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숲학교, 프랑스에서 인기

김문주 2022. 1. 5. 14: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으로 나가는 숲학교 인기

자연에서 자유롭게 놀고 경험하며 창의력과 집중력 쌓아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꼭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할까? 사방이 콘크리트 벽에 갇힌 일반 교실에서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탁 트인 자연 속에서 배우는 '숲학교(écoles de la forêt)'가 인기다.

숲학교는 1927년 미국 위스콘신에서 시작된 이후 1950년대에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현재 독일에는 2,000여 개, 영국에는 700여 개의 숲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전체 유치원의 20%가 야외활동으로 진행된다. 

프랑스는 그동안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숲학교가 덜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방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편견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프랑스 BFM 뉴스는 파리에서 만 6-11세 사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100% 야외수업을 진행하는 데클리크(Décliques)학교를 소개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티보 팡자르(Thibaut Pinsard) 씨는 프랑스 내 숲학교는 약 40여 개가 있다고 말했다.

티보 팡자르 씨는 “아이들이 0°C의 날씨에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추운 날씨에도 옷을 충분히 잘 갖춰 입는다면 아프지 않지요”라고 전했다. 나쁜 날씨는 없으며 다만 나쁜 옷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봉쇄가 길어지고 잦아지면서 프랑스도 숲학교를 찾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티보 팡자르 씨에 따르면 지난 9월 새학기가 시작될 때 약 200여 명의 학생들이 등록했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무려 4배가 되는 숫자이다.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야외에 나가 시간을 보내는 숲학교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는 것일까? 단순히 숲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자연에 나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샤렁트 숲유치원 아이들 모습 ⓒ샤렁트 유치원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école de la forêt de chantemerle)

프랑스 중서부에 있는 샤렁트(Charente) 숲유치원에서 일하고 있는 마리 린 보노(Marie-Line Bonneau) 씨는 지난해 12월 6일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숲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책으로 접하는 것이 아닌 자연에서 동물을 직접 보고 식물을 손으로 만지며 알게 됩니다. 오늘은 숲길에 흩어진 단풍잎을 주워 식물 표본을 만들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야외에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독립성을 기르는 훈련도 함께 진행된다. 아직 만 5세가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옷을 입는 법과 혼자서 밥을 먹는 법을 배우고 직접 자기 가방을 챙기면서 자립심을 기르고 책임감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샤렁트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세바스챤 라미(Sébastien Lamy) 씨는 “아이들이 오전 시간 내내 야외에서 신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동시에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알게 돼요. 이는 나중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할 때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돼요”라고 전했다.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샤렁트 숲유치원 아이들 모습 ⓒ샤렁트 유치원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école de la forêt de chantemerle)

샤렁트 유치원과 같은 숲학교의 경우 프랑스 교육부와 계약을 맺지 않은 사립 학교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교육부의 정해진 수업시간표나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단,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공통교육과정인 읽기, 쓰기, 셈하기, 인성 교육, 시민 교육, 과학, 사회 분야를 교육과정의 의무로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매년 교육부의 감사를 통해 실행여부가 결정되며, 악천후에 대비할 수 있는 건물을 소유하는 것이 의무이다. 수업료는 부모의 소득에 따라 다르며, 한 달에 약 200유로(한화 약 27만원)에서 700유로(한화 약 94만원) 사이로 정해져 있다.

덴마크의 교육학자 에릭 미긴드(Erik Mygind)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덴마크 18개의 공립 숲학교에 다니는 9~12세 1,000여 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야외 교육이 아이들의 행복감과 연결되며 수업에 대한 동기 부여 및 자신감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또한 숲학교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더 사교적이고 친구들과 서로 도우며 공감능력도 높다고 덧붙였다. 

미긴드는 지난해 11월 BFM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를 가진 아동들에게 숲학교에서 보내는 야외 교육이 훨씬 더 뚜렷한 효과를 가져다 줍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덧붙여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내면의 정서적 발달은 학생들의 높은 학업성취도와도 연결된다고 전했다.

숲학교는 아이들에게 신체적 건강을 가져다 주는 것은 물론 학업에서 올 수 있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주며, 아이들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게 한다. 또한 어린 나이의 아이들은 독립심과 자립심을 길러주는 훈련을 통해 성인이 되는 준비를 미리 겪게 된다.

이와 같이 숲학교의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프랑스 일반 학교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됐다. 놀이터, 텃밭과 같은 야외 교실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이 많이 생기면서 숲학교의 인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의 영향으로 지난 4월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일반학교에서도 야외에서 수업을 진행할 것을 추천했다. 이에 교육 전문가 웹사이트 등에서 야외 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작되고 있는 숲학교의 인기가 꿈나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 주는 교육의 터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프랑스 세르지 = 김문주 글로벌 리포터 moonjukim24@gmail.com

■ 필자 소개

전 유네스코 아프리카 교육사업 프로젝트매니저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원 국제개발 석사

☞ EBS 글로벌 리포터 지원하기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