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인수위원' 업체에 10년째 부당 수의계약 의혹..성남시, 뒤늦게 "개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직후, 당시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가 운영하는 청소 업체가 성남시와 10년 동안 200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맺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가 '이 같은 계약 방식이 법령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성남시 측은 이를 인정하면서 "계약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업체 외에 성남시 청소 업무를 수의계약으로 수행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에서도 과거 인수위 활동을 했던 인사들의 이름이 추가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 2012년부터 200억 원대 수의계약
A 업체는 최 모 씨가 2011년 설립한 기업입니다. 설립 이듬해인 2012년부터 매년 성남시 분당구 지역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용역(대행 계약)을 맺어 왔습니다.
서류 보존 기간이 지나 계약 금액을 확인할 수 없는 2012년을 제외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맺은 계약 금액은 222억 1천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계약은 공개 입찰 및 경쟁·타견적서가 필요 없는 '수의계약'(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여 맺는 계약)의 일종인 '수의 1인 견적'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대행 계약과 별도로 A 업체는 성남시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정구 어린이 놀이터 청소·중원구청 외벽 세척 등 수의계약 128건(총 10억 7천만 원)을 맺었습니다.
■ 최 씨는 누구?
최 씨는 성남 지역에서 30여 년간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한 인물입니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의 첫 당선 때 선거 운동을 도왔고, 당선 뒤 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에서 유동규(52·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인수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2012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는 대장동 개발 사업 등을 논의했던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엔 성남시 호남향우회장, 성남시 생활체육회 부회장 등을 지냈고, 2014년 지방선거 때 시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출마했다 자진 사퇴한 적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2014년 성남시장 재선, 2018년 경기도지사,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등 이 후보가 선거에 나갈 때마다 지지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최 씨의 아들은 2011년 3월 성남산업진흥재단(현 성남산업진흥원)에 3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개 채용 입사했습니다.
당시 아들 최 씨와 함께 유일한 공채 합격자였던 김 모 씨는 이재명 후보의 2006년 성남시장 선거 공동선대본부장 출신이자 '백현동 옹벽아파트 인허가 특혜'에 개입됐다는 의심을 받는 인사의 아들이라 특혜 채용 의혹을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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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 "사회적기업에 업무 위탁"
성남시에선 사회적기업만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 이윤을 지역 사회에 공헌하도록 하는 기업 형태입니다.
이런 업무 형태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에 취임하면서 주도한 것으로, 이 후보 관련 자서전에도 언급될 정도로 공을 들인 사업이었습니다.
이재명이 시장에 취임해보니 시청과 구청, 도서관 등 성남시에서 청소용역을 주는 곳이 16군데 있었는데 그 업체 하나의 권리금이 20억 원이었다. … (중략) … 이재명은 별도로 책정된 용역업체 이윤을 제외한 환경미화원 임금은 100% 그대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입찰공고를 내고, 선정방식도 공개경쟁 심사로 바꾸었다. 환경미화원들은 한달에 월급이 40~50만 원이나 올랐다고 좋아했다. <인간 이재명> 293 페이지
실제로 성남시는 2011년 1월 보도자료에서 "사회적기업 일종인 시민 주주기업(성남 거주 직원 비율 70%, 기업 이윤 2/3 사회 환원)에 청소대행 업무를 위탁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A 업체도 시민 주주기업, 즉 사회적기업입니다. 이윤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데, 공개된 자료를 보면 2015년~19년, 5년 동안 이익금 6억 8천만 원(한해 평균 1억 3천만 원)를 환원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이윤'은 '순이익'(매출에서 영업비용을 뺀 금액)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사회적기업의 환원 내역에는 '기부금'이나 '사회공헌기금' 외에 '설비 재투자' '직원 성과금' '추가 인력 고용' '근무여건 개선비'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비용까지 포함됩니다. A 업체는 최 씨 부인이 이사를 지냈고, 아들이 본부장을 맡은 '가족 기업'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A 업체의 2018년 사회 환원액은 모두 1억 4천만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기부금은 1천700만 원(12%)에 불과했고, 나머지 1억 2300만 원(88%)은 성과금과 근로개선 등에 쓴 돈이었습니다.
■ 한도 5천만 원인데…성남시 "예외 규정 적용"
성남시가 사회적기업들과 맺은 계약 방식도 석연치 않습니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의 수의계약 한도는 건당 5천만 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해당 규정은 2018년에 생긴 것으로, 그 이전에는 한도가 2천만 원이었습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 제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5.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계약
마. 추정가격이 2천만 원 초과 5천만 원 이하인 계약으로서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업 또는 조합과 체결하는 물품의 제조ㆍ구매계약 또는 용역계약.
3)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사회적기업
그런데 어떻게 A 업체는 성남시와 매년 10억~30억 원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걸까요.
성남시는 A 업체와 맺은 수의계약 정보를 공개하면서 일종의 예외 규정인 '지방계약법 25조 1항 8호 사목'을 근거로 적었습니다.
'경쟁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 법제처 "불가"…성남시 "개선하겠다"
그러나 법제처의 유권 해석은 달랐습니다.
법제처는 지난해 6월, 성남시가 근거로 든 '지방계약법 25조 1항 8호 사목'에 대해 "수의계약 사유는 엄격하게 한정적으로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제3자에게 자유로운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정도로 그 사업을 대행할 수 있는 자를 특정함으로써 지방계약법의 예외적인 계약 형태인 수의계약을 인정하는 명시적인 근거 규정으로 볼 수 없다"면서 "생활폐기물 수집ㆍ운반 대행계약을 수의계약으로 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겁니다.
KBS는 지난달 28일 이 같은 법제처 해석을 성남시에 보냈고, 일주일 뒤 답변을 받았습니다.
성남시는 답변서에서 "향후에는 사회적기업과 수의계약 체결에 대한 적정성 및 투명하고 객관적인 계약방법을 검토하여 청소대행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남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잘못된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온 것이냐'는 KBS 질문에 "이전부터 계약 방식이 적절한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앞으로는 공개 경쟁 등 수의계약이 아닌 다른 방식을 도입하겠다"며 말했습니다.
이 후보가 치적으로 홍보해 온 사회적기업에 대한 수의계약 방식에 대해 10년 만에 개선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 3개 업체에도 이 후보 관련 인사
성남시에는 A 업체를 포함해 매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맺어오고 있는 16개 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이 업체들은 2011년~2012년 공개경쟁을 통해 선정됐는데, 이후 10년 가까이 용역을 전담하며 퇴출되거나 페널티(벌칙)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성남시는 이에 대해 "매년 업체 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신규로 허가 신청을 한 업체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KBS는 이 16개 업체의 법인 등기부 등본을 추가로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최 씨 외에도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회 활동을 한 인사의 이름들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B 업체의 대표인 한 모 씨는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의 문화체육복지분과 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C 업체의 전 사외이사인 최 모 씨는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의 경제환경분과 간사를 맡았습니다.
■ 이 후보 측 "법적 문제 없어…과정 투명"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입장도 들어봤습니다. 선대위는 KBS 질의에 아래와 같은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 선거를 돕고 인수위 활동을 하셨던 최 모 씨가 운영하는 업체가 2011년부터 성남시와 230억 원대의 수의계약을 맺었습니다. KBS가 이 같은 수의계약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성남시는 이를 인정하면서 계약 방식을 바꾸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이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육성은 박근혜 정부 당시의 역점사업이었음. 당시 규정으로는 계약 과정에 법적 문제가 없었고, 위탁적격심사에서 새누리당 시의원이 최고점을 줄 정도로 공모 과정도 투명했음"
-A 기업 말고도 시의 청소대행 계약을 맡고있는 사회적기업들의 등기 이사 중에서는 이 후보의 선거를 도왔거나, 가까웠던 인사들과 동일한 이름들이 여럿 확인됩니다. B 업체 한 모 대표, C 업체 최 모 이사 등입니다.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언급된 분들이 소속된 회사는 당시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이미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된 업체였음. 당시 전국의 지자체에서 분뇨, 쓰레기처리 등은 이권의 복마전이었고 성남시는 이들 적격업체를 대상으로 심사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선정했음"
한편 A 업체의 최 대표에도 입장을 물었지만, 그는 전화나 문자메시지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취재진에게 "그 문제(수의계약)로는 통화를 거절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수신을 차단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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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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