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3번째 위기 맞은 현산, 과연 '정몽규 사퇴'가 돌파구 될까
황재성기자 2022. 1. 18. 13:06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회장이 17일(어제) 회장직 사퇴까지 선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광주 신축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의 여파가 잠들지 않고 있다. 현산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마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정 회장의 사퇴 발언에도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패널티(처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HDC현산의 등록말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회사 주가도 11일 사고 발생 이후 연일 하락세다.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 기록도 경신했다. 이 기간 하락률은 무려 30%를 넘는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금까지 정 회장이 HDC현산을 이끌면서 맞은 큰 위기는 이번을 포함해 3번 정도인데, 이전 위기상황에서는 맞춤형 대응책을 통해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 1999년의 위기…조직 혁신으로 극복
정 회장이 HDC현산에서 경험한 첫 번째 위기는 1999년에 있었다. 이전까지 정 회장과 부친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를 이끌었다. 그런데 현대그룹 창업자였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요구로 그해 3월 현대차를 넘겨주고 대신 HDC현산을 넘겨받는다. ‘포니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30년 넘게 현대차 성장에 헌신했던 고 정세영 회장은 이임식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을 정도로 현대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HDC현산으로 옮겨온 뒤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대대적인 조직문화 변화를 이끈다. 경영진을 현대차 출신으로 대거 교체하고, 회사업무도 제조업에서 적용되는 투명한 절차를 강조했다. 당시 HDC현산으로 온 지 한 달쯤 뒤에 “아파트 분양가를 자동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3개월 내에 만들 것”을 지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과정에서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 사용을 놓고 현대그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아파트는 국내 아파트 브랜드에서 절대 강자였고, 가치가 3조~4조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현대아파트는 분양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질 정도였다.
당연히 HDC현산은 현대아파트를 계속 사용하고자 했다. 당시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의 법적 소유주도 HDC현산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계열 분리된 현산에 ‘현대’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듬해인 2000년 HDC현산은 새로운 브랜드 ‘아이파크’를 만들고, ‘현대’ 브랜드와 이별을 고했다.
● 2010년대 초 경영부진…무보수 경영으로 해결
이후 HDC현산은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꾸준하게 성장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시공능력평가 순위다. 1999년까지 5위권 밖이었던 HDC현산은 2000년 5위가 됐고, 2004년에는 4위까지 올라섰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5위권 안팎을 맴돌았다.
두 번째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건설업 침체에서 찾아왔다.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내수시장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았다.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해외로 눈을 돌린 반면 HDC현산은 해외실적이 많지 않아, 국내 시장 침체로 비롯된 실적 부진을 극복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해 2010~2012년 8위, 2013년 9위로 내려앉았고, 2014년에는 13위로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3년에 대규모 부실털기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14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게 직격탄이 됐다.
이에 정몽규 회장은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는 등 비상체제 운영에 나섰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14년에 23년 만에 다시 해외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분양시장도 호조세를 보이기 시작해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15년에 다시 10위로 올라섰고, 현재까지 10위권 이내에 꾸준히 머물고 있다.
● 2022년 부실공사 위기는?
정몽규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건설업 이외 업종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와 한솔개발(한솔오크밸리) 인수, 한화에너지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공동추진, 면세점사업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지난해 9월말 현재 계열사만 30곳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2019년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전에 뛰어들며 재계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항공업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탓에 협상은 최종적으로 결렬됐지만 사업다각화에 대한 정 회장의 열망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의 이런 행태가 HDC현산의 잇달은 부실공사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정 회장이) 건설업은 돈 벌어주는 ‘캐시카우’ 정도로 생각하고, 사업다각화를 명분으로 다른 업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HDC현산에게 이번에 닥친 3번째 위기는 회사 존립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처벌 방침이 예고돼 있고, 이 가운데에는 건설업 등록취소까지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시공 우려가 제기되면서 온라인 등을 통해 이미 지어졌거나 건축 중인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을 중심으로 HDC현산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빼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HDC현산의 1년 매출에서 국내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과연, 회장직 사퇴라는 카드가 3번째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추가 맞춤형 대책을 통해 들끓는 여론의 불만을 잠재울 것인가? 정몽규 회장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정부는 정 회장의 사퇴 발언에도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패널티(처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HDC현산의 등록말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회사 주가도 11일 사고 발생 이후 연일 하락세다.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 기록도 경신했다. 이 기간 하락률은 무려 30%를 넘는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금까지 정 회장이 HDC현산을 이끌면서 맞은 큰 위기는 이번을 포함해 3번 정도인데, 이전 위기상황에서는 맞춤형 대응책을 통해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 1999년의 위기…조직 혁신으로 극복
정 회장이 HDC현산에서 경험한 첫 번째 위기는 1999년에 있었다. 이전까지 정 회장과 부친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를 이끌었다. 그런데 현대그룹 창업자였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요구로 그해 3월 현대차를 넘겨주고 대신 HDC현산을 넘겨받는다. ‘포니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30년 넘게 현대차 성장에 헌신했던 고 정세영 회장은 이임식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을 정도로 현대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HDC현산으로 옮겨온 뒤 고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대대적인 조직문화 변화를 이끈다. 경영진을 현대차 출신으로 대거 교체하고, 회사업무도 제조업에서 적용되는 투명한 절차를 강조했다. 당시 HDC현산으로 온 지 한 달쯤 뒤에 “아파트 분양가를 자동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3개월 내에 만들 것”을 지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과정에서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 사용을 놓고 현대그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현대아파트는 국내 아파트 브랜드에서 절대 강자였고, 가치가 3조~4조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현대아파트는 분양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질 정도였다.
당연히 HDC현산은 현대아파트를 계속 사용하고자 했다. 당시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의 법적 소유주도 HDC현산이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계열 분리된 현산에 ‘현대’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듬해인 2000년 HDC현산은 새로운 브랜드 ‘아이파크’를 만들고, ‘현대’ 브랜드와 이별을 고했다.
● 2010년대 초 경영부진…무보수 경영으로 해결
이후 HDC현산은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꾸준하게 성장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시공능력평가 순위다. 1999년까지 5위권 밖이었던 HDC현산은 2000년 5위가 됐고, 2004년에는 4위까지 올라섰다. 이후에도 꾸준하게 5위권 안팎을 맴돌았다.
두 번째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건설업 침체에서 찾아왔다.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내수시장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았다.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해외로 눈을 돌린 반면 HDC현산은 해외실적이 많지 않아, 국내 시장 침체로 비롯된 실적 부진을 극복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해 2010~2012년 8위, 2013년 9위로 내려앉았고, 2014년에는 13위로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3년에 대규모 부실털기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140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게 직격탄이 됐다.
이에 정몽규 회장은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는 등 비상체제 운영에 나섰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14년에 23년 만에 다시 해외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분양시장도 호조세를 보이기 시작해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15년에 다시 10위로 올라섰고, 현재까지 10위권 이내에 꾸준히 머물고 있다.
● 2022년 부실공사 위기는?
정몽규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건설업 이외 업종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와 한솔개발(한솔오크밸리) 인수, 한화에너지와 통영천연가스발전사업 공동추진, 면세점사업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지난해 9월말 현재 계열사만 30곳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2019년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전에 뛰어들며 재계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항공업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탓에 협상은 최종적으로 결렬됐지만 사업다각화에 대한 정 회장의 열망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의 이런 행태가 HDC현산의 잇달은 부실공사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정 회장이) 건설업은 돈 벌어주는 ‘캐시카우’ 정도로 생각하고, 사업다각화를 명분으로 다른 업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HDC현산에게 이번에 닥친 3번째 위기는 회사 존립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정부의 강력한 처벌 방침이 예고돼 있고, 이 가운데에는 건설업 등록취소까지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시공 우려가 제기되면서 온라인 등을 통해 이미 지어졌거나 건축 중인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을 중심으로 HDC현산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빼자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HDC현산의 1년 매출에서 국내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과연, 회장직 사퇴라는 카드가 3번째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추가 맞춤형 대책을 통해 들끓는 여론의 불만을 잠재울 것인가? 정몽규 회장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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