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흙과 불, 바람의 예술..'진사 도예가' 신재균

KBS 지역국 2022. 1. 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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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조선 백자 가운데서도 붉고 다채로운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진사 도자'는 고난도의 작업이 필요해서 전문 도공이 많지 않은데요.

50년 넘게 전통 장작 가마를 고집하며 진사를 재현해 오고 있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꼬박 스물다섯 시간, 길게는 서른 시간 이상 불을 때며 가마를 지킵니다.

장인의 손을 거친 흙이 불과 바람을 만나는 시간.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어떤 때는 열 개를 넣으면 서너 개가 나올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하나도 안 나올 수가 있고..."]

장인의 혼이 자연과 만나 극채색의 진사를 완성합니다.

전통가마가 즐비했던 고성 상리면 일대입니다.

지금은 가마터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요.

신재균 씨는 여전히 이곳에서 전통가마를 지키며 도자기를 빚습니다.

[신재균/도예가 : "흙을 만지면 항상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분이 참 좋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흙을 만지고 있습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발을 들여 흙과 함께한 시간이 50년.

성형한 도자기는 유약을 발라 초벌한 뒤 거듭 구워내는 재벌을 거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의 조화, 거의 불에서 80%가 나온다고 보면 돼요. 작품이 탄생되려면 불에서 탄생이 되지 아무리 우리가 이거를 잘 만들어도 불 잘못 때면 싹 다 헛일이에요."]

전통방식으로 직접 만든 가마에 도자기를 쌓고 밑불을 지핍니다.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잘 마른 장작을 계속 넣으며 불을 지킵니다.

고루 구우려면 옆 불을 같이 넣으며 이삼일을 뜬눈으로 새워야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이 안 들어갈 때는 70시간을 때도 잠이 안 와요. 끝까지 때야 하니까. 그러니 이 가마하고 나하고는 체질이 맞는 거야. 전통하고."]

조선시대 전통기법대로 재현한 진사 작품들입니다.

가마 속 불이 색과 문양을 결정하는데, 예측할 수 없어서 '우연성의 예술'로 불리기도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여기가 불을 바로 받은 데고, 돌려보면 타고 넘어가서 불이 넘어가니까 색깔이 다르잖아요. 장작은 이런 묘미가 있어요. 극채색이라는 건 색깔 중에 최고 좋은 게 극채색이라고 하잖아요. 사람 같으면 진짜 멋진 사람이라."]

불 때는 날 날씨와 습도, 바람 세기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옵니다.

3가지 이상의 색만 나와도 명품이 되는데 10가지 색이 담기면 그 가치는 더욱 귀해집니다.

[신재균/도예가 : "은은하게 사람이 계속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거야. 색깔이 너무 미묘하지 않습니까? 이런 진사는 평생 가도 안 나오지."]

가마에 불을 넣은 지 사흘째, 드디어 가마를 열어 작품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도예에 관심이 많은 지인도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강창수/거제시 고현면 : "오랫동안 전통가마를 고집하시고 그 혼으로 오늘 이 작품을 보면서 정말 장인의 정신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작품과의 첫 만남을 앞둔 순간,

50년 경력의 장인도 매번 첫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신재균/도예가 : "같은 나무를 때도 그날 날씨에 따라서 겨울, 여름, 가을이 다 다르거든요. 이게 참 신기해요. 굽다 보면 여러 가지 형상이 나오고 색깔이 여러 가지가 나와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지켜온 전통 가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지금 70살이지만 80, 100살 넘어 살아도 계속 이걸 해야 하고, 그래도 계속 여기 발을 붙인 이상은 계속 해야 합니다. 할 겁니다."]

흙과 불, 바람이 빚은 진사의 빛깔은 전통을 지켜온 장인의 시간만큼 깊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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