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리 없어 광주 간다고 했는데.. 이런일 있을 줄 몰랐다"
"사람 발견됐다" 소식 전해지자
통제선 앞까지 뛰쳐나가기도
타워크레인·옹벽 붕괴 우려에
본격 수색 2∼3일 더 기다려야
"내 가족 살리려 추가 희생 안 돼
위험 판단되면 수색 중단 동의"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전 상황 영상 공개
"39층 콘크리트 타설 공사 도중
아래층서 설비 마감 동시 작업
지지대 철거로 하중 못 견딘 듯"
전문가들 "부실 시공" 한목소리
사고 사흘 만에 실종자 1명 발견
중대재해 속출에도 조치 미흡
피해 5명 모두 하청소속 근로자
원청 압력에 안전 도외시 분위기
13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현장에는 눈이 거세게 내렸다. 사고 현장 앞에 선 실종자 가족들의 머리와 어깨에는 어느새 눈이 가득 쌓였지만, 이들은 하염없이 현장만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평택에서 내려온 A(60)씨도 쉽사리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A씨의 남편은 아파트 붕괴 당시 현장에서 실종된 6명 중 1명이다. A씨는 “남편이 평택에 일거리가 없어 광주로 가야 한다고 했었다”며 “단 한 번도 위험한 현장이라 말한 적 없어 이런 일이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이 많다던 남편은 평소 주말에도 거의 집에 올라오지 못했다. A씨는 “새해가 됐는데 한 번 보지도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며 고개를 숙였다.
거푸집 ‘두둑’ 이상 발견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외벽이 무너지기 직전 영상이 13일 공개됐다. 공사 현장 작업자가 붕괴 사고 직전인 11일 오후 3시35분쯤 촬영한 2개의 동영상에는 외국인 작업자들이 39층 바닥에 설치된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장면 등이 찍혀 있다. 사진은 작업 중 ‘두둑’ 소리를 내며 내려앉기 시작한 거푸집(붉은색 원) 모습. 연합뉴스 |
“저기 무너졌다, 저기 무너져. 어우 거기도 떨어졌네.”
지난 11일 오후 3시 35분 전후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201동 39층 꼭대기에서는 중국인 작업자들의 다급하고 한탄 섞인 외침이 울려 퍼졌다. 현장에서는 39층의 바닥 면(슬래브)에 해당하는 곳에 거푸집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콘크리트가 쌓인 바닥 면은 평평해야 했지만, 바닥 가운데가 움푹 패어 주저앉아 있었다. 갑자기 ‘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거푸집이 꺾이듯 치솟아 들리기도 했으며 타워크레인 방향에서 ‘펑펑’ 소리가 나자 작업자들은 계단을 통해 긴박하게 대피했다.
붕괴사고 10여 분 전 상황이 담긴 총 2분 10여초 짜리 2개의 영상이 업체 관계자에 의해 13일 공개되자 시민들은 부실시공이 사고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붕괴사고는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골조공사와 설비·마감공사를 동시에 진행한 패스트 트랙 공법이 참사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골조공사 바로 아래층에서 설비·마감공사를 하는 패스트 트랙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A씨는 “골조공사를 하면서 타설(거푸집에 콘크리트를 채우는 작업)한 콘크리트가 굳기까지 슬래브를 받쳐주는 철제 지지대를 유지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공사의 경우 39층에서 타설공사를 하는데, 아래층에서 창호 설치와 배관 등 설비와 마감공사를 동시에 했다”고 말했다. 설비와 마감공사를 원활하게 하려면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다. A씨는 “마감공사를 하는 작업자들의 공간확보를 위해 철제 지지대를 조기에 철거해 위층에서 무너져 내리는 슬래브의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의 골조공사를 할 경우 설비나 마감공사는 대개 5층 정도 사이를 두고 한다. 하지만 이번 붕괴현장에서는 아래층에서 설비와 마감공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번 붕괴 아파트의 공사기간은 2019년 6월부터 올해 11월까지 42개월이다. 붕괴된 시점에는 이미 골조공사가 끝났어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평가다.
골조공사와 설비공사를 동시에 진행한 것은 이 같은 공기단축을 위해서다. 공정속도를 높이기 위해 패스트 트랙으로 공사를 하다가 건물 붕괴라는 참사를 낸 셈이다.
붕괴 원인으로 콘크리트 양생(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불량이라는 부실시공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장 작업자들은 “겨울 공사인데도 불구하고 일반 아파트들처럼 4∼5일 만에 한 층씩 올렸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보통 아파트 1개 층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에는 하절기 5~6일, 동절기 12~18일 가량이 소요된다. 사고가 발생한 201동은 전체 39개 층인데 이번에 23~38층, 모두 16개 층이 붕괴됐다. 통상적인 소요기간을 기준으로 역순해보면 23층의 경우 9월부터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이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압축강도를 내기 위해서는 4주간의 기간이 필요하다.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원청으로 있는 사업장에서 최근 5년간 중대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사고의 피해를 본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다.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되지만 하청이 원청의 압력으로 공사기간 단축·비용 절감을 안전보다 우선시해 사고로 이어지는 현장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가 해마다 공개하는 ‘중대재해 발생 등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 명단’에 따르면 2016~2020년 공개 대상에 포함된 현대산업개발 관련 사고는 5건으로 집계됐다. 공개 대상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가운데 수사·기소를 거쳐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사업장 등이다. 공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 현대산업개발과 관련 있는 사망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 서구의 화정아이파크 공사 관련 민원 조치와 인허가 절차에 대해서는 경찰이 위법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날 서구에 민원접수 내역 320여건과 인허가 자료 등 제출을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서구 관계자는 “경찰이 제출을 요구한 자료에 대해 각 과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5월 착공 이후 접수된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관련 민원은 총 324건이다. 이 중 과태료를 부과한 건은 14건에 그쳐 서구 측 대응이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붕괴 아파트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검토하고 관내 발주사업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전면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광주=구현모·한현묵·김동욱 기자, 안병수·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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