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보이저엑스 남세동, "세이클럽, 첫눈, 다음 카드는 손글씨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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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일 더하면 안 됩니다. 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구성원의 자아실현을 막는 기분. 하향 평준화, 사다리 걷어차기, 그리고 조삼모사.”
작년 7월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가 쓴 페북 글. 52시간 넘으면 일 스톱해야하냐는 직원의 질문에 대한 공개 답이었습니다. 화제였습니다. 많은 테크 업계 유명인이 댓글을 달았고요. 물론 화제성의 한 이유는 남세동은 세칭 ‘천재 개발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1998년 네오위즈에서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을 개발했죠. 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첫눈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에서 셀카앱 ‘B612′도 만들었습니다. 누구는 “한국인이라면 모두다 남세동의 코딩을 탔다”라고 합니다. 그니까 네이버 검색(첫눈기술 흡수)하느라, 세이클럽 채팅하느라, 여성분들은 예쁜 프사 만드느라 그의 개발 코딩과 접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몇 줄 글의 강한 메시지는 그의 솔직함 때문이었지 않을까요. 유명한 창업가나, 천재 개발자는 숱하지만, 다들 본인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감한 사회 이슈는 딴 세상 이야기로 보기도 하고요. 그는 다소 멋쩍어합니다. “진작 사장할 걸 그랬습니다. 욕을 먹어도 내가 먹는 것이 편해요. ‘천재 개발자’라는 잘못된 수식어는 괜찮지만 ‘은둔의 경영자’는 스스로에게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두들겨 맞는다면, 할 말은 다 해야죠.”
2021년 12월 서초구에 있는 보이저엑스 사무실. 입구는 특이한 문입니다. 엑스멘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밀 무기(셀레브로)를 숨겨둔 철문처럼 생겼죠. 그 문에서 남세동 대표가 등장했습니다. 남 대표는 10분이 넘도록 사무실 자랑을 했습니다. 커즈와일 피아노, Jula 커피머신, 사무실 벽을 전체를 채운 스크린과 그 스크린으로 구동하는 플스 게임까지요. 직접 샤인머스캣 포도를 씻어와 ‘과일도 진짜 좋은 것들’이라더군요.
◇초4 남세동과 SPC800의 만남, 만들고 싶은 것이 없던 개발자가 잘 된 이유
비싼 사무실은 오히려 스타트업 정신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빵을 먹어봐야 빵을 만들어요. 인터넷을 봐야 인터넷을 만들고, 스마트폰을 써봐야 앱을 만들죠. 최신 기술 써보고, 최신 트렌드 제품을 써봐야 아이디어가 나와요. 최신 기술, 최신 제품은 비싸고 희귀하고 장벽도 높죠. 그래서 투자했어요. 커피머신도 최고예요. 비싸고 좋은 커피를 마시다보면, 커피와 기술을 접목시킨 사업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환경에 투자한 셈이죠.”
“일과 업무에 미치는 주변 환경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고 봅니다. 서울 영등포 영신초 4학년 때인 1988년, 학교가 최초의 전국 컴퓨터 시범학교로 선정됐어요. 그때 컴퓨터 SPC800가 들어왔어요. 수수께끼 푸는 것을 좋아한 초등 4학년에겐 수수께끼 놀이하는 기계였죠. 재밌어서 코딩했어요. 그게 직업이 됐지만요. 그땐 전혀 그런 생각없었어요. 카이스트 출신 개발자, 창업가가 많은 이유도 환경 때문이에요. 카이스트 96학번입니다. 원래 과학자나 수학자가 꿈이었는데, 물리와 수학하는 진짜 천재 동기들을 봤어요. 국내 최초로 인터넷이 들어온 학교였고, 기숙사에 LAN 깔아준 학교도 카이스트가 처음이었어요. 뭐 했느냐고요? 전부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으로 밤마다 게임했죠. 그때 게임을 했던 동기, 선배, 후배들이 지금 한국의 게임회사 창업하고, 게임 만든 주역이고요. 빌 게이츠도 기숙사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그 학교에 컴퓨터가 있었대요. MS의 시작이었던 셈이죠.”
천재들이 모인 곳인 역시 카이스트일까요. 대표님 포함해서요.
“진짜 천재들이 보면 우스울 것입니다. 제 입으로는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어요. 저는 7단쯤 됩니다. 더 수련하지 못하고 기획자, 사업가로 전직한 것이죠. 8~9단에 이르는 재야의 고수들은 사업을 잘 못해서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아이디어를 어디서 오나요. “딱히 만들고 싶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전자레인지(사무실에 있던 전자레인지를 가리키며)를 만들어야겠다, 인생을 걸겠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냥 ‘부엌에 필요한 것을 모두 만들어주겠다’는 마음이죠. 1998년 네오위즈에서 인턴했어요. 당시 원클릭이라고 하이텔이나 천리안이랑 비슷한 인터넷 종량제 접속기가 있었습니다. 원클릭 사용자 패턴을 보니까 가장 많은 사용량이 성인물 접속, 그리고 다음이 채팅이더군요. 채팅 서비스를 내면 잘 될 것 같았죠. 당시 네오위즈가 팀원 10명짜리 벤처였습니다. 그냥 제가 막내 인턴이고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제가 만들게 된 것입니다.”
“네이버에서 만든 셀카앱 B612는 내부에서 갑론을박 끝에 제가 져서 만든 것입니다. 2014년쯤, 오바마가 셀카 찍고, 그해 옥스포드 선정 올해의 단어가 ‘셀피’였죠. 그런데 셀카 앱은 없었습니다. 당시 보스가 ‘라인 카메라’라는 가제를 세우고, 셀카가 유행이니 셀카 전문앱으로 해보자고 이야기했죠. 저는 반대였어요. ‘숏폼 동영상’을 하자고 했죠. 결국 이 두 의견이 부딪혀서 내부 PT까지 했어요. 사내 발표 후 B612가 이기고 제가 졌죠. 등 떠밀려서 만든 앱이었는데 대단히 잘 됐습니다. 그걸 이은 스노우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요.”
논쟁에서 이겼다면?
◇구독자 3000명 유튜버, 자막 제작에 딥러닝을 붙여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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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숨어버리면 누가 목소리를 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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