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 곳곳서 떨어지지만..1년여 전 집값 수준 '하향 안정' 갈길 멀어
아파트시장 거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해 들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매맷값이 하락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도 주간 기준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조만간 하락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에 견줘보면 최근 하락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이른바 ‘하향 안정세’가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6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1월3일 기준)을 보면, 아파트값이 공표되는 전국 176개 시군구 중 35곳에서 이번주 매매가격이 하락했다. 지난주보다 5곳 증가한 것이다. 보합지역도 지난주 10곳에서 이번주 19곳으로 늘었다.
서울의 이번주 매매가격 변동률은 0.03%로, 최근 4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됐다. 대출 규제, 대선 변수 등을 앞두고 거래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가운에 급매물만 간헐적으로 팔리면서 일부 단지가 호가를 끌어 내리는 분위기다. 강북·도봉·은평구는 아파트값이 일제히 0.01% 하락하며 지난주에 이어 약세가 이어졌고 금천구와 관악구는 각각 3주, 4주 연속 보합세(0.00%)가 지속됐다. 지난주까지 통계상 상승으로 분류된 성동·광진·동대문·성북구 등 4곳은 이번주 보합으로 전환됐다.
강남4구는 이번주에도 서초구 0.07%, 강남구 0.05%, 송파구 0.03%, 강동구 0.01% 각각 오르며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오름폭은 지난주보다 축소됐다.
경기도에선 하남시와 의정부시가 각각 0.07%, 0.02% 하락 전환됐다. 두 지역의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하남은 2020년 5월 11일(-0.02%) 이후 약 1년8개월, 의정부시는 2020년 4월 13일(-0.01%) 이후 1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입주 물량이 증가한 안양시 동안구는 이번주(-0.02%)까지 2주 연속 약세를 보이는 등 과열 분위기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역시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지인 시흥(-0.03%)과 광명(-0.03%)은 각각 2주 연속 매매가격이 하락했고, 화성시(-0.02%)는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의왕시는 3주 연속, 파주시는 2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이번주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은 지난주(0.04%)보다 둔화한 0.02%로, 조만간 하락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방 아파트값도 약세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와 세종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 아파트값이 지난주 보합에서 이번주 -0.06%로 하락 전환됐다. 대전 아파트값 하락은 2019년 4월 15일(-0.03%)이후 2년9개월 만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외곽 지역부터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추세라면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 전환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서울 전체 아파트값도 이달 중 통계상으로 하락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1년간 집값이 크게 오른데 견줘 최근 하락폭은 극히 미미해, 현재의 하락세가 좀더 이어진다고 해도 집값이 실질적인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지난해 1~11월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 누적 상승률은 무려 17.56%로, 올해 집값이 평균 20%가량 하락한다고 해도 고작 2020년 연말 당시 집값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연구팀장은 “정부는 최근 집값이 하향 안정세에 진입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엄밀하게 전년 동월 대비 집값을 본다면 ‘하향 안정’은 아직 멀었다”며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오는 6~7월 주택임대차법 개정 2년째를 맞아 신규 전세가격이 들썩일 우려도 있는 등 올해도 집값 불안 요인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부동산 정책 변수에 따라 주택시장이 출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선 후보들이 약속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앞으로 경쟁적으로 나올 공급대책 등이 시장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새정부 출범 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를 1년간 유예하겠다고 공언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중과세 폐지를 목표로 하되 우선 2년간 유예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시장에선 올해 상반기 실제 중과세 유예가 이뤄져 다주택자의 매물이 풀릴 경우 금리인상 등 주택시장 침체 요인과 맞물려 집값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훈 이지혜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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