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이 살린 '아날로그칩'.. DB하이텍, 올해 수주 마감 [8인치 파운드리 호황]

12인치 등장에 낡은 기술 취급
車업체 반도체 직접 설계로 반전
전세계 업체마다 수주 호황 맞아

올해도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지면서 자동차용 반도체(MC) 등 8인치(200㎜) 웨이퍼를 주로 생산하는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는 이미 연간 수주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파운드리 업체는 공장 가동률을 약 99%까지 높이고 있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향후 증설 전망도 나오고 있다.

■풀가동에도 8인치 공급난 지속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10위 업체인 DB하이텍은 올해 파운드리 수주물량을 모두 확보했다. DB하이텍은 통상 6개월 단위로 고객사의 주문을 받지만, 전례 없는 8인치 파운드리 호황에 연간 수주물량까지 꽉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DB하이텍의 경기 부천·충북 음성 공장 가동률은 98.96%로, 거의 풀가동되고 있다.

DB하이텍의 수주 잔액은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8208만달러(약 978억원)로 전분기(6326만달러)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수량 기준 수주 잔액은 12만9066장으로 24% 늘었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의 호황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주문은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예약됐다.

8인치 파운드리는 자동차, 생활가전, 노트북·PC 등에 쓰이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8인치는 지름 200㎜ 크기의 원형 웨이퍼 크기다.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발전으로 더 많은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12인치(300㎜)로 넘어가면서 한물간 기술로 여겨졌지만 견조한 수요와 함께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무선이어폰 등 신규 정보기술(IT) 시장 성장세로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의 쓰임새가 대폭 확대됐다. 특히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직접설계에 나서는 점도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8인치 파운드리 수요 확대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파운드리 공장 증설…국내 촉각

파운드리 업계는 생산라인 증설 또는 신축공장 설립 등으로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8인치 파운드리 팹은 216개가 가동돼 2016년(184개) 대비 17.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은 2024년 월 660만장으로 2020년 대비 95만장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지만 여전히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가트너는 8인치 파운드리 공급난이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8인치 파운드리 시장에서 공급자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호실적도 기대된다.

증권업계는 DB하이텍이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3900억원 수준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공급난에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DDI 등 저수익 제품 비중을 낮추고, PMIC 등 고수익 제품의 비중을 늘리는 사업구조 재편 효과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부문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지난해 3·4분기 누적 순이익은 1282억원으로 전분기(790억원) 대비 62.1% 증가했다.

8인치 파운드리 공급난 장기화로 국내 업체들의 증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노광 등 핵심 반도체 장비 수급 어려움, 막대한 신규 팹 설립비용 등으로 대규모 증설보다 기존 공정 효율화를 통한 생산능력 향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숙(레거시) 공정인 8인치 파운드리는 오랫동안 장비 신제품이 나오지 않아 장비를 구하기 쉽지 않다. 소규모는 가능해도 대규모 증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8인치 파운드리가 사양산업이라고 평가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 향후 반도체 공급 정상화 등을 감안해 업계가 증설에 신중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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