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CEO만 처벌? 사고나면 '장관'도 징역 산다

권화순 기자 2022. 1.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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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재명 기자 = 17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 2022.1.17/뉴스1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뿐 아니라 정부 부처 장관들과 공공기관 기관장도 직접적인 처벌 대상에 포함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로, 터널, 다리 등 전국 8000곳 사업장을 직접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고가 터지면 징역이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망사고가 잦은 철도, 건설, 항공 등의 사업장을 거느린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기관장도 자칫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 민간 기업 CEO만 처벌?...정부부처 장관·340곳 공공기관장도 사고터지면 '징역형'
20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상 각종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영책임자에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공공기관 운영법상의 공공기관장'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민간 회사의 CEO 뿐 아니라 정부 부처 장관들과 약 340곳에 달하는 공공기관장도 중대재해와 관련한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 법에 따르면 근로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부상 또는 질병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민간 CEO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적지 않았는데 똑같은 기준이 정부부처 장관들과 공공기관장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정부 부처마다 업무 성격이 달라 영향도는 제각각이지만 사고 위험이 가장 큰 부처 중 하나인 국토부 장관도 자칫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징역을 가야 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는 전국의 국도, 교량, 터널, 국토의 옹벽, 사면, 건축물 등 총 8000곳에 대해 직접 관리 책임을 지고 있어서다. 만약 전국 국도에서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사망자나 부상자가 날 경우 국토부 장관이 처벌을 받는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인천국제공항,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장도 자유로울수 없다. 이들 기관은 사업장의 특성상 부상자나 사망자가 연간 1명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법 시행으로 인해 기관장이 처벌받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중재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인 지난 5일에도 부산행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나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영동=뉴스1) 김용빈 기자 = 5일 오후 12시46분쯤 충북 영동군 영동읍 KTX 영동터널 인근을 달리던 KTX 열차가 철제 구조물과 충격했다. 사고 충격으로 열차 1량 일부가 선로를 벗어났고, 유리창 파손 등 피해가 발생했으며 운행이 중단됐다. 부상자는 현재 경상 7명으로,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소방본부 제공)2022.1.5/뉴스1
코레일·국가철도공단·LH "매년 1명 이상 사망자 사고 났는데.."... 재취업 안될까 작년말 민간회사로 줄줄이 이동
지난 2019년 기준 공공기관 경영평서 보고서에 따르면 코레일의 경우 이 해 10월 22일 밀양역에서 선로정비작업을 하던 작업자들이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보고서에선 "선로정비작업중 사고가 그간 여러차례 발생해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귀책사유가 코레일에 있다면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코레일 사장이 징역형을 받거나 벌금을 물어야 하며, 나아가 해임까지 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2019년 기준 코레일 발주공사 재해율은 1.72%였다. 사망만인율이 5.06(1만명당 사망자수)에 달했다. 공기업 1군에 속하는 기관 중에선 가장 높은 수치로, 그만큼 산재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발주공사는 코레일 사장이 아닌 이 공사에 참여한 민간 기업의 CEO가 처벌 받는다. 다만 국회에 계류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이 시행된다면 발주처인 코레일도 이 법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된다. 이런 일은 코레일 뿐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이나 SR 등 철도 운영 및 시설관리 기업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난다.

건설 공사를 발주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중대재해법 영향권안에 들어온다. 201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보고서를 보면 LH가 발주한 공사의 사망자수는 연간 4명에 달했다. 이 공사를 맡은 민간회사의 CEO가 중대재해법상 처벌을 받는다. LH는 직접 공사를 하지 않지만 공공임대주택 등을 운영, 관리하기 때문에 관리 소홀로 인해 사고가 터지면 LH 사장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구고 공공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사고로 인해 기관장이 제재를 받게 된다면 현장 책임자도 임기를 채우기 어렵게 된다. 한 철도 관련 공공기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1호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다들 예민해 있다"며 "사망사고가 연간 1~2명 이상은 항상 발생했기 때문에 누구도 이 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처벌을 받으면 사실상 재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연차 많은 직원들은 법 시행 전인 지난해 연말쯤 이미 퇴사를 하고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중대재해법 처벌 기준이나 대상이 모호한 반면, 제제 수위는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결국은 과거에 시행된 '김영란법'처럼 흐지부지 될 것이란 생각도 다들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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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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