벨크로테이프(일명 찍찍이), 울퉁불퉁한 지면을 거침없이 달리는 바퀴벌레 닮은 로봇, 타조의 빠르고 안정적인 보행법을 흉내 내는 로봇 등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지구의 생물이 가르쳐 준 지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먹는 것 또한 생명의 순환 속에 있다. 한때 공장에서 생산되던 식품 산업이 쇠락하고 자연 그대로의 영양과 향기를 갖고 있는 자연식이 보편화되는 것도 생명에 대한 인간의 인식 변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화장품, 건강식품, 의약품 등도 대게 그 원천은 생물 자원이며 모두 생명 공학이라는 학문에 의한 결과물들이다.

▶생물자원관의 흥미로운 미술관들

으스스뼈박물관은 이름만 으스스할 뿐, 하나하나 관찰하다 보면 재미있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뼈는 기본적으로 동물의 몸 속 장기를 보호하는 기능으로 진화한 기관이다. 땅 위에서 살던 고래가 바다로 들어간 이후 앞다리 뼈는 지느러미발로 변화했고 뒷다리는 거의 사라져 작은 골반이 되었다. 뼈의 비중이 적어지고 물 속에서 살기에 최적화된 몸이 된 것이다. 그런 진화에 걸린 시간이 대체 어느 정도일까. 멧돼지의 경우 주둥이에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그것은 송곳니가 극단적으로 발달한 것이라는 사실도 으스스뼈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이 엄청 긴 기린의 목뼈나 인간의 목뼈나 모두 일곱 개의 뼈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으스스뼈박물관에서는 척추 등 몸의 균형을 지탱해 주는 내골격과, 머리뼈 등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외골격, 물고기의 가시, 동물의 발톱, 이빨, 사슴이나 소의 뿔 등이 왜 존재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기능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포유류 대부분의 목뼈가 일곱 개라는 사실은 생물의 진화가 종에 따라 크기는 달라도 형식은 거의 똑같다는 유전자의 원리를 말해준다.
‘지구최강비틀즈’는 1층에서 전시 중인 딱정벌레 이야기이다. 전 세계 동물을 10마리로 줄인다면, 그 중 네 마리는 딱정벌레라고 한다. 그만큼 지구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딱정벌레가 살고 있다는 얘기다. ‘지구최강비틀즈’는 딱정벌레의 종류와 함께 딱정벌레가 지구 최강이 된 이유(날개가 달렸고, 몸이 작아 소식해도 문제 없고, 무엇보다 단단한 외골격 등), 딱정벌레의 모습을 흉내 낸 자동차 비틀, 딱정벌레의 무기 등을 생생하고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소개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낄낄거리게 되는 전시관이다. 세계 최강 팝 그룹 ‘비틀즈Beatles’ 역시 박자(또는 드럼 소리)라는 뜻의 비트Beat와 딱정벌레를 뜻하는 비틀즈Beetles의 합성어다. ‘지구최강비틀즈’는 전시 공간이 넓지 않고 실제 전시물도 많지 않지만, 딱정벌레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신비롭기까지 한 그림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낙서로 할 수 있게 해서 그야말로 딱정벌레와 신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지구최강비틀즈’는 2월28일까지 전시된다.

마지막 전시는 오늘 국립생물자원관을 찾게 된 이유를 제공한 ‘멸종위기동물그래픽아카이브전’ 갤러리이다. 수마트라 오랑우탄, 아메리카 오소리, 톰슨가젤, 랫서팬더, 다람쥐원숭이, 사막여우, 얼룩 쿠스쿠스 등 소중하게 보호해야 할 생명들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갤러리이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린다’는 성실화랑의 작품들인데, 멸종위기 동물들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한 것은 누구라도 이 동물들을 아까운 마음으로 기억하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전시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에서 제정한 레드 리스트 RED LIST 등급이 표기되어 있다.

-해설 운영 시간 주말 및 공휴일 11:00 | 13:00 | 14:00 | 15:30

예약없이 선착순으로 참여 가능하며 기획전 해설로 진행된다. 해설은 전시관 1층 중앙 로비에서 시작한다.

-대상 초등학교 3학년(10세)이상의 개인 및 단체관람객

초등학생의 경우 보호자가 동행 필수

-인원 선착순 50명 *대상 인원이 50명 이상일 경우 해설 제공이 제한될 수 있음

※음성안내기 안내 상설전시실(제1·2전시실)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음성안내기는 이용자의 조작에 따라 해당 전시코너 및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선택할 수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무료로 대여 가능하다.

*전시 해설 애플리케이션 ‘가이드온’도 이용 가능

국립생물자원관

위치 인천시 서구 환경로 42

이용 시간 09:30~17:30(입장 마감 시간 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추석 전날과 당일

입장료 무료, 주차비 무료

*백신패스, PCR 48시간 이전 검사 결과 음성 확인 문자 제시

[글과 사진 이영근 참고자료 국립생물자원관]

[※멸종위기동물그래픽아카이브전 사진은 ©성실화랑 작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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