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스쌀 3톤 주문합니다".. 정부, '바다 위 면세점' 45조 선용품 시장 키운다

세종=박성우 기자 2022. 1.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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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용품 시장 45조 규모.. 한국, 점유율은 4%
바다 위 면세점.. 수출실적 인정하기로
무역 금융·보증 혜택 받아.. 산업화 속도 붙나
"부산항 경쟁력 강화.. 선용품 브랜드 만들다"

1일부터 ‘바다 위 면세점’ 등으로 불리는 선용품 공급이 수출 실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선용품은 국내에서 생산된 음료, 식품, 소모품, 수리용 예비부분품 등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종류만 10만개에 달한다. 세계 선용품 시장은 45조원 규모로 지속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달 한 외국 국적사의 자동차 운반선은 칼로스쌀(미국쌀 품종) 3톤 등 하루 사이 수천만원의 선용선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용품은 수출에 준해 세관장 허가를 받은 후 공급하고 달러로 결제를 받았지만, 수출로 인정받지 못해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움이 많았다. 반면,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점 업계도 지난 2016년 법개정을 통해 수출실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간 선용품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출기업 인정’을 받아야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도 항만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일환으로 선용품 수출인증 등 시장 지원에 나섰다.

지난 1일 부산항 신항에 컨테이너 선박이 입항해 수출화물과 환적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외화를 받고 외항선에 내국 선용품을 공급하는 것을 수출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 5차 확대무역전략조정회의에서 ‘대외무역관리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선용품 기업들은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는 오는 3월부터 수출실적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게 됐다.

◇ 작년 최대 수출에 선용품 수요 급증... 연간 2조원 규모 첫 돌파

정부가 선용품 시장에 관심을 갖는 배경은 위드 코로나에 따른, 수요 폭발로 인한 물동량 급증으로 국내 항만에 정박하는 외항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손님이 늘어난 만큼, 물품을 주문하는 선용품 시장규모도 점차 확대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항만 관련 사업체가 1만953개인데, 이 가운데 선용품 업체만 2200여개(20.1%)에 달한다. 또 이들 업체 종사자수는 2만2877명이다.

해수부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1600여개 선용품 공급업체들도 무역보험, 무역금융, 포상 등 다양한 수출지원정책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봤다. 또 선용품 업체에 물품을 납품하는 기업도 선용품 공급실적을 근거로 발급하는 구매확인서를 통해 수출실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은 6445억4000만 달러(767조2772억원)로 무역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고액을 기록했다. 수입액도 전년 대비 31.5% 증가한 6150억5000만달러로,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액이 1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만큼 많은 수출·입 과정에서 외항선이 부산항 등 우리나라 항만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관세청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선용품 시장에 발맞춰, 국내 시장도 매년 연평균 9.7% 성장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선용품 거래금액 규모는 2018년 11억6891만달러(약 1조4000억원) 수준에서 2019년 15억700만달러→2020년 15억3785만 달러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물동량 급증으로 사상 처음으로 거래금액이 2조원(17억4591만달러)을 넘어섰다.

거래건수도 2018년 1535건에서 지난해 1727건을 13% 늘었다. 선용품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2018년 49.6%에서 올해는 55.8%로 6.2%포인트(p)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란 한국해양대 해양항만물류과 교수는 “그간 일본이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선용품 시장에서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주도권이 싱가포르항으로 많이 넘어간 상황”이라며 “그간 한국은 높은 기술력과 조선업 영향력에 불구하고 선용품 업계가 영세하다 보니 대형 선사들과의 계약에서 밀렸던 것이 현실, 이번 수출 실적 인정으로 대외신뢰도가 향상되면서 장기간 안정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초도 선용품 시장 등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 부산항 경쟁력 강화 무기는 ‘선용품’... 거래 플랫폼·브랜드 강화

그간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컨테이너 교역량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요 항만시설이다. 하지만 부산항은 2014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2015년부터 세계 5위 항만에서 6위로 떨어진 이후, 다시 6년 만인 지난해 다시 7위로 떨어졌다. 경쟁 항만인 중국의 칭다오항에 밀린 것이다. 사실상 싱가포르항을 제외하고 상하이항, 텐진항도, 닝보·저우산항 등 중국의 주요 항만들이 세계 순위를 석권한 것이다.

미국·유럽행 임시 컨테이너선은 통상 중국에서 먼저 선적하고 부산항에 들어온다. 하지만 최근 위드코로나로 인한 수요 폭발로 중국만 들러도 만선(滿船)이 되면서 부산항을 ‘패싱’하게 되는 영향도 컸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부산항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선용품 업계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선용품은 외항선이 필요한 물품을 주문해 공급받는 시스템으로 바다 위의 룸서비스라고 불린다. 선박수리업, 유류공급업과 함께, 대표적인 항만서비스의 일종이다.

선용품 공급업체 공용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 '쉽워크' /해수부

해수부는 선용품 공급 수출실적 인정에 더해, 항만운송사업법을 개정해 선용품 공급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선용품 전용 품목코드를 마련해 선용품 전용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성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외항선 선원들이 인터넷에 접속해 쿠팡 등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하 듯이 실시간 재고유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선용품 구입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선용품의 품질관리를 위해 국내 선용품 통합 브랜드를 개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선용품 업계의 거래선 확대를 위해 선용품 박람회 개최나 출품지원 등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규삼 해수부 항만운영과장은 “외항선과 선원이 관광객이라면 항만은 호텔이나 면세점이 될 수 있다”며 “호텔과 면세점에 물건이 많고 서비스가 좋아야 관광객이 다시 찾는 것처럼, 선용품 등 항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곧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최근 수요 폭발로 해운업이 다시 기지개를 펴는 가운데, 이번 수출실적 인정이 선용품 업계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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