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사람이 그리워서"..한파에도 북적인 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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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서, 사람이 그리워서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한 곳을 혐오시설이라고 하면 마음이 아프죠."
빵을 받아들고 발길을 돌리던 강모(70)씨는 "여기 오는 사람들 80%는 독거노인"이라며 "밥 먹으러 오는 것도 있지만 사람이 그리워서 온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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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도시락에 발길 돌려도 "급식소 계속 운영했으면"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배가 고파서, 사람이 그리워서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한 곳을 혐오시설이라고 하면 마음이 아프죠."
17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삼일문 앞. 공원 안에 임시로 설치된 천막 안은 곳곳에서 모여든 300여명의 노인들로 북적거렸다.
눈을 감고 몸을 웅크린 채 추위를 버티던 노인들은 11시가 되자 하나둘 천막 밖으로 나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원각사무료급식소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기 위한 행렬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준비한 도시락을 하나씩 나눠주는 봉사자들의 얼굴에서는 뿌듯함과 함께 피로감이 묻어났다.
최근 서울시가 청량리에서 34년간 무료급식사업을 벌여온 '밥퍼' 최일도(65) 목사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노인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소의 어려운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찾아간 서울의 무료급식소 관계자들은 "급식소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에 지쳤다"면서도 "찾아오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버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 탑골공원의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오히려 이용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감염 우려 때문에 주변 급식소들이 현장 배식을 중단하자 밥을 굶게 된 노인들이 도시락을 나눠주는 이곳으로 몰려든 탓이다.
고영배(52) 사회복지원각 사무국장은 "코로나 이후로 기부금이 감소했고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자원봉사자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무료급식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하루 240∼350여명으로 오히려 100명가량 늘었다"고 토로했다.
줄어든 기부금과 일손에 도시락을 넉넉하게 준비하지 못하다 보니 밥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날 뒤늦게 도착해 미리 준비된 200여개의 도시락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봉사자들이 마련한 빵과 두유로 식사를 대신해야 했다.
빵을 받아들고 발길을 돌리던 강모(70)씨는 "여기 오는 사람들 80%는 독거노인"이라며 "밥 먹으러 오는 것도 있지만 사람이 그리워서 온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 시각 탑골공원에 있는 또 다른 무료급식소에도 지팡이를 짚은 300여명의 노인이 줄을 서서 차례대로 밥과 국, 반찬 1개가 든 도시락 봉투를 받았다.
도시락을 받아든 이들은 탑골공원 곳곳에 놓인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일회용기에 든 시래기 된장국을 입에 떠넣었다.
경기 양평에서 왔다는 박종욱(89)씨는 "양평에서는 사람 구경하기가 힘드니까, 운동 삼아서 나온다"며 "3시간 지하철 타고 와서 아침을 먹고 오후 3시에 집에 돌아가 혼자 저녁을 먹는다"고 말했다.
급식소 관계자는 "원래 주변 건물에서 현장 배식을 했는데 코로나19로 도시락 배식을 하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다"며 "날씨가 추워서 야외에 놓인 테이블을 닦으면 행주가 얼고, 식사하시는 분들 주변에 새들이 똥을 싸놓는 경우도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급식소를 이용하는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료 급식을 이어가는 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사람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소박한 일상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당뇨병으로 청소일을 그만두고, 남편과도 1년 전 사별했다는 김모(60)씨는 "제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데다가 혼자 살아서 말할 사람도 없다. 그나마 여기 오니까 얘기를 한다"며 "급식소 덕분에 외로움을 견딘다. 계속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ll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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