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내릴까?..2022 집값 점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대한민국 최고의 화두,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죠.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이미 오를대로 오른 상태인데요.
하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 하락세가 나타나며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 과연 대세 하락 신호일까요?
최지숙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수도권 집값 이상 기류…집값 하락 국면 진입? / 최지숙 기자]
직장인 31살 김범영씨는 주말이면 살 집을 찾아 부지런히 이른바 '임장'에 나섭니다.
하지만 최대한 아껴 적금을 붓고 대출까지 끼어도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숨만 쉬고 월급을 모아도 서울에 집을 사는 데 38년이 걸린다는 분석대로, 치솟은 집값 앞에선 무력하기만 합니다.
<김범영 / 직장인> "아무래도 집값도 많이 뛰었고 금리도 금리고 대출도 많이 막혔거든요. 그러다보니 청년들이 월급 모아 집 사기가 힘든 것 같아요."
현 정부 들어 두 배 이상 뛴 서울 집값은 수도권에 이어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그런데 석 달 전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발 하락세가 수도권 외곽을 거쳐 서울로 이어진 겁니다.
장기 급등 피로감과 규제 여파에 서울에선 공황 매수가 몰렸던 외곽 중저가 단지부터 가격이 꺾였습니다.
지난주에는 금천·노원·성북·은평 등 서울 4개 구에서 아파트값이 내렸고 경기도에선 5개 시·구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매매수급지수와 실거래가지수도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세 부담 축소와 규제 완화를 내건 대선 주자들의 공약까지 나오자 거래 자체가 실종됐습니다.
<김진국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구로구지회장> "(파는 사람도) 양도세를 완화해준다는 기대감에 망설이고, 사는 사람도 세법을 낮추고 취득세를 조정한다고 하니 서둘러 살 필요 없지 않나… 지난해 10월 이후 거래를 못 해봤어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추가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이주열 / 한국은행 총재> "여러 가지 기준으로 비춰보면 기준금리가 1.5%가 된다 하더라도 이것을 긴축으로 볼 수는 없겠다…"
기준금리가 또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등이 연쇄적으로 뛰어 돈 빌리기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집값의 대세 하락을 장담하긴 이르다고 말합니다.
작년 오피스텔 광풍에서 보듯 잠재적 주택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은 올해 더 줄기 때문입니다.
<김규정 /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최근 가격이 내린 사례를 보면 (기존 매물의) 처분이 다급해 급매 처리한 경우가 많고 고가 아파트는 여전히 버티기를 하는 수요자가 많아서…본격 하락을 점치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잇따르는 인기 지역의 신고가 행진에 양극화 심화 우려도 큽니다.
<박원갑 /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지역에 따라 시세보다 싼 매물이 나올 수 있는데, 통계상 발표되는 수치와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지수 간 괴리가 심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집값이란 함수는 이렇게 복잡하지만 시민들의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김범영 / 직장인> "올해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내 집 마련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TV 최지숙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돈되는 대로 영혼까지 끌어모으고, 무조건 가격이 오르니 일단 청약은 신청하고 보라는 이런 신조어가 유행이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서는 서울에 집사는 걸 포기했다, 아예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했다, 이런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못사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데요. 어떻게든 집을 장만했으면 다행인데, 자금이 부족했거나 시기를 놓쳐, 다른 사람의 집값이 오르는걸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마음도 굉장히 쓰립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부동산 신조어가 등장할까요? 뭐가 됐든 좋은 내용은 아닐 것 같은데요.
지난해 1월만 해도 부동산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경남과 제주를 제외하면 전국 시도가 모두 주황색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고, 거래도 늘어날 거라고 시장이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1년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대부분이 파랗게 변했죠. 매수심리가 꺾이며, 시장을 관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특히, 대구와 세종은 이렇게 회색으로 채워졌습니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거란 전망이 큰 건데요.
[이준흠 기자]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요? 대구에선 대규모 아파트 미분양이 발생하고, 전국 최고 폭등지역이던 세종시도 큰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지훈 기자가 지역 부동산 상황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대구 미분양·세종 급락…늘어나는 하락 지역 / 정지훈 기자]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입니다.
대단위 단지 공사가 한창이지만 초기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지금도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구 미분양 주택 물량 60% 이상이 이곳 동구에 집중돼 있습니다.
2021년 11월 기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만2,622호.
그런데 대구가 비수도권 전체의 35%를 차지합니다.
미분양 여파는 지역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구지역 집값은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거래 절벽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송원배 /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대구 지역에 미분양이 많이 발생돼 있고, 또 최근 기존 아파트 거래도 많이 안되고 있습니다. 거래절벽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되는 부분이 있고…"
2020년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뛴 세종시는 지난해엔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이뤄진 거래만 반영해 최근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실거래 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대구가 1.35% 내린 것을 비롯해, 5대 광역시 중 1.2% 오른 광주를 빼곤 모두 하락했습니다.
이 지수 역시 세종시가 전국 시도중 낙폭 1위였습니다.
<이진우 /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 "입주물량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대출규제나 이런 걸 통해서 수요자들은 감소하면서 공급과 수요 (균형이) 깨어지면서 가격이 조정받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대구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집값 연착륙이 필요하다며 국토교통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선 집값의 하향 안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지나친 개입과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이진우 /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 "더 중요한 것들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특히 과도한 금융개입 자체가 수요자들의 소비심리를 완전히 급감시켜버렸거든요."
<송원배 /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서울과 지방은 확연히 다른 시장입니다. 오히려 필요에 따라선 미분양 관리 지역을 지정해서 신규 공급이 조절될 수 있는 시장의 역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급격히 오른 비수도권 지역 집값은 내리는 곳이 차츰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오르는 금리와 여전한 대출 규제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사실상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이준흠 기자]
현 정부에게 부동산 시장은 아픈 손가락입니다. 이번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부동산 시장 대변화를 예고하는 이유인데요.
서형석 기자가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을 점검했습니다.
[초유의 '부동산 대선'…너도나도 "공급·재개발" / 서형석 기자]
집값을 잡겠다며 대선 주자들이 공약 경쟁을 시작할 때만해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르던 집값은 최근 들어 주춤해졌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19개월만에 하락하는 등 시장의 모습이 달라진 겁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끊임 없이 주택 공급 공약을 쏟아내며 집값 하락을 장담합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13일)> "재개발·재건축을 금기시하지 말고 국민의 주거 상향 욕구도 존중해야 합니다"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 후보 (6일)> "살고 싶어하는 지역에 살고 싶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여 부동산 시장을 안정…"
여야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약속한 임기내 공급 물량은 250만 호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연평균 54만여 가구가 공급된 것을 감안하면 일단 불가능한 수치는 아닙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세금 부담 완화를 미끼로 시장에 다주택자들의 매도 물량을 유도하겠다고도 하고,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로 서울과 수도권의 변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겠다는 공약까지 나와 이러다 '닭장 주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데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임재만 /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집값이 오르는 시나리오에 기초한 공약들을 많이 발표했는데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어야…"
아직 조심스럽지만 금리 인상과 시장의 매매,심리 지표들이 하락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이른바 '영끌 대출'의 부실화나 '깡통전세' 대란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반대편에선 최근 일부 집값 하락 조짐에도 실제 주택 공급 여건은 변한 게 없다고 지적합니다.
공급 대책이 우선이란 이야기인데, 공급 계획과 실제 입주간에 최소 수년의 시간차가 있는 만큼, 끊임없는 공급 신호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김경환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새 정부가 출범을 한다면 바로 구체적인 공급 로드맵을 만들어서 공표를 하고 주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
여야 대선주자들은 서로 자신이 부동산 난제를 풀 적임자라고 주장합니다.
어느 쪽이 믿을 만한 공급과 입지 계획을 내놓고 부동산 표심을 얻느냐가 분수령에 선 집값의 향방을 가를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서형석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집 근처 부동산에 붙어 있던 아파트 가격을 봤어요. 사람들은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는 거죠? 모두 대기업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요"
"일부러 과천으로 이사 왔어요. 신혼부부 특공으로 분양받을 거예요. 사실 둘째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점수를 높이려고 가졌죠"
최근 출간된 소설 '세대주 오영선'에 나오는 인물들의 대화입니다.
교통비, 심지어 밥값까지 아껴야 하는 29살 영선에게는 오늘날의 부동산 시장, 이해하지 못할 부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옥고. 반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의 약자입니다. 여기에 우리 청년 1인 가구 3분의 1이 살고 있습니다.
월세로 시작해 전세, 그리고 이를 발판 삼은 내 집 마련. 이루기 힘든 꿈이 된지 오래입니다.
누구나 살고 있는 집. 이 집은 왜 아무나 살 수 없는 집이 되었을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부동산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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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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